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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버 Mar 17. 2024

3월 17일. 그 편지를 잡고 있어야 살 것 같아서

오늘의 뮤지컬, <팬레터>-'해진의 편지'





소설가 김유정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다 스물 아홉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죽기 십여일 전인 1937년 3월 18일, 친구 안회남에게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필승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불면증으로하여 괴로운 시간을 원망하고 누워있다. … (후략)"



후략된 부분에는 유정의 고통스러움이 절절히 쓰여 있는 편지였어요.






김유정은 '동백꽃', '봄봄' 등 일제강점기 당시 농촌의 현실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소설들을 남긴 것으로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이상, 김기림, 이태준 등이 속한 문인단체 '구인회'의 회원이기도 했죠.



그 구인회를 모티브로 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있습니다. 바로 뮤지컬 '팬레터'입니다.




2016, <팬레터> 초연 포스터





이 뮤지컬에는 김유정을 모티프로 한 김해진과

가상의 인물인 '정세훈'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원래 김유정이 속해있던 구인회는 여기에서 '칠인회'로 그려져요.





그런데 왜 작품 제목이 '팬레터'일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포스터 속의 여인은 또 누구일지도요.






작품 속 세훈은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재능도 있었습니다. 그는 '히카루'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이름으로 쓴 글들이 호평을 받게 됩니다.


한편 소설가 김해진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던 세훈은,

어느날 히카루의 이름으로 김해진에게 편지를 보내. 그런데 그 편지를 받은 김해진 히카루의 글에, 히카루에게 푹 빠져 버린 것입니다. 그녀의 글만 보고 말이죠.

진은 그녀의 편지를 기다고, 그녀를 생각할 때는 자신의 괴로움도 잊었습니다.


훈은 그런 그를 볼때마다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히카루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한 채 계속 편지를 주고 받아요.




시간이 흘러 김해진이 죽고난 후

세훈은 칠인회의 회원이자 해진의 절친한 벗이었던 이윤(이상을 모티프로 한 인물)을 통해

해진의 마지막 편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편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세훈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눈이 어두워서 짧게 적는다.

(음악 시작)

모든 일은 나로부터 비롯되었다. 잘못된 환상에서 깨고 싶지 않아서,"






실제로 김해진의 모티프인 김유정은 자신과 함께 잡지에 글이 실렸던 여성 박봉자에게 마음을 뺏겨 30여통의 연애편지를 쓰며 접근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일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든 뮤지컬이 바로 <팬레터>라고 하는데요.









김유정이 친구에게 남겼던 편지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편지, 아니 이 넘버의 제목은 '해진의 편지'입니다. 그리고 실제 편지보다 하루 이른 삼월 십칠일에 쓰였죠.





해진에게 히카루와의 편지는 어떤 의미였을지,

세훈은 왜 끝내 자신을 밝히지 못했는지,

마지막 해진의 편지의 주인은 왜 세훈인지,

그리고 일제강점기 젊은 문인들의 열정과 우정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지.

2016년 초연 후 사연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뮤지컬 '팬레터'를 통해 만나볼 수 있기 바랍니다.


https://youtu.be/iArLtK0De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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