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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Nov 24. 2024

弔TV文

정든 TV 떠나보내기

12년 전 제조된 TV가 수명을 다했다. 원칙적으로는 고쳐서 다시 쓸 수도 있는데 부품값은 매우 비싸고 (그 돈이면 아마 이 TV보다 훨씬 더 좋은 TV를 그냥 살 수도 있을 거다.) 그나마 단종된 제품이라 부품 조달이 아예 되지 않는단다. 단종애사로다.


지난 금요일 유튜브를 통해 예전 ‘역사저널 그날‘을 잘 보고 있던 중에 TV는 수명을 다했다. 따라서 토요일에 방송된, 내가 처음으로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역사적인 순간은 이 정든 수상기로 조금도 보지 못했다.


TV를 꼭 봐야 하면 마루에 나가 더 큰 화면으로 보면 되기는 하지만, 안방 침대에 편히 누워 맨날 편안하게 들여다보던 TV가 막상 작동을 멈추니 불편한 게 참 많다. 당장 오늘이 주일인데 온라인 성도가 예배는 과연 어떻게 드리느냐는.. 마루에 나가거나 아이패드를 켜면 순식간에 해결이 되기는 하는데, 그동안의 습관 그리고 익숙해진 자세와는 아무래도 영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3년 전 이사를 오면서, 수명을 다하기까지 성실했던 이 TV의 크기에 맞춰 벽장을 짰던 탓에, ’이제 더 큰 걸 살 기회가 왔다’며 욕심을 부려 더 큰 TV를 구입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정확히 같은 크기의 TV는 의외로 구하기 어렵고, 소심하게 4인치 더 큰 것, 주어진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 크기로 새 TV를 서둘러 주문했다.


며칠 지나면 새 극장이, 새 교회가, 새 학교가, 새 경기장이, 새 어학원이, 새 여행사가 배달돼 온다. 마루의 큰 TV보다 크기는 작지만, 운영체계나 사양은 살짝 더 좋을 수도..


수신료는, 일반가정의 경우 수상기가 몇 대든 상관 없이 세대당 딱 한 대분, 매달 2,500원이 부과된다. 두 대 중 한 대 폐기하고 한 대 새로 사고.. 이래저래 바뀔 게 없다. 아파트 거주자에게 수신료는 대부분 관리비에 포함돼 고지된다. 관리비와 함께 매번 자연스럽게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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