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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May 11. 2024

도쿄에 가다

도쿄에 가는 것은 자그마치 16년 만의 일이다. 그 사이 오사카, 교토, 나라, 나고야, 후쿠오카, 유후인, 가고시마, 미야자키, 오키나와 등 일본의 다른 도시들은 참 많이도 들락거렸는데..


다른 도시와 비교해 비용 대비 효용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왕복 항공요금은 더 비싼데 정작 가볼 만한 곳은 더 적고 오히려 덜 재미있다는 느낌이.. 음식도 다른 지역만큼 특색이 있거나 유별나게 맛있지 않다는 생각도 했고..


대부분 간이식으로만 연명하고 주요 관광지의 안도 아니고 바깥에서 기념사진 찍기로만 일주했던 시절 형성된 오해는 아닐까? 왜 그 큰 도시에 가볼 곳이 적고 재미가 없을까? 전국의 온갖 맛있는 음식이 서울에 다 모이듯 일본의 맛있는 것들은 죄다 도쿄에 모이지 않을까?


코로나 이후 엔저 현상이 지속되는 중 다들 여행 다녀오느라고 바쁜데, 그 사이 일본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도 하다. 연차휴가를 있는 대로 다 쓰라는 회사의 지시 탓에 휴가도 남아돌고, 결국 오랜만에 도쿄부터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나고야 동쪽으로..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항공권을 끊었다. 비교적 익숙한 편인 신주쿠 지역 숙소를 예약했다. 거래은행에서 최근 발매한 트래블 체크카드를 만들었고,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예약부터 하라는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 예약도 했다. 공항 철도, 지하철 패스도 예약했다. 너무 비싼 통신사 로밍 상품에 가입돼 있는 걸 확인하고 과감하게 해지한 뒤 난생처음 eSIM이란 것에 도전하기도.. 슬슬 식당 예약도 해야겠다.




아내의 형편을 따라 맞춰 잡은 출국일이 다행히 일본 연휴, 골든위크 바로 다음날이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보니 대부분 그리 좋지 않은 날씨. 큰 비는 아니지만 가끔 비가 내리고 내내 흐린 날을 예상해야 할 듯하다. 서둘러 예약한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는 취소할까? 말까?


유튜브를 통해 도쿄 여행 관련한 동영상을 수도 없이 봤다. 놀라운 건 모두 엄청나게 많이 먹고 엄청나게 많이 마시더라는.. 나도 식탐이라면 빠지지 않는 사람인데 이 많은 양이 일단 물리적으로 감당이 될까 모르겠다. 뭐가 유명한지 감을 잡는 정도로만 활용해야지 있는 대로 다 따라 하려면 몸이든 돈이든 크게 축이 나기 십상일 듯. 서너 끼 식사에 끼니마다 후식을 다 챙겨 먹고는 n차 술자리 이후 숙소 야식까지 편의점에서 챙겨가지고.. '아! 이건 정말 아니다.' 그런데 나는 아침식사를 포함해 숙소를 예약했다. 숙소 주위에 맛집이 그렇게 많다는데, 하루에 한 끼씩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클지도 모르겠다.




공항이 많이 바뀌었다. 뭔지 모르지만, 줄도 짧고 해 두면 좋을 것 같아서 스마트패스 등록을 했다. 출국장에 순식간에 입장할 수 있다. 종이로 된 재래식(?) 탑승권은 도대체 어떻게 받는지도 모르겠다. 휴대전화 속 QR코드가 모든 걸 다 해결한다. 짐 부칠 게 없는 사람은 따로 줄 서서 수속을 밟을 것도 없다. 이제는 별도 등록을 하지 않아도 주민등록증 소지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자동출국심사를 거쳐 빠르게 모든 수속을 마무리한다. 대면심사를 받는 사람이 없어 오히려 그쪽이 더 빠를 지경.




입국을 하자마자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필요한 만큼 현찰을 찾았다. 트래블 체크카드를 사용하니 각종 수수료가 일절 없다. 동일본철도 서비스센터에 가서 예매한 왕복 기차표를 받고, 요즘 구하기 힘들다는, 한때 판매를 중단했다가 최근 큰 역에서만 다시 팔기 시작했다는 충전식 교통카드, 스이카 카드를 구입했다. 시간이 잘 맞아서 허비하는 시간 없이 금세 기차를 타고 앉아 신주쿠로 편안히 가고 있다. 숙소 근처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도 싸고 좋다지만, 이동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기차를 선택했다.


도쿄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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