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자까 Nov 21. 2022

네가 좋아하는게 뭔지 궁금한 마음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단박에 답할 것은 세븐틴, 독서, 글쓰기일테다. 그리고 그것이 왜 좋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할 자신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나의 존재를 입증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취향과 관련한 것들이 묻은 하루를 보냈다면 나는 그 하루의 말미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곧잘 그날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오늘 세븐틴 멤버 중 한 명의 생일이라서, 팬들이 꾸며놓은 생일카페를 갔는데,,,”로 시작해서 어떻게 꾸며놓았는지, 카페마다 어떤 특색이 있었는지, 받은 굿즈들이 대략 어떠했다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책과 관련한 하루를 보냈다면 “오늘은 망원동에 있는 독립서점에 갔는데,,,”로 시작한다. 그곳의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사장님이 얼마나 친절하고 유머러스했는지, 거기서 발견한 흥미로운 책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보통 이 이야기를 주로 듣는 대상은 동생이다. 하루의 시작과, 그리고 그 끝에 만나기도 하고 나의 느낌과 생각들을 전달해주고자 할 때 그 앞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동생이었다. 사람인지라 언제나 궁금증 가득한 눈을 하고 들어주는 것은 어렵지만 타인에 대한 관심보다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하는 대화도 쉬운 것은 아니다. 괜히 내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어주는 것 같지 않으면 괜시리 마음 한 구석이 서운해지기도 한다. 


전에는 왕왕 그런 생각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고, 아주 집중해 주고, 그리고 내가 말하는 꿈에 대해서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하지 않고 진지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친절하게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이다. 거의 유니콘 수준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내 주변에는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 주는 사람이 어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지인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그도 동생이 있었는데, 사이가 막역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래서 형제끼리 친한 사이를 보면 참 부럽다고. 그리고 나에게 “너는 동생이랑 사이 좋아?”라고 물었다. 나는 동생이 있다고 밝히는 순간 그런 질문을 참 많이 받았고, 그럴 때마다 일말의 의심도 없이, “응! 친구같아.”라고 했다. 그러면 상대방의 반응은 부럽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그는 또 한 번의 질문을 던졌다. “동생은 뭐 좋아해?” 그 질문을 받고선 바로 대답할 준비를 하려는데, “야구,” 그 이상의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차근히 생각해보려 해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음악 취향은 뭐더라? 감성힙합이나 팝송 등을 자주 트는 것 같은데, 예능도 자주 보고. 근데 예능 보는 것을 취미라고 말할 수 있나? 싶었다. 


말문이 막힌 나를 보면서 그는 ‘뭐야~ 친한 것 맞아?’라고 하는데 나는 유구무언일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내 취향에 대해서, 관심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작 나는 동생의 관심사에 대한 질문에도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친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물리적인 대화시간이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구나 싶었다. 


같이 저녁을 먹고선 동생에게 넌 어떤 음악 장르를 좋아하느냐고 대뜸 물었다. 감성힙합? 팝송? 아이돌 음악? 등을 물었을 때, 다크한 걸그룹 노래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매일 유튜브로 감성적인 비지엠을 트는 것만 들어서 음악 취향도 그럴 줄 알았는데, 레드벨벳의 몬스터, 사이코 같은 노래를 좋아한다고. 사이코는 명곡이라는 것에 동의를 하면서, 예전에 동생이 자긴 솔로여자가수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던게 생각났다. 


그리고 야구를 좋아하는 것은 확실히 알았지만, 내 취향이 아니어서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떠올라 “야구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문외한의 입장에서 볼 때는, 공 던지고, 공 받고, 공 치고, 달리고 밖에 몰랐다. 동생은 그 질문을 받고선 야구의 룰에 대해, 그리고 매경기 비슷해 보이지만 어떤 점이 다른지 신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종국에는 1시간 동안 대한민국 베스트 야구 경기의 하이라이트까지 봐야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자긴 이 경기를 직관하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며, 한 투수의 공 던지는 장면을 여러 번 보여주면서 이 공이 왜 잘 나간 공인지, 얼마나 공을 잘 던지는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 사실 중간부터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동생의 관심사에 대해 묻는 질문 하나가 이렇게 사람의 기분이 업시키는 것인가 싶어 신기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동안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알고있다고 생각한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다시 붙잡아야 하겠지만 서로가 가진 취향을 이해하고 그 세계를 한 번쯤 들어보려고 하는 것.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니, 한번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오늘따라 반갑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