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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Jan 01. 2024

개인의 자유는 필수, 커뮤니티는 선택

디지털 노마드족인 나를 위해, 필요한 도시 그리고 도시브랜드

266번째 에피소드이다.


내 고질적인 게으름으로 인해 어쩌다보니 새해를 맞이해 에피소드를 기록하게 되었다. 노마드족 피가 흐르는 천성이 연말 내내 제주도 모슬포항에 머무르게 했다. 그 기간 한 권의 책을 읽으겸 가방에 꾸역꾸역 챙겼는데 모종린 교수의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나다움을 찾는 확실한 방법'이다. 골목길 경제학자로 유명한 학자로, 로컬과 개인이란 키워드를 중요시 여긴다. 책에선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란 계층을 규정하고 그에 맞는 산업의 변화, 또한 그 계층이 소비패턴에 영향을 미쳐간 혁신들을 기록하고 있다. 부르주아 이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짧은 기간으로 분류했기에 사실 구분이 어렵고 유사한 특징들을 다수 가지고 있다. 다만,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건 '반문화'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반문화가 그 시점에선 실패했다고 생각되지만, 몸집을 사회에 계속 맞춰 변형하면서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현재 우리가 부르는 다수의 혁신기업의 탄생, 나다움을 표현하는 소비패턴, 탈물질주의를 벗어 나고자 하는 가치관 형성 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 역시, 반문화를 정면으로 표출하는 나다움을 갖추고 있다. 유교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서른중반으로 보기드물게 압도적 개인주의자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모두 나다움을 찾기 위한, 또는 지켜나가기 위함이다. 책을 통해 분류해본다면 나는 노마드와 힙스터를 합쳐 놓은 성향이다. 도시를 좋아하지만, 갑작스레 도시를 떠나 로컬,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성향을 가진다.


MZ세대라고 불리는 세대는 내가 수용할 수 조차 없다. 나 역시, 그 세대 중에선 압도적인 개인주의자이지만 M세대(80년대)의 끝자락에 있는 나란 사람은, Z세대(90년대)를 따라갈 수 없다. '인간의 사회적 동물이다'를 몸소 체감하며 밥을 벌어먹고 살기에 타협적 개인주의일 뿐이다. Z세대는 개인주의자 중의 개인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소비를 촉진하며, 일하고 싶어 모여드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책에서 쓴 표현을 좀 빌리자면, "개인의 자유는 필수, 커뮤니티는 선택"이다. 느슨한 연대라고 부르는 방식의 커뮤니티는 존재해 가끔씩 찾아오는 고독감과 외로움을 벗어날 수 있되, 강제된 참여가 아닌 크루 형태의 취미, 패션, 식습관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존재해야 한다. 그 속에서 개인의 자유는 본연의 목적을 온전히 찾고 누구보다 더 발현해 혁신기업, 창조와 창의가 발현된다. 꼭 대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기대보단, 나란 사람의 존재를 발견해줄 수 있고 일정수준의 경제적 부까지 동반할 수 있다면 족하다. 그렇기에 로컬에서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로컬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그에 부합할 수 있기에, 이와 관련된 분야의 미래성장에 기대를 걸어본다. 코로나가 십여년은 앞당겼다고 평가하는 온라인 커머스 시장 기술력은 로컬에서도 충분히 컨텐츠만 소비자에게 설득된다면 경쟁력이 있음을 뒷받침한다. 설득할 수 있는 건, 비즈니스의 내러티브이자 그 내러티브 속 개인의 나다움이다. 압도적 대량생산과 가격경쟁력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의 내러티브와 로컬 비즈니스 속 내러티브의 가장 근본적 차이는 바로 '개인' 그리고 '나다움'이다. 이를 설득력있게 찾아낸 도시 그리고 개인은 로컬에서 반드시 승리자로 기록될 수 있다. 앞으로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 확신한다.


제주 모슬포항은 아직까진 다소 뚜렷한 브랜드가 있지 않다. 제주공항 근처의 도시화된 번화가가 아닌, 애월의 카페 관광지가 아닌 휴양지 느낌이 강하다. 제주 남쪽 끝에 위치한 모슬포항에도 이 변화의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을 맞추듯 힙한 F&B시설이 생기기 시작하고, 게스트하우스로 장기투숙객들이 생기고 있으며 해변가를 따라 자전거도로가 정비되고 있다. 즉, 도시가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있는 동안 나 역시, 해가 지기 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해변가 자전거도로를 따라 나만의 라이프스타일 속에 중요하게 위치한 5km 러닝을 했다. 도시 속 삭막한 헬스장 러닝머신을 뛰는 행위보다 해가 지고 있는 해변의 자전거도로를 바람과 함께 뛴다는 건 낭만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상쾌함을 넘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제주 모슬포항이 노마드족이자, 개인주의자인 내게 영원한 휴양지로 남을지는 미지수이다. 브랜드도 방향성을 잡아가다보면 내겐 맞지 않는 곳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또 어딘가의 대안제를 찾아 떠날 것이다. 다만, 제주 모슬포항의 도시브랜드가 나를 계속 설득하고 찾아오게끔 유도하는 곳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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