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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 Jun 21. 2022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화려한 글솜씨보다 진솔한 이야기



1998년, 스페인으로 이민 온 해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성화돼 있지 않을 때이다. 편지가 유일한 소통수단이었던 그때는, 몇 분 사이에 많은 소식이 오고 가는 지금과 달리, 며칠, 또는 몇 주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래서였을까? 한국을 떠나면서 몇몇 친구들의 주소를 적어 오긴 했지만,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게 서서히, 한국과의 인연이 끊겼다.


한국어를 접할 기회는 오직 가족하고 오가는 대화와 한국에서 자주 읽던 10권도 되지 않던 만화책뿐이었다. 한국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서 보았더니, 종이가 너덜너덜 해졌다. 그리고 자주 썼다. 스페인어를 모르다 보니 소통이 불가능했고, 나의 답답함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는 일기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워서 읽고 답답해서 썼다. 이렇게 쌓아온 독서 습관과 기록이 나에게 좋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읽고 쓰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책을 사지 않아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읽기만 했던 내가, 작가가 되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나는 내가 쓴 글을 아주 가까운 가족 또는 친구에게조차도 보여준 적이 없다.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게 솔직히 너무 부끄러웠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비판하거나 나를 싫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다. 몇 년 동안 나만을 위한 글을 쓰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작은 세상 안에 사는 나를 발견했다. 늘 같은 이야기, 같은 고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성장할 수 있는 기회,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용기를 내기로.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글을 한 편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혹시 내가 쓰는 문장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닌지, 또는 내가 쓰는 단어에 더 적합한 표현이 있는지, 검색하기 바쁘다. 글을 다 쓰고 맞춤법 검사를 하면, 이곳저곳 빨간 표시가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전하기로 했다. 일단, 한국에서 교육받고 자란 사람들에 비해 한국어 실력이 많이, 아주 많이 부족하기에 그만큼 더 노력하고, 더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단지 너무 빨리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신청서를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첫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불합격이란 결과는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


탈락한 이유를 찾기 위해 글들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봤다. 어떤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까? 글솜씨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제외했다. 실력이 부족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다. 쓰고, 쓰고 또 쓰는 수밖에. 계속 재도전하는 수밖에. 이렇게 화려한 '글솜씨'를 제외하고 나니 '주제' 밖에 남지 않았다. 매력적인 글을 쓰기 위해 지극히 평범한 나의 삶에서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나'만의 것을 모아야만 했다. 그렇게 벌거벗은 내 모습과 마주했다. 정말 솔직한 마음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형편없는 글솜씨였지만 색깔을 입히고 나니, 조금 그럴싸해 보였다. 다음 날, 합격했다는 알람을 받았다. 그때, 깨달았다. <브런치>는 화려한 글솜씨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찾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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