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적은 선수가 출전을 해서 수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30분은 끌어 줘야 하는 경기가 1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중계가 가능한 탁구대에서 다음 경기가 벌어지기까지 10분도 넘게 남았다. 그런데 다음 경기를 벌일 선수들은 지금 다른 탁구대에서 한 단계 앞경기를 치르고 있다. 누구든 금방 이기고 정해진 다음 경기 시간에 맞춰 여기로 올 수 있을까? 올 수 있다고 해도 연이어 경기를 하는 건 영 아니지 않은가?
“여기는 경남 통영체육관입니다.”
이어서 중계할 경기를 미처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일단 예고로 화면을 넘겼다. 그래 봐야 1~2분 안에 다시 넘어온다.
많은 경우 탁구대 한 대를 향해 카메라가 고정설치된다. 그런데 천만다행이랄까? 이번엔 지미집 카메라가 동원돼 좀 더 다양한 거리와 각도를 감당해 줄 수 있었던 것. 마침 저쪽에서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는 것을, 또 이쪽에서 재미있는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었다. 임의의 선수 이름과 소속팀을 정확히 소개해 주신 김병영 해설위원께 억만 감사! 사전 준비된 자료 한 글자 없이 아무 일 없는 듯 중계를 해 버린 나도 참..
좌식배구 경기장에서는 카메라가 불가피하게 중계석 건너편에 설치되었다. 현장 상황과 중계 회면의 좌우가 정확히 반대인 상황. 현장 바로 옆에 와 있음에도 불구, 부득이 모니터만 보며 중계를 했다. 가끔 현장상황을 보면, 화면을 통해 죽 보고 있었는데도 뒤바뀐 좌우에 매우 생경했다는.. 올림픽 펜싱 각종목 예선 중계할 때 가끔 겪어 본 일이긴 해도..
5년 전 서울에서 장애인체전을 할 때 중계했던 선수들 경기를 다시 중계하게 되기도 했다. 5년 전만 해도 패럴림픽 정식종목이 아니었던 배드민턴. 단식 결승에 오른 두 명의 선수는 모두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가 되어 있었다.
“파리 패럴림픽 동메달 결정전의 재현! 가히 세계적인 수준의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결승전!”
선수로 발굴된 지 2년 만에 일인자 김정준과 어렵게 상대하던 앳된 10대 소년 유수영 군이 이제 건장한 20대 청년, 당당한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로 성장해 체전에서 김정준을 다시 만나 파리 패럴림픽 단식 동메달 결정전 패배를 설욕하고 기어코 금메달을 따내고 만다. 복식 결승전에 이어 연거푸 경기한 노장 김정준 선수가 일면 안쓰럽기도 했지만, 사전에 정해 놓은 일정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특별히 감사절을 맞아, 이 모든 일에 올해도 나름 진실할 수 있게 해 주심에 큰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