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성만 May 07. 2021

100을 받으면 150을 하려고 하지 말고 101만 해

신입사원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죄송합니다"


이 말을 하루에 안 하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입에 달고 살았다.


늘 임원진 분들께서 회의를 하고 개인적인 면담을 하실 때면 꼭 빠짐없이 하셨던 말씀이 있었다.


"우리는 한 가지 일만 잘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아. 물론 한 가지 일을 실수 없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00을 받으면 150을 해주는 사람을 원해"


무언가 항상 납득이 되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100을 받으면 150을 해줘야 한다면
150의 일을 하면 연봉 인상률 역시 50%를 해주는 것일까?..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 역시 알기 때문에 한 귀로 흘려버렸다.

내가 회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두 명 있다.
사수였지만 부서 이동을 하게 되면서 접점이 사라진 주임님, 그리고 팀장님.

주임님은 그야말로 열정이 넘치시고 설명하기 쉽게 이해해 주셨고 일을 못하던 잘하던 해보자고, 그래도 버텨내보자고 옆에서 다독여주셨다.

하지만 팀장님은 다른 성향이다. 실수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고 정확하게 지적을 하며 개선점을 말씀해 주시고 조금은 단호하셨다.
처음엔 그런 방식이 조금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난 후에는 남들 1년 치 업무를 3개월 안에 배울 수 있었고 내가 맡은 직무를 큰 문제 없이 처리하는 방식도 깨우치게 되었다.

팀장님을 미워했었지만 미워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임원진들에게 아무리 혼을 나더라도 절대 우리에게 큰 소리는 내지 않으셨다.

되려 담배 한 대를 피우시고 부드럽고 강하게 말씀하셨다.

화를 내면 차라리 뒤에서 욕이라도 할 텐데 어쩌면 정말 똑똑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랬던 팀장님이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조용히 부르고 퇴사 소식을 전달했다.

" oo씨 미안해요.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아마 4월이 마지막이 될 예정이에요"

충격을 받았고, 앞길이 막막했다.
혹시 내가 수습 기간 종료 후에 타부서로 이동하게 된다는 소식 때문일까...
순간 미안한 마음에 나 때문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으면서 손사래 하셨다.

"미안해요. 근데 내가 이제는 좀 버겁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버겁다고 하는 사람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미안했다...

마지막 길만이라도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150씩일을 했으며 조금 더 무리를 했고 더 할 일이 없을까 매일같이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질 체력인 탓에 3일 만에 몸에 고장이 났다.
4일 차에는 한 시간 정도만 야근을 하고 너무 피곤해서 퇴근을 하려는데 우연히 팀장님과 함께 하게 되었다.
묵묵히 서로 길을 걷다가 나에게 질문하셨다

"oo 씨가 봤을 땐 회사원이란 사람은 뭘 하는 사람 같아?"

회사원... 회의를 사랑하는 회원들?...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답을 했다.

"주어진 일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대응을 하는 직업이지 않을까요."

팀장님은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고 가볍게 눈웃음을 지으시면서 말씀해 주셨다.

"비슷한데, 회사원은 변수에 대비하는 사람이야. 특히 우리 같이 작은 기업은 더더욱.


변수에 대비하는 사람들.. 사실 하루 일과를 하다 보면 변수를 생각을 안한 건 아니지만 뜻대로 안 풀리는 날이 풀리는 날보다 2배 이상 많다.

그렇기 때문에 변수에 대비하는 사람.. 어쩌면 이게 정답일 것이다.


나는 되물었다.


"변수에 대비한다는 말은 가령 일 100을 받으면 150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그런 변수를 말하는 건가요?"


마스크를 써서 모르겠지만 미소를 띠고 아까보다 더 큰 눈웃음을 지으시면서 가볍게 대답해 주셨다.


"그런 변수도 좋은데 돌발 상황이 항상 일어나니까.. 그거에 대비하는 거지. 그리고

100을 받아서 150을 하는 사람보다 매일 같이 101을 하는 사람이 더 대단한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고 헤어졌다.

하지만 나는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사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사람이 있다.

100만 하는 사람, 150을 내는 사람, 90도 버거워 하는 사람 등등 모두가 조화를 이뤄야지 회사가 운영이 된다.

그런데 매일같이 101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매일같이 1만 더 하는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사실 내 근처에 있었던 팀장님이 매일 같이 101을 하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임원진들에게 꾸지람을 들어도, 막내가 실수를 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셨으니까 101을 한 사람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조차도 "버겁다"라고 말할 정도의 사회라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나는 회사를 다녀야 되기 때문에 다이어리에 자그맣게 메모해 두었다.


150을 한다고 연봉이 50% 오르진 않는다.

그러나 대단해지려면 매일같이 101을 할 필요는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