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성만 May 11. 2021

내가 성인이 되고 처음 느낀 공포

두 번째 직장 이야기


실화입니다.



아마 내 블로그를 아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본다면 조금은 놀랄만한 소식일 수도 있다.


작년 11월에 회사를 두 곳을 갔다. 지금 직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두 곳 중에 첫 번째로 들어간 곳에 대한 이야기이다.


10명에게 물어보면 5명은 아는 그런 기업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1차 면접과, 영어 설문지, 인성 검사, 2차 임원진 면접을 보고 들어간 공간인 만큼인 정말 기뻤다.


주변에서도 너무나도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그 회사에서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이 즐겁다고 여겨졌다. 그들의 경영방식,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등 배울 점이 무궁무진 한 곳에 들어간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도 못했었다.



11월 23일 월요일 첫 출근을 하는 날.


의연해지기로 했지만, 멈출 수 없는 입꼬리가 나를 자꾸 부추겼다. 새 옷도 사고, 노트도 사고 마치 대학기 새내기 마냥 즐거워했다. 1년짜리 계약직이지만 1년이면 무엇을 배우고, 적용하기에는 너무나도 과분한 시간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그래도 참 기뻐했다.


가서 따른 직원들과 인사를 나눠보는 생각, 임원진들과의 면담 등 드라마 "미생"에서 나왔던 오차장님과 김대리같은 사람이 있을 거 같은 행복한 상상 속에 젖어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회사 6층,


인사부에 들어가서 대기를 한다. 인사부 직원이 오더니 여기로 오시면 안 되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참고로 내가 들었던 직무는 물류관리 업무(입출고, 송장 관련 전산업무)였기 때문에 창고에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을 하였고 먼저 "담당자에게 인사를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하 1층에 도착을 하고 탕비실에 대기하고 있으니 키가 180이 조금 넘은 과장이라고 하는 직급의 사내가 오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안녕?? 옷은 여기에 걸어놓고 나를 따라오면 돼"


음... 초면부터 말을 놓는 행위는 어이가 없었지만, 남자 세계라는 공간에서는 흔히 쓸 수도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한 층을 더 내려가서 물류창고에 들어가게 된다.


그때 눈치챘어야만 했다. 그 공간을 탈출하기로...


남성들만 있는 공간. 내 또래의 젊은 사람들은 검은색 맨투맨을 입고 있었고, 중년의 어른들은 셔츠나 스웨터 같은 회사 의상이었다.


간단히 나의 소개를 마치고 바로 직무에 투입. 바쁜 시즌에 온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이해를 하였다.


나랑 나이가 동갑인 친구에게 업무를 배우던 중 신기한 점을 알았다. 젊은 친구들은 모두 계약직이고 중년의 어른들은 정규직이다.


정규직 직원들이 나에게 오더니 자신들을 형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높이 말을 쓰는데 그들은 자꾸 반말을 한다. 기분이 몹시 상했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나의 길을 가면 되니까 빨리 친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납득시켰다.


2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휴식시간이라면서 정규직 직원 몇 명과 계약직 직원 전부를 데리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로비로 간다. 그렇게 한 층 한 층.. 올라가 옥상으로 간다.


담배를 피울 사람은 담배를 피우고 바람을 쐴 사람은 바람을 쐬면 된다. 나는 비흡연 자기 때문에 동갑내기와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5분 정도 있었나... 휴식이 끝나고 다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와중에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다.


정규직 중에 제일 말을 험하게 하는 사람이 어떤 계약직 직원의 뒤 목을 두 손으로 잡는다. 그러고선 지하로 내려갈 때까지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도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가 웃는다. 억지로 웃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리 친해도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첫날에 의문만 든 채 넘긴다.



둘째 날


뭔가 배울 점을 찾아보기 위해, 그리고 더 열심히 살아서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던 일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어제 괴이한 광경을 목격해서 그런가... 일에 집중이 안 되지만 그래도 묵묵히 할 일을 했다.


그렇게 또 휴식시간이 되었고, 정규직은 계약 직원들을 데리고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우고, 비흡연자는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동갑내기 직원이 새 운동화를 샀다며 보여준다. 싸게 잘 샀다고 좋아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어디서 산 거냐고 관심은 없었지만 동조하면서 좋아해 주었다.


그러나...


휴식을 취하고 내려가려고 하는데 아직도 정규직 직원들은 흡연 중이었다. 쾌쾌한 담배 냄새는 참으로 싫었지만 잠깐 1분 정도만 참으면 되니까


그냥 참았다.


근데 이 1분 이후의 기억이 내 머릿속에서 잊히지가 않았다.


갑자기 사원증을 메고 있던 과장 한 명이


"어 이 XX 새 운동화 샀네?"라고 말했다.


모두의 시선은 동갑내기 직원의 운동화에 쏠렸고 다들 부러워하는 시선보다,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속으로 "뭐 장난만 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담배를 다 피고 재떨이에 넣으려던 담배를 가지고 동갑내기 직원의 운동화에 가져서 털려고 한다.


그리고 마시던 커피를 쏟으려고 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아무리 남자의 세계여도 이곳은 학교도 아니고, 사회 아닌가 사내 규칙이 존재하는데 저런 무질서한 행동을 하여도 되는 것인가?


어째서.. 어째서..?


동갑내기 직원의 대답도 놀라웠다.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진짜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라고 답을 한다. 마치 평소에도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답변이었다.


그렇다. 그들은 "직장 폭력"을 행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부터 관습 해온 문화 같았다. 나를 빼고 모두가 가만히 있었고 당하는 사람을 보면서 즐기고 있었으니까...


욕설, 장난이라고 가정한 일방적 손찌검 등등은 충분히 직장 폭력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부터 나는 공포에 휘말리게 된다. 정규직 직원들이 나에게 했던 이야기가 있다.


"일주일 동안은 계도 기간이라 야근 없고, 그냥 동료 계약직 친구한테 천천히 배워. 일주일 지나고 가르쳐줄게"


사실 나는 일주일이 지나면 출입증을 주기 때문에 그때 정식 교육을 받는다는 줄 알았는데 일주일이 지나면 나에게도 폭력을 행사할 권리가 생긴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소리로 들렸다.


그때부터 나는 감정이 굳어지고,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전에 어떻게 조금은 동경의 대상이고 선망이 되는 기업에서 이러한 행위가 펼쳐지는데 그냥 "장난"이라는 단어로 함축되어 표현하는 것일까라고 생각을 하고 인사부에 찾아간다. 그리고 사내 규칙 파일과, 취업규칙 파일을 내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게 되었다.


몇 분이 지나고 핸드폰이 울리고 전화를 받게 된다. 인사부 차장이었다. 통화는 정말 빨리 끝나고, 나는 그만두기로 마음을 굳혔다.


통화 내용은


"차장 XXX입니다. XXX 사원 맞으시죠?"


"네."


다소 흥분된 목소리였다. "사규가 궁금하셨다고 연락을 주셨는데, 그게 왜 궁금하시죠?"


나는 이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은 한통속일지 모르기 때문에, 이전 직장에서도 나의 모든 것을 말했다가 크게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말을 돌렸다.


"계약서를 쓸 때 사규라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직원이기 때문에 열람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차장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단호하게 대답했다.


"원칙상 계약직 직원들에게는 보여줄 수 없어요. 사내 규칙 대신에 취업규칙이 있긴 한데, 부장님을 통해서 저희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계약직 직원은 열람조차도 힘든 사내 규칙이고, 취업규칙은 상사를 통해서 열람을 해야 한다니...


나는 당황한 나머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 네.. 그럼 그렇게라도 처리해 주세요"


그렇게 통화를 끊었다. 그러곤 다짐했다.


군대식 문화와 수직적 문화가 팽배한 이곳에서 내가 정규직이 된다 한들 아무 의미도 없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쉬쉬하면서 공포에 벌벌 떠느니 그만두겠다고...


그렇게 퇴근시간이 6시 30분이 될 때까지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그러면서 이제 업무보다 그 들 한 명 한 명씩 관찰을 하게 된다.


나는 우선 계약직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그들의 태도나 눈을 관찰했다.


이십 대 후반과 서른 살인 형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나와서 정규직 직원들을 욕하면서 괴로워했다. 그러나 그만두지는 않고 다시 들어가서는 그들이 욕설을 해도 웃는 가면을 쓰면서 "네, 네"거린다. 그들은 이미 노예화가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에 재취업은 힘들다고 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내가 선뜻 대화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이 갔다.


세 번째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마찬가지로 옥상에서 욕설과, 따른 직원의 목덜미를 잡고 분명히 오전에도 한 행동인 담뱃재를 털려고 하거나, 커피를 쏟으려고 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맘이 떠나 있는 상태였지만 보면 볼수록 놀라웠다.


하지만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한 정규직 직원이 했던 말이 잊히지가 않는다.


"나는 너네 괴롭히는 게 왜 이렇게 즐겁냐"


순간 눈이 번뜩 떠지고 그를 노려봤다. 나는 그의 뒤에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직접적으로 볼 일은 없었지만, 10초 정도 계속 노려봤다. 그에 대한 일화가 있었는데 계약직에서 정규직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마도 아부와 라인을 잘 타서 정규직이 된 게 확실하다. 설령 아니라고 해도, 아니 아닐 수가 없다. 어떻게 그런 인성을 가진 사람이 정규직이 되는 사회인가...


그러면서 너무나도 겁이 났던 것은, 내가 만약 저들처럼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 차고 회사의 이름만 생각했다면... 일주일 후에 만약 회사를 다녔다면.. 나 역시 그대로 직장 폭력에 노출이 당할 것이었다.


그렇게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충격에 휩싸인 채 집에 들어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울었다.


무서워서 운 것도 있었지만, 하늘이 미워서... 신이 원망스러웠다.


" 어떻게 이런 광경을 목격하게 하는 것인가... 나는 좋은 회사에 들어갈 자격이 아직 없는 건가요"라고 나 자신을 한탄하고 세상을 원망했다.


그렇게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침대에 멍한 상태로 그대로 있는다. 그런 다음 물을 마시고 마음 치유를 하기 위해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고 글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블로그의 이웃분의 글을 보고 다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분인지는 말씀을 못 드리지만, 언더독의 인생을 살다가 사람이 좋아서, 사람을 위한 직업을 가지게 된다는 꿈을 가지신 분의 이야기를 목격하게 된다. 비관의 늪에 빠져있던 나에게 그 글은 삶의 빛줄기가 되었고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사람이 좋다. 그러나 세상에는 내가 잠깐이나마 만났던 그 계약직들처럼 눈에 힘이 없고, 자신의 인생을 노예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그래서 그런가.. 사람들을 치유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리고 성공해야만 한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신이 나에게 그런 사람들을 만남을 연결해 주는 이유는 꼭 도와주라고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나는 종교는 없지만 창조주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믿는 신조가 하나 있다.



신이 인간한테 선물을 줄 때" 시련"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선물을 준다 - 이지영


그렇기 때문에 내가 느낀 공포는 빠르게 지워질 수가 있었고 지금 이렇게 글로도 표현할 수가 있다.


나는 아직도 두렵다. 아직도 내가 봤던 그런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는 그들을 방관하고 도망가지 않고 도와줄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다. 그리고 그 날까지 쉬지 않고 달려갈 것이다.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 느낀 공포...



작가의 이전글 어느 날 내 직업이 마케터로 변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