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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 Nov 30. 2022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기까지

새벽과 자투리 시간 이용하기


예전에는 블로그나 브런치에 업로드할 글을 쓸 때, 시간을 정해놓고 쓰곤 했다. 대부분 다음 일정까지 시간의 여유가 있거나 아예 다른 약속이 잡혀 있지 않는 날들 위주로. 여유롭게 책상에 앉아, '본격적으로 글을 써볼까'라는 생각으로.



출산을 하고 난 후, 그런 여유를 갖는 게 불가능해졌다. 나를 위한 시간이 줄어들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 이상이었다. 아이가 자는 시간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다. 육아를 하면서 체력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늘 항상 피곤하고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몇 개월이 지나니 새로운 역할과 일상에 적응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날마다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꾸준히 육아일기를 썼고, 한동안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글을 열심히 업로드한 적이 있다.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시간적 여유는 줄어들어만 갔다. 총 낮잠 시간은 점점 더 짧아져 갔고, 밤 7시쯤 잠에 들던 아이는 8시가 넘어서 잠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글쓰기를 소홀히 하기 시작했다. 자유시간이 줄어들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글을 쓸 여유가 없기도 했다.



더욱더 바빠질 일상에서 과연 나는 글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직장에 복귀하고,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또 다른 하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피곤하지만 아이와 최선을 다해 놀아 주고,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재웠다. 그렇게 아이가 잠에 들고 나면 글쓰기는커녕 산더미 같이 쌓인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혼자만의 시간조차 가질 수 없었다. 손가락을 움직일 힘조차 남아있지 않는데, 책상에 앉아 글을 쓸 수 있을 리가.


반복되는 일상에,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 가고 있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의욕이 떨어지고 무기력 해져 있었다.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다고 느껴졌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가다간 또 다시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어 두려웠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다행히 나는 이 문제의 해답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예전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 그렇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절실했다.



조용하고 어두운 새벽시간,
나만의 시간



다음 날,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났다. 수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처음에는 피곤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습관으로 자리 잡히고 나서부터는 괜찮아졌다.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하루의 첫 시간을 글을 쓰며 보냈더니, 오히려 하루를 더 파이팅 넘치게 시작하게 되었고, 어지러운 생각들이 정리되는 느낌도 받았다. 자존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삶이 다시 즐거워졌고, 하고 싶은 것들이 넘쳐났다.

잊고 있던 브런치가 생각났다. 


새벽시간에는 주로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을 쏟아낸다. 그곳에서부터 글감을 얻어올 수는 있지만 브런치용은 아니다. 바로 공개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럽고 사적인 글이기 때문이다. 수정하고 다듬는 과정이 필요한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적 한계에 부딪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때, 감사하게도 이런 내용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시간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보세요.


5분, 10분은 짧지만 그 시간들이 모이고 모이면 길어진다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루 10분씩 글을 쓰면 일주일에 1시간 10분이 된다. 이 주면 2시간 20분. 글 한편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워진다. 그제야 잘못된 생각들에 갇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책상에 자리 잡고 앉아서 글을 써야 한다는 룰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쓸 수 없다는 핑계를 되며 언제 올지도 모르는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던 내가, 몇 시간씩 앉아서 쓰는 시간이 사라졌다고 해서 브런치에 글 올리는 것까지 포기하려고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시 도전해보려고 한다. 시간을 찾아 직접 나서보려고 한다. 지하철 출근길이든, 자기 전 침대에서든, 짧은 시간만 있으면 쓰려고 한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보기로. 일주일에 글 하나를 완성하기는 어렵겠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기로 나 자신과 약속해본다. (약속의 첫 결과물이 바로 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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