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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들때 Jun 06. 2024

[마음여행]7. 누군가 마음이 쓰일 때는

작은 선물 하나 고를 여유가 포함된 여행길로

그럴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마음이 쓰일 때.

그 마음이 궁금함일 수도 있고, 미안함일 수도 있고, 그리움일 수도 있는. 그렇다고 확실하게 그 마음을 말로 전하기에는 뭔가 애매모호하고 주저하게 되는. 바로 그런 때 말입니다.  어떠세요, 여러분들도 있으시지요?


직설적인 측면이 있는 저는, 문제해결도 직설적인 게 최선이라 여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정공법',  '정면돌파'라고나 할까요.  어쩐지 그게 좀 요령이나 잔꾀 부리지 않고 비겁하거나 구차하지도 않으면서 되게 정정당당하게 여겨졌거든요. 사람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이제 마흔을 지난 지도 훌쩍. 얼마 뒤면 오십, 그러면서 대학 동기들과 30주년 기념 모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즈음의 나이가 되다 보니 제법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어떻게 늘 정면돌파할 수 있겠어˜ 그게 늘 최선일 수는 없어˜ 슬슬 돌아가는 것도 괜찮아˜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되지 뭘˜ 이렇게요.


이런 변화는, 아마도 사람의 생각이란 게 정말이지 100이면 100 다 달라서 모든 게 내 맘 같지도 않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뿐더러 그게 맞지도 않다는 것을 많이 깨달았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래서 사람관계에서도, 이를테면 나는 그저 '미안해요' 사과하고, 상대방은 그럼 '그래, 내가 한번 봐줄게' 이렇게 받아들이면 끝날 일 아닌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 과거라면 이제는 내가 '미안해요' 사과를 할지언정, 그 사과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상대방의 선택이며, 상대방은 그 사과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고, 혹은 나와는 전혀 무관하게 어떤 인생의 터널(이를테면 집안의 우환이나 업무의 변화 등)을 지나고 있어 지금 그 사과를 받아들일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늘 직설적인 방법이 맞지도, 통하지도 않다는 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죠.


혹시 지금 누군가가 마음이 쓰이시나요? 그 마음의 모양과 색깔은 어떤지 알고 계시고요? 호기심인지, 호감인지, 미안함인지, 고마움인지, 그리움인지, 아니면 잘 보이고 싶은 아부인지 등등. 그 마음이 계속 며칠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면, 그래서 그 마음을 어떻게든 전해야 끝날 거 같은데 직설적으로 전하기는 영 망설여지고 확신이 없어 주저되신다면 말이에요. 이번 여행길에서는 그 마음의 모양과 색깔을 일단 명료하게 규명해 보시고요. 그걸 담을 만한 작지만 센스 있는 선물 하나 골라보는 시간을 만들어보시면 어떨까요?


이전에도 사람들 발길이 많이 닿는 관광지면 기념품샵이 필수로 있긴 했습니다만, 요새는 꼭 유명 관광지가 아니어도 여행지 어느 골목 어귀나 상가에 소품샵 하나씩은 심심찮게 발견되는 거 같더라고요. 또 꼭 소품샵이 아니더라도 워낙 카페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그 지역의 유명 빵집, 커피숍 하나 없는 곳이 없죠.


선물하는 나나, 받게 되는 그 사람이나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나의 마음이 잘 묻어날 수 있도록... 어떤 종류, 가격대, 크기, 부피, 쓸모의 선물로 하는 게 그에게 어울릴지, 그는 이걸 좋아할지 등등...  충분히 그이를 떠올리며 골똘히 고민하고 신중히 들여다보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그런 선물이니, 분명 그이는 당신의 선물을 받고 그 종류, 가격대, 크기, 부피, 쓸모도 눈에 들어오겠지만 여행길에 그 선물을 고르기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 걸음 했겠구나 하는 정성에 마음이 더 가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럴 때 우리 소위 '감동'이란 걸 하게 되잖아요. '아,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 생각해 주는구나' 할 때.


그러니 감동과 함께 하는 당신의 찐 마음은 더 부드럽게 전달이 될 거예요. 아, 그렇다면 조금 촌스럽게 여겨질 수 있겠지만 작은 쪽지로 그 찐 마음 한두 줄 적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원래, 클래식한 게 또 세대불문 가장 잘 통하는 법이죠.


자, 오늘은 정작가로부터 그런 선물샵으로 추천할 만한 몇 군데를 안내받아볼까요? 혹시 아직 여행 전이시라면, 그곳이 포함된 여행 계획을 짜보시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 되겠네요!





‘여행보다 선물’이라는 말이 있죠. 요즘은 어디를 가도 똑같은 뻔한 기념품 대신 그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템들이 가득한 소품 숍들이 많은데요, 여행길에서 이런 곳을 만나게 되면 마치 나만 아는 보물을 찾은 듯 기쁘기까지 하답니다.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인 강릉과 부산, 통영, 경주, 제주에서 찾아본 재치발랄하고 감각적인 기념품 숍들을 소개해볼게요. 혹시라도 이 지역으로 여행을 가신다면 한번쯤 들러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살포시 전하고 싶을 때 분명 꼭 맞는 선물을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강릉 _ 솔향명품숍

강릉으로 여행을 가신다면 오죽헌 안에 있는 솔향명품샵을 찾아보세요. 오죽헌과 강릉의 특징을 살린 여러 기념품들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명품샵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조금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요. 전통 문양이 그려진 부채와 작은 병풍, 머그컵을 비롯해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가공식품들이 많답니다. 오죽잎차나 커피로 유명한 곳인 만큼 더치 커피와 같은 상품들도 있고요. 오죽헌을 관람하고 나서는 길에 함께 들리기 좋은 곳이랍니다.     


부산_오랜지바다

부산으로 떠나는 분들에겐 오랜지바다를 추천드려요. 오랜지바다는 ‘오랜만이지 바다’를 줄인 말로 가게 이름부터 재치 넘치는 곳이에요. 2014년에 광안리 해변에 문을 연 곳으로 지역 작가와 마을 주민, 관광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난 곳이랍니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하고 특별한 기념품들이 많아 하나쯤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부산의 바다를 가득 담은 아기자기한 도자기 제품들을 비롯해 직접 그린 손그림 엽서, 마그넷, 천연 염색 패브릭 제품 등 상품들도 무척 다양하답니다. 예쁜 그림 스티커와 볼펜, 미니 포스터, 마스킹 테이프 등 작은 소품들이 많아 부담 없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선물들이 많아요. 약간은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곳이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선물 포장까지 예쁘게 해준답니다. 선물 득템 후 광안리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세요.     


통영_봄날의책방

통영 지역 출판사인 남해의 봄날에서 운영하는 작은 서점인데 매력적인 큐레이션과 지역 작가들이 만든 소품들이 어우러져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랍니다. 여행지에서 발견한 좋은 책 한 권을 선물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요.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와는 다른 마음은 잔잔히 울리는 인생 책을 발견할 수도 있거든요. 책갈피에 내 마음을 살짝 얹어 선물하면 받는 이에게도 분명 좋은 선물이 될 거에요. 통영의 매력이 가득 담긴 작은 소품들도 판매하고 있으니 찬찬히 둘러보면서 나만의 선물 아이템을 찾아보세요.     


경주_배리삼릉공원

경주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인 황리단길에는 배리삼릉공원이 있어요. 젊은 감각이 톡톡 튀는 재기발랄한 기념품 가게이죠. 판에 박은 듯 똑같은 경주 기념품에 지쳤다면 이곳은 필수 방문지입니다. 이곳만의 시그니처 캐릭터들로 마든 키링과 엽서, 씰스티커, 자석 등 사랑스러운 소품들이 많아요. 너무 귀여워서 지갑을 마구 열게 될지도 모르니 지갑 단속 잘하셔야 합니다.    

 

제주_더아일랜더

제주는 소품샵의 천국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대형 기념품 숍을 비롯해 마을 구석구석 작은 샵들이 숨어 있답니다. 여행자들이 꼭 한 번은 찾아가게 되는 동문시장 인근에 있는 더아일랜더는 제주 소품숍의 원조나 다름없는 곳이에요. 공장에서 찍어내는 뻔한 기념품 숍만 있던 시절에 지역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발굴해 선보여 왔거든요. 요즘에는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온답니다. 예쁜 엽서들과 마그넷, 캔들, 인센스, 손수건, 디자인 노트 등 많은 종류의 상품들을 갖춰 놓고 있으며 2층에는 에코 컨셉트의 독특한 소품 코너도 꾸며져 있어요. 제주에는 워낙 많은 소품샵들이 있어 꼭 이곳이 아니더라도 여행 도중 만나게 되는 곳들을 한 번씩 들러보는 것도 재미난 시간이 될 거랍니다.


* 정작가: 정은주 여행작가. 우연한 기회에 여행 기자가 되었다. 몇 년간 여행 신문과 여행잡지 『트래비』에서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다 돌연 사표를 내고 1년간 캐나다로 떠났다. 이후에도 언제든 기회만 되면 집 밖을 떠돌 궁리를 했다. 지금은 취재차 들른 제주도에 반해 수년째 눌러살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캠핑카를 집 삼아 전국을 떠도는 게 꿈이다. 현재 다수의 매체에 글과 사진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커플여행 바이블』, 『제주가자』, 『차 없이 떠나는 제주여행 코스북』, 『교과서가 쉬워지는 제주여행』등이 있다. 모든 여행 사진을 전담하고 있는 남편과 함께 오늘도 '여행 중'이다.

여럿이 함께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https://brunch.co.kr/@travels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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