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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버 May 22. 2024

5월 21일. 내 차는 안전해

오늘의 뮤지컬 <쓰릴 미> -'Roadster', 'My Glassess


1924년 5월 21일, 미국 시카고. 한 소년이 납치되어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순수한 아이를 대상으로 무자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다름 아닌, 이웃에 살던 두 천재 청년들이었습니다. 


레오폴드와 로엡. 부유한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났고 지능이 뛰어나 일찍이 시카고 대학에 입학한 천재 소년이었던 그들은 일상의 무료함을 범죄를 통해 해소해왔습니다. 자신들의 지능이라면 '완전 범죄'라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믿었고, 증명하려 했죠. 처음에는 절도, 방화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가끔 차량 절도를 하기도 했었지만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았어요. (물론 범죄는 범죄입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이런 것들로는 더이상 성에 차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고, 더 자극적이고 흥분될만한 범죄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납치 살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그 '완전 범죄'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했습니다.

아이의 부모에게서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상류층의 아이들 중 대상을 정했습니다. 경악스럽게도 이 희생자의 후보에는 로엡의 동생도 있었는데, 형제를 죽이면 여파가 너무 커질까봐 단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범죄를 위해 협박편지를 구상하고, 가상계좌도 열고, 납치에 쓸 차도 빌려

5월 21일, 계획을 실행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목표로 한 희생자를 찾아 데려가 죽이고, 신원을 파악하기 힘들게 훼손한 후 협박편지를 부치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결정적인 증거 때문에 둘은 금세 붙잡히게 되었고,

99년형을 받으며 그들의 완전범죄의 꿈은 끝이 납니다.




이것이 바로 '레오폴드&로엡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사건 자체의 잔혹함, 범인들의 정체, 범죄를 저지른 이유 등으로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레오폴드와 로엡 이 두 사람의 관계와 범죄 전후의 이야기들에 특별한 점이 많아 여러 장르의 작품으로 태어나기도 했는데요.

대표적인 작품으로 뮤지컬 <쓰릴 미>가 있습니다.










2003년 미국 뉴욕 미드타운 국제연극제에서 초연된 후 한국에서는 2007년 초연되었는데요.

당시 초연이 말그대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회전문'을 도는 마니아 관객들 뿐만 아니라 작품의 명성을 익히 들은 새로운 관객들에게도 골고루 인기를 끌면서 2022년까지 거의 매년 올라오고 있는 작품입니다.

(*회전문: 같은 공연을 여러번 보는 것)










이 작품의 넘버를 소개하며 마무리할게요.







사건의 시작인, 두 주인공이 아이를 납치하는 장면에서는 'Roadster(내 차는 안전해)'라는 넘버가 나옵니다.

무대가 어두워지고 그림자만 보이는 '그(로엡)'가 나긋하고 달콤한 목소리로 아이를 유혹하고,

그 '멋진 차'가 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내요.



반짝이는 멋진 스포츠카

내가 한번 태워줄까


한바퀴 돌아봐 집에 데려다줄게

운동장 한바퀴 돌까 다 쳐다볼거야 널

나랑 함께 타고 가면 모두 부러워할걸

걱정마 내 차는 안전해



 - 뮤지컬 <쓰릴 미> 'Roadster' 中




소름돋는 범죄의 서막이지만,  이 장면은 그 노래를 듣는 누구라도 '그'를 따라가고 싶어질만큼

매력적으로 그려집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잠시 그의 노래에 솔깃할 뻔했다가, 이어지는 그들의 행각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되죠.






그런데 아쉽게도 이 장면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영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대안이 좋을지 고민하다 선택한 곡은 바로 'My Glasses / Just lay Low(내 안경/진정해)'입니다.




완전범죄를 해냈다는 만족감을 누리고 있던 그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신문 기사가 납니다.

살인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안경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앞서, 레오폴드와 로엡이 붙잡히게 된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고 했죠?

그 증거가 바로 이 안경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안경은 안경제작사에서 밖에 생산하지 않은 아주 희귀한 안경이었어요.






그 안경의 주인인 레오폴드(극 중 '나')는 불안에 떨며 로엡('그')에게 전화를 걸고,

로엡은 그런 레오폴드를 고작 안경 하나일 뿐이라며 진정시키는 넘버가 바로 'My Glasses/Just Lay Low'입니다.


그럼 한번 감상해보실까요?


https://youtu.be/V8GR8nMz-JY?si=ktk1XsuHqhvU8OTZ





* 여담으로,  이 작품을 한 배우들 중에는 뮤지컬계에서나 무대 밖의 장르에서 유명해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류정한, 최재웅, 강필석 등의 배우들부터 시작해 김무열, 강하늘, 지창욱 등의 배우들이 쓰릴미를 거쳐갔죠.

그래서 이 작품은 실력있는 배우 발굴소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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