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겠는 일상들
브런치란 플랫폼에서 가끔씩 푸쉬기능으로 안내메시지가 온다. 요약하자면, 글을 자주 써야 한다는 말이다. 즉, 내가 그만큼 요새 글을 쓰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귀찮니즘의 부활과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겠는 일상들이 주요 원인이다. 몇가지 일들을 흘러가듯 써내려 가려고 한다. 별 의미와 뜻은 없다. 순간순간의 감정일뿐이다.
먼저, 아버지는 열심히 재활을 하고 계시지만 크게 진전은 없다. 간병 또는 병문안을 가면서 아버지의 심난한 모습과 마주한다. 재활은 끝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언제, 무슨 계기로 갑자기 좋아질지 모르기에 의사 선생님도 동일한 문장만 반복한다. "지켜봐야죠" 가족들은 희망을 놓치 않기에 아버지의 옆에서 희망이란 두 글자가 희석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다음은 선거시즌이었다. 적극적인 정치참여자가 되기로 마음 먹기로 한 후 그 시즌이 되면 최소한 뉴스라도 챙겨보곤 했다. 생각보다 내가 몸담았던 정당의 상황이 녹록치 않았고 나는 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시간을 내 도왔다. 다행히도 내 개인적으로 도왔던 분은 좋은 결과가 있었고 나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는 집단지성의 신봉자로, 국민들의 선택을 믿는다. 정권을 심판하냐 또는 견제하냐, 그리고 개헌과 거부권 행사 혹은 탄핵가능 저지선을 신기하리만큼 지켜주면서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 선택에 따라 개혁하고 변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영영 민심을 돌아오지 않을 거다. 다음은 하프 마라톤이다. 마의 2시간의 벽을 깨는데 실패했다. 연간 2회 정도는 하프마라톤을 뛰겠다고 했고 상반기는 대구 마라톤과 함께 했다. 작년도에 어이없게 늦잠을 자서 참여를 못한 마라톤이었는데 새벽에 눈이 떠졌다. 대구 마라톤은 사실 이번에 개선점이 많았다. 우선 참여자 친화적이지 않아, 집결장소가 너무 불편해 몸살을 앓았고 내부적으로도 안내가 미흡해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혼동하기 일수였다. 대미를 장식한 건 이번 시즌에 갑자기 추가된 풀코스 마라톤 릴레이라는 것이었는데, 난 이번엔 정확히 말하면 하프 마라톤을 뛴 것이 아니라 풀코스 마라톤 릴레이 단독을 뛴 것이다. 즉, 마라톤을 1/2로 나눠서 릴레이 방식으로 뛰는 것인데 살짝 누가 기획한 것인지 몰라도 폐지가 시급하다. 소수가 릴레이를 하고 싶은 수요가 있을 순 있겠으나 절대 다수가 그걸 원하지 않을 뿐더러, 1번 주자와 2번 주자에 대한 안내의 미흡 더 나아가 1번 주자가 완주 후에 다시 출발점인 곳으로 돌아와야 하며 2번 주자는 물품보관소에 일찍 짐을 맡기고 2번 주자 바톤터치 지점에 기다리고 있다가 3시간 뒤에나 바톤터치 후 2번 코스를 뛸 수 있었다. 즉, 딜레이가 심화되고 교통통제 또한 오후에도 계속되어 전반적으로 최악이었다. 물론 나는 이를 예상하고 단독으로 1번 주자로 뛰고 끝내버렸다. 단, 나 역시 다시 출발선으로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지하철과 순환버스를 타고 도착해야 했다. 내 하프마라톤 완주에서 2시간은 마의 목표이다. 이번에도 2시간 4분 가량으로 완주했고 단 한번도 쉬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했지만 2시간 내에는 완주할 수 없었다. 완주하고 반드시 보완해야 할 점은 15km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을 보완해야 할 점을 찾는 것이었다. 거의 좀비같이 흐느적거리면서 겨우겨우 완주하는 페이스 보완을 하지 못하면 마의 2시간 코스는 도저히 깰 수 없을 것으로 철저한 자기객관화를 했다. 마지막은 직장과 학업의 병행인데 쉽지 않다. 직장은 직장대로 내게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스타트업들은 요새 극심하게 힘들어서 인원감축과 수익성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즉,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것인데 여간 쉽지 않다. 다만 내게 기회가 주어지고 권한과 능력을 활용해 입증만 할 수 있다면 재밌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또한 이와 더불어 학업도 병행하고 있으니 하루를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 모른다. 영어 공포증을 극복해야 하기에 굳이 영어를 많이 쓰는 것들을 선택해서 발표를 한다거나, 논문과 리서치를 직접하고 있다. 할 때마다 입에선 욕이 절로 나오지만 그대로 꾸역꾸역 해내고 있다. 덤으로 간간히 시간을 내 만학도 학생들을 만나는 건 기쁨이다.
그간 근황들이었다.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할 수 없을 만큼 정신없이 흘러간다. 최근, 누군가를 만나 날 보더니 얼굴살이 많이 빠지셨네요. 그리고 이제 나이를 드시나 보다. 머리카락 속에 흰머리가 히끗히끗 보인다 라고 했다. 좋은건가? 나쁜건가? 다만, 내가 그걸 눈치채지 못할만큼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 그 시간 속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고 성취를 이루고 가족애를 발견하고 또 더 나은 삶을 계획하고 실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