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을 하고 난 뒤 얼마 안 있어 처음으로 내 차를 샀다. 작은 외삼촌께서 오랫동안 대우자동차에 근무하셨기에 브랜드 선택은 여지가 없었다. 붉은색 에스페로를 구입해 맵시 나게 잘 타고 다녔다.
교회 고등부 수련회 도우러 가서 한 번, 출장 중 본가에 세워놓았다가 또 한 번, 도합 두 번 침수가 된 뒤 폐차를 권유받고 눈물을 흘리며 작별을 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이었는데 이것저것 고를 사이 없이 당시 지극히 대중적이던 EF 쏘나타를 한 대 사들였다.
2013년 초 지인 한 분이 구입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사실상 신차를 급매물로 내놓으셨다. 충분한 형편이 아니었지만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안 그래도 꼭 내가 골랐을 색상과 사양으로 평생 첫 외제차를 대단히 좋은 조건에 구입했다. BMW 528i다.
보유한 차량의 주행거리가 짧고 여전히 흠 없는 주행성능을 자랑하지만 오랜 연식으로 인해 이제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 부부의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았기에 가족대표차량을 새로 구매할 기회로는 지금이 거의 마지막 때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내 이름으로 구입한 차량이 이렇게 여러 대 있지만, 차량 구매를 염두에 두고 시승을 해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루에 세 개 브랜드, 넉 대의 차량을 몰아 본 뒤 약 이틀간 숙고하고 차를 골라 구매했다.
시승 없이 구입한 차량들도 실은 참 잘 탔지만, 그건 참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누구에게나 얘기한다. ‘꼭 타 보고 사라. 꼭 몰아 보고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