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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언니 Apr 01. 2024

1인 1견 적당히 잘 살아보자

오늘부터 내가 너의 보호자가 되어줄게 #2

브런치에 나의 생각 및 상태를 기록한 지 한 달째가 되어간다. 현재 진행형인 부분도 있고, 과거형도 있기에.. 결론은 뒤죽박죽이다.

내가 생각나는 대로.. 내가 쓰고 싶은 대로 끄적이다 보니 내 머릿속 똬리처럼 돼버렸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 타인의 반응에 왈가왈부하지 말자 다짐했기에



못 먹어도 고

어제는 며칠 만에 미세먼지가 적었으며 날씨가 맑았다. '아 정말 봄이구나'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으로.. 날씨가 흐리거나 비라도 내린다면 침대와 혼연일체 상태로 24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맑고 청명한 날에 내가 방문한 곳은 바로! "동물병원"

엥? 겨우 힘들게 나간 곳이 동물병원이라니.. 의아해할지도 모르지만, 한번 갔다 하면 최소 2시간이기에 아주 큰 결심이 필요한 장소다. 게다가 진료비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기에 한도가 많이 남은 카드는 필수다.


우리 집 상전은 최근 들어 3개월마다 혈액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올해 나이 6살.. 2024년을 맞이해 1월에 건강검진을 해주었는데 간 수치가 일반 수치의 4배 가까이 된다는 진단 결과. 그리고 고작 6살인데, 백내장끼도 있으니 안과전문병원도 가보면 좋겠단다.


나의 건강은 무심해도, 반려견의 건강만큼은 자부했건만 너무 충격적인 결과였다. 반려견을 입양 후 총 3번의 건강검진을 해주었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해주었는데, 항상 "위가 예민하긴 하지만 건강한 편이다"라고 들어왔기에 혈액검사 결과에 엥? 하는 마음이 컸다. 간 수치 관련한 약을 먹이려고 12만 원어치 약을 처방받아왔으나 구토 파티로 다 먹이지도 못했다. 2주치만 겨우 먹였고 2주 치는 그대로 보관만 하고 있는 상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혈액검사라도 다시 해보자는 마음에 8시간 금식을 시키고 혈액검사를 하러 재방문했던 것.


상전께서는 어디 나들이 가는 건가?라는 눈빛으로 꼬리를 살랑거리며 나를 따라나섰는데, 동물병원 지하주차장부터 눈치 까고 히웅히웅 거리기 시작했다.



'귀신같은 놈, 눈치도 빠르네'


강아지 자체의 지능 수준은 사람으로 치면 2세에서 3세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상전과 3년간 살아오며 겪은 바로는 눈치 빠른 3살 정도 되는듯하다.


빠른 채혈을 위해 집에서부터 옷도 미리 벗겨왔고, 얼마나 대기할지 모르기에 포대기에 간식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갔다.


평소에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호의적이고, 명령어도 잘 듣는 반려견인데 동물병원만 도착하면 조선시대 망나니가 따로 없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여기 개 잡아요 멍멍멍" 나의 가슴팍이며, 얼굴, 목까지 다 긁어놓기 일쑤고 버둥거리다가 어깨를 타고 올라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만행을 저지른다.


담당 수의사 선생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헛웃음만 지을 뿐.. 상담은커녕 "간 수치 피검사랑 귀만 빨리 봐주세요!" 외치고 수의사 선생님께 반려견을 안겨드렸다.


힘들게 채혈 후 검사 결과를 위해서는 약 2시간 정도 대기가 필요한 상황, 상전님께서 히웅거리며 난리 치기에 대기실에 앉아있지 못하고 근처 공원으로 쫓기다시피 나왔다. 신도시답게 아이들도 많고, 강아지들도 많았다.


엄청 큰 대형견부터 배가 바닥에 닿을 듯한 닥스훈트까지 다 표정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아장아장 이제 막 걸음마 연습을 하는 아기들도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아이, 아기, 주민번호가 존재하는 휴먼을 좋아하지 않는 1인이기에 관심 밖이다. 그저.. 우리 상전에게 소리 지르며 뛰어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목적지 없이 떠돌다가 2시간이 지났다. 커피도 마시고 싶고, 밥도 먹고 싶었지만.. 강아지가 허용되는 휴게음식점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반려 인구 1000만 시대라는데, 내가 겪는 현재는 조선시대다.


피검사 결과는 1월보다 ALT수치(=간 수치)가 140 정도 줄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약을 더 먹어보자고 했으나, 약 부작용으로 구토가 심한 나의 개님의 문제로 약보다는 처방식 사료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오늘의 지출은 동물병원 진료비 7,500원, 혈액종합 검사 90,000원, 처방식 사료 33,000원, 총합계 130,500원 지출 발생. 나의 한 달 치 식비만큼 나왔지만 난 괜찮다. 그까짓 주식 팔지 뭐.. 나에게는 반려주식 삼성전자가 있다!


3개월 후에 재검사를 예약해 두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배고픔에 어질어질해서 동물병원 1층 만두가게에 들렀다. 새우만두 5개에 6,000원.. 먹을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1팩만 포장했다. 반려견과 함께이기에 홀에서 먹는 건 불가능, 주차장 차로 돌아가 급하게 먹어치웠다.

허기를 달래기는 새우만두 5개가 턱없이 부족했으나, 남은 배고픔은 집에서 채우기로



나에게 쓰는 6천 원은 고민스럽지만, 나의 반려견에게 사용하는 13만 원은 전혀 고민스럽지 않다.


나의 반려견 이름은 박동구다. 촌스럽게 지어야 오래 산다기에, '동구'라고 지어봤다. 나의 사랑 나의 목숨 나의 강아지 언니가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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