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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언니 Mar 06. 2024

저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일회용품이 아닙니다 #1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8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을 하게 되었다.

전공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싶었으나, 전공 이외에 경험도 경력도 전무한 나에게 기회는 오지 않았고 다시는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던 그 짓거리를 다시 하게 되었다.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밤새 고민하고 또 했다. 하지만 답은 보이지 않았고, 일단 가보자! 가보고 아니면 다시 오면 되잖아. 이런 마음으로 출근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이주쯤 지났을 때 아직 퇴근하려면 멀었는데, 시야가 흐려지고 맥박이 빨라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핸드폰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보았는데 얼굴은 이미 홍당무처럼 벌개서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눈에 핏대도 서 있었다. 낡디 낡은 파우치에서 응급 상황에서 먹으라던 약 한 알을 물 한 방울 없이 욱여넣고 난 결심했다.


 '그만두자, 여기서 죽을지도 몰라'

결심을 하게 된 당일도 정시 퇴근은 없었고, 퇴근길.. 평소에 말 한마디도 섞지 않는 팀장에게 어렵게 퇴사 이야기를 꺼냈다. 퇴사 사유를 물어봤으나, 나의 대답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그만두고 싶고, 특별한 사유는 없다"라며 대답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퇴사 사유를 설명하자면 오늘 밤을 새워도 모자라다. 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볼 사이도 아니며, 입사 후 여러 카더라에 따르면 내가 근무하는 자리는 수십 명의 사람이 거쳐갔으며 내가 최장 근무자라고 했다. 꼴랑 2주 일했는데


내가 최장 근무자라고? 오 하나님

난 종교가 없으나 이 순간만큼은 이 세상의 모든 신에게 빌고 싶었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게 해주세요'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습 기간 1개월을 채우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팀장을 통해 전해 들었다. 세상은 좁고 이 바닥은 더 좁으니 그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난 그렇게 1개월을 채우게 되었다.


사수인지 팀장인지, 이자는 내가 그만 두기전까지 밀린 연차를 사용하겠다면 혼자 근무하는 날이 늘어났고, 어느 날은 출근하고 2시간 만에 본인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퇴근해야겠다며 쓱하니 가버리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이자가 어떤 사람이냐면, 내가 물 마시는 것도 불만, 화장실 자주 가는 것도 불만 가득했고 출근 이틀째되는 날 인수인계서나 매뉴얼은 없냐 물으니, 매뉴얼 찾지 말라고. 네가 매뉴얼을 찾으면 내가 만들어야 하니 입밖으로 꺼내지도 말라고 했던 인간이다.


이런 자에게 퇴사 사유를 설명해서 무엇하리,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문제도 아니라 생각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사 날 마무리와 동시에 대표에게 그동안 감사했다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 먹잇감을 노리를 하이에나처럼 날 회유하기 시작했고, 얼떨결에 나의 퇴사는 '잠정적 보류'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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