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할 당시에는 물류 관리직으로 들어갔다. 알다시피 운송장을 출력하고 배송을 보내는 반복적인 일이다.
그래도 고객들이 물건을 잘 받았다고 후기를 남겨주거나 포장이 꼼꼼하다는 칭찬을 하면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일을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표님께서는 나를 부르고 우리가 신사업을 오픈을 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사업 확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배송일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요."
별생각 없이 일반적인 대답을 했다.
"네 알겠습니다. 힘들겠지만 조금 더 신경 써서 관리하겠습니다."
중소기업이므로 인력 충원을 하기보다는 플라나리아처럼 나를 두 명으로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표님은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셨다.
"혹시 마케팅해볼 생각 없어요?"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블로그를 운영했었지만 그렇게 방문자수는 높지 않았고, 쿠팡파트너스를 했었던 경험이 있었지만 수익이 잘 나오지 않아서 관뒀었다. 사실 관심은 있었지만 아직 내가눈에 띄는 성과나 스펙은 따로 없었기에 직장을 다니면서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었다.
궁금한 나머지 나는 되물었다.
"제가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나요?"
대표님은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마케팅 사원들이 내성내만씨를 추천하셨어요."
나는 5층에서 근무를 하고 마케팅 사원들은 6층에서 근무를 한다. 그래서 접점은 그다지 없었지만 간혹 6층에 올라가서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막히고 있으면 내가 아는 선에서는 조언을 해줬던 적은 몇 번 있었다.
그렇지만 겨우 그 정도 가지고 마케팅 사원이 되기에는 포토샵을 잘한다거나, 디자인적인 감각은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에 기회가 된다면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런데 사뭇 다른 분위기로 아까보다 엄중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마케팅이란 부서는 기업에서 심장과도 같은 핵심부서입니다. 본인의 역량에 따라서 연봉이 오르고 내리고 하는 경우도 대부분이고 야근도 많아질 겁니다. 그럼에도 하실 건가요? 간단하게 생각하면 절대 안 됩니다."
떠보는 건지, 임하는 자세가 보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세 가지의 길이 나온다고 하는데 첫 번째 길이라고 생각해서 내용을 정리한 뒤에 다시 말씀드렸다.
"하고 싶습니다. 비록 연봉이 적더라도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고, 제가 생각한 내용들이 세상에 어떤 평가를 받는지 궁금합니다. 남들은 대기업에서 딱 정해 진일만 하는데, 저는 이곳에서 여러 일을 맡으면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가장 좋은 부서가 마케팅 부서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면접을 또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의 면접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채용공고를 올리고 마케팅 사원을 뽑기 시작하셨다. 그러나 일주일도 안되어서 나를 다시 부르시고 아주 짧게 말씀하셨다.
"해봅시다. 그리고 연봉은 지금보다 인상이 돼서 새로 계약을 하게 될 거예요."
그렇게 새롭게 계약을 하고 3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나는 인하우스 마케터로 근무를 하고 있다.
시작하기 전에도 마케터란 직업을 만만하게 보지 않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야근도 많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다. 부서를 옮기고 나서 한두 달 정도 심각할 정도의 야근이 반복되어 현타가 오는 순간이 많이 있었다.
그만둬야 되나 싶었을 정도로 일의 강도가 심했고 머리를 쓰는 일은 처음이라 그런가 실수도 잦았기 때문에, 어느 날부턴가가 회사에 가기가 싫어졌고 심지어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주말 내내 잠을 잤던 적도 있었다.
매일 핸드폰을 켜서 취업 관련 뉴스나 다른 기업의 공채 소식에도 눈길을 자주 돌렸다.
심지어 "지원하기"버튼을 누르고 다른 회사에서 제의를 받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괜찮은 조건을 가진 회사에서 면접 제의가 왔었다.
그 날 하루 심각하게 고민에 휩싸였었고 어떻게 나의 길을 정해야할지 모르겠었다. 내일까지 답변을 주기로 하고 잠깐 고민에 빠졌었지만 퇴근길 유튜브를 보고 지금 있는 회사에 남기로 결정했다.
강사 김미경씨께서 "인생의 방랑자"라고 소개하는 사연녀에게 인생충고를 해주셨는데 지금도 나는 그 말이 똑똑하게 기억에 남는다.
"인생을 깊이 있게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라이프 코치를 하겠대요. 웃기지 않나요? 인생의 내용을 술로 채우지 마세요. 한 번쯤을 내용을 채우는 찐한 노력이, 눈물겨운 노력이 있어야 해요"
한 번쯤을 내용을 채우는 찐한 노력과 눈물겨운 노력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나는 마케터가 되기로 했다.
스타트업의 거장 배달의 민족도 마케터 두 명으로 시작을 했다고 한다.
나라고 못할게 뭐가 있겠는가, 아직 창창한 26살 젊은이인데, 설령 배달의 민족처럼 되진 못하더라도 도전을 해봤다는 것은 큰 자산이 되고 경험이 된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케터가 된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인하우스 마케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