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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로나 Nov 29. 2023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이 없어지는 이유

삶의 궤적과 가족

이번에 갈아타기에 성공한 A씨는 요즘 고민이 있다. 아내가 이번에는 집들이를 하자는 것이다. 결혼하고 한번도 집들이를 안했는데 이번엔 다르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를 알아보고 집을 꾸며서 그런지 꼭 친구들을 불러서 밥이라도 먹자고 한다. 


A씨는 기분이 좋다. 어떤 친구를 불러야 하나 머릿속을 떠올렸다. 그러나 예전처럼 쉽사리 친구들을 부르는게 쉽지 않다. 친구들이 주식으로 어려워하는데 꼭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욕만 먹을 것 같다.


그냥 이번에 집 살 때 도움을 주었던 형네 가족에게만 연락해서 밥이라도 먹어야겠다.        





   

삶의 궤적이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없어집니다.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2030 미혼일 때는 내가 불편하지 않으면 괜찮았습니다. 친구들이 하자고 해서 우루루 몰려가 재밌게 놀고 하루를 보내도 나 하나만 즐거우면 됩니다. 친구와 생각의 결이 조금 달라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지금 중요한 것은 아니고 친구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혼일 때는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 생깁니다. 내 가족이죠. 특히 아이가 생긴다면 무조건 생각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원해도 가족이 원하지 않으면 안합니다. 가족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기혼이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지켜야 할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된 30대가 지나면 어느 정도 삶에는 방향성이 생깁니다. 이즈음 부터는 스스로 생각하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신중해집니다. 선택 하나 하나가 중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죠. 왜냐면 20대 때 선택의 결정이 하루하루 켜켜이 쌓여 30대의 내가 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막 30대에 들어설 때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30대 후반이 되면 30대 초반의 중요한 결정들이 큰 격차를 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됩니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도, 사회초년생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도, 30대가 지나면 자신의 삶의 방향을 잡게 됩니다.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그리고 혼자있는 시간도 소중해집니다. 30대가 넘었는데 아직도 혼자있는 시간이 불안하다면 자신에 대해 아직도 공부가 덜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나랑 생각이 다른 사람과 만남을 이어가며 의미없는 시간을 소비하기가 아깝습니다. 그럴바엔 차라리 혼자 노는게 낫죠.      



Image by Ingo Jakubke from Pixabay



친구가 없어지는 구체적인 이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첫째, 자산


위 A씨는 집들이를 생각했을 때 단톡방에 자주 교류하는 학창 시절 친구를 부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이유는 한 친구가 최근에 코인으로 크게 돈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또 한 친구는 이차 전지 주식으로 큰 손해를 보았습니다. 


단톡방에서 돈 이야기를 가끔 하지만 집 이야기가 나오면 많이 불편한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간 집의 가격이 너무 뛰어서 최고점에 잡은 친구도 있고, 아직도 집값이 떨어지면 산다는 친구도 있습니다. 연초에 청약이 당첨되었지만 포기한 친구도 있습니다. 좋은 가격의 청약이 나와도 예전처럼 섣불리 추천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주식 때문에 코인 때문에 자주 우울하다고 합니다. 그 친구들 때문이라도 집들이를 부르기가 뭐합니다. 꼭 나만 잘났다고 자랑하는 것 같고, 괜히 친구가 속상할 것 같고 어렵습니다.   

   

반면 사회에서 만났지만 투자의 결이 비슷한 친구와는 돈 이야기, 집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하게됩니다. 세금, 대출, 청약 등등 자신이 겪었거나 친구가 겪은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해결책을 찾게 됩니다. 이 친구도 대출이 당연하고 세금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사례 공유가 참 도움이 됩니다.      




둘째, 결혼 여부


결혼은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인생 이벤트입니다. 혼자가 아닌 둘이 되지만, 한 몸으로 생각해야 하는 중요한 기점입니다. 삶의 계획을 함께 세워야합니다. 평생동안 같이 갈 길이라고 생각하니 참 생각할 게 많습니다. 경제적인 것 뿐만 아니라 가치관까지 지금까지 살던 것과 180도 변하게 됩니다.   

   

미혼 때처럼 똑같이 살겠다는 사람은 결혼하지 마세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책임감이 없는 거죠. 20년 이상 다른 환경, 다른 부모에서 자란 사람이 결코 생각이 같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집안이라는 다른 문화가 합쳐지는 것이 결혼입니다. 필히 갈등이 생깁니다. 내가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배울 것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 그중에 가장 핵심인 부부, 우리 가족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많은 것이 변합니다. 변화를 기꺼이 감수해야 합니다. 그게 그렇게 불행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편안한 가정이 주는 안정감은 사회 생활 뿐만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을 발전시킵니다.           




셋째, 자녀 유무


자녀는 결혼과 이어지는 생애주기 중 가장 큰 이벤트입니다. 미혼, 기혼일 때 다르고 기혼은 자녀 유무에 따라 생활이 180도 변합니다.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더욱 미혼일 때처럼 행동 할 수 없습니다. 미혼은 결코 기혼을 이해 못하고, 기혼 중에서 자녀가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을 결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자녀를 낳은 다음에 또 생활이 한층 크게 바뀌게 됩니다. 내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고, 주어지는 작은 시간에도 감사하게 됩니다.      


그 소중한 작은 시간에도 가족을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 생깁니다. 어쩔수 없죠. 그러나 그러면서도 조금씩 생기는 나만의 작은 시간의 달콤함...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죠. 이해못합니다. 솔직히 의미 없는 모임은 시간이 아깝습니다. 그냥 혼자 있는 게 낫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할 시간이 없는데 의미없이 나가서 술먹고 관계 유지하는데 시간을 쏟다니요. 모여서 남들 험담이나 하고 친목다지기나 하는거 저는 싫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젊었을 때의 작은 결정들이 모여 큰 결정을 만들고 삶의 궤적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러면서 나의 궤적 밖의 사람들에게는 소원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결국은 가족만 남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나를 존중하는 사람들만 남게 됩니다. 친구들도 결국 가족을 찾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 들수록 친구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켜켜이 쌓은 작은 습관과 결정이 현재의 나를 만듭니다. 그 궤적에 있지 않은 친구는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비슷한 방향을 가진 친구가 있다면 같이 가는 것입니다. 맞지 않는 친구를 잡으려 노력하지 마세요. 삶의 궤적이 다르다면 아무리 잡아도 멀어집니다. 친구보다도 내 곁의 가족에게 더 시간을 보내세요. 친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족입니다.     

 

오늘은 집들이가 고민이라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이들수록 친구가 없어지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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