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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기분이 별로였지만 괜찮아졌다.

by 스공더공

가끔 마음이 툭 하고 내려앉는 날이 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무 일도 없었기에’ 더 마음이 복잡해지는 날.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 있었다.

서로 아이 키우는 이야기로 공감했고, 아이들끼리도 잘 어울렸다.

그 사람과의 관계는 어떤 계기로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나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서먹해졌지만, 명절 인사도 하고 안부도 물었다.

그건 내 방식의 끈이었다.

관계를 놓지 않기 위한 조심스러운 배려였다.


하지만 내가 아팠고 큰 수술을 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 사람은 전화. 문자조차 없었다.


괜찮냐는 말,

걱정하는 이모티콘 하나조차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것도 없던 사람처럼

그냥 그렇게 내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졌다.


‘내가 그 사람에게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존재였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오래도록 나를 아프게 했다.



근데 오늘 오전 내가 작업하러 자주 가던 카페에서 우연히 그 사람의 아이를 마주쳤다.

나는 아이에게 반가운 인사를 전했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내 감정을 감췄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고,

그렇게 살아도 되는 존재니까.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자꾸 쓰라리다.

나는 분명 그 사람을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아직도 이 마음은 떠나지 않는 걸까. 그냥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나한테 실망이다.


몇 년을 같이 아이 키우며 서로 의지했는데.

그게 문제였던 걸까.

내가 너무 믿고, 너무 기대하고, 너무 마음을 열었던 걸까.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그건 내가 잘못한 게 아니었다.


나는 진심이었고, 따뜻했으며,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실망했고, 그래서 상처받았다.


지나고 나니 더 선명해졌다.

아플 때 곁에 있어준 사람들이 결국 진짜다.

그 사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고, 살아낼 수 있었다.

잘될 때 옆에 있어주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힘든 일을 겪어보면 누가 진짜 나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나는 이제

더는 나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에게

마음을 쏟지 않을 것이다.

대신,

내가 진심을 보낼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기꺼이 기대고, 사랑하고, 함께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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