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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성인학습자에 진심인 나?

성인학습자, 그 분들에게는 무언가 그 간절함이 있다.

by 커피 한잔의 여유

289번째 에피소드이다.


'성인학습자'에 관심을 가진 지는 꽤 되었다. 아버지가 대학에서 그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한몫 했을 것이고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그 분을 가르치면서 선험적으로 쌓게 되는 경험도 한몫 했을 것이다. 쉽게 말해 만학도를 일컫는데 난 이들이 지역 대학의 급격한 쇠퇴와 소멸을 당분간 버티고 지탱해준다고 믿는다. 단, 지역 대학이 그 수요에 맞춘 다양한 포지셔닝을 해야하지만 말이다. 그 버팀의 시간 동안 지역과 지역 대학은 혁신적인 시도를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반드시 꾀하면서 가야하는 이중고를 떠안고 있다는 점은 난제이긴 하다. 오늘 내가 그 동안 창업 교육으로 도움드렸던 분들께서 졸업을 하셨다. 나야 하루가 바빠서 챙길 겨를도 없었지만 나이 지긋하신 분께서 메세지가 한 통 오셨다. 졸업장을 든 본인 사진과 함께 고맙다는 말을 구구절절 나열한 내용이었다. 나보다 대략 서른살은 더 많으신 그 분의 도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랑 그 자체이다. 난 그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또는 누구도 추천하지 않았던 길을 걷는다는 건 그 자체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정말 대단하다. 그 분 메세지에 나도 진심을 담아 아래와 같이 답장을 보냈다.


제가 더 고맙습니다. 2년 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사회로 나가셔서 사회적경제, 그리고 사회복지를 배운대로 잘 실천하시고 제2의 진로,직업을 찾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성인용기저귀 캡스톤 디자인 상품기획서 덱을 제작하셨을 때 일일히 다 상품제조회사에 연락해보고 제품 단가를 확인하셨던 그 마음 꼭 편치 마세요. 그 노력은 절대 선생님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선생님의 제2의 진로,직업을 누구보다 응원합니다.^^


나 또한 연구자이기도 하다. 작년도 하반기부터, 대학 성인학습자를 연구하는 교수님들과 교류해왔다. 그러다 이거 점점 커져 대학 성인학습자 연구교류협의회가 출범하게 되었고 나 역시 회원으로 창립총회에 함께 했다. 함께 고민하고 교류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아져서 더할 나위 없는 큰 기쁨을 얻었다. 나는 항상 이단아였다. 즉, 정상적인 루트를 밟지 않고 반골의 기질로 헤쳐왔다. '성인학습자'라는 걸 대학과 결부시키면서 그 중요성을 전개하다보면 대학이 영업소로 전락한다는 둥, 사람 장사한다는 둥 부정적 늬앙스의 말을 듣곤 한다. 곰곰히 듣다가 내가 한마디 한다. "대학이 뭐 그렇게 고귀하고 넘보지 못할 상아탑인데요?" 지역의 문제를 자존심을 지키려고 한다면 나는 100% 실패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자존심을 일찌감치 내려놓고 정말 현실적인 대안을 논할 수 있어야 한다. 오히려, 지역 대학이 평생교육원과 같은 형태의 지역민 수요에 발맞춘 커뮤니티 칼리지를 지향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학과라는 것이 지극히 지역민의 니즈가 반영된 것이다. 다만, 나는 좀 더 나아가보자면 은퇴 후 제2의 직업과 연계된 학과 반영이 옳다고 본다. 즉, 은퇴한 분들의 제2의 직업 찾기를 위한 직업훈련소라고 할까? 표현이 격하다면, 어쩔 수 없다. 그게 현실이다. 한국은 이미 은퇴가 없는 나라다. 얼마 전, 경비원 비즈니스 매너와 리더십 코스 과정이 지역맞춤형 일자리산업 프로그램으로 열리는 것을 보고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은퇴한 분들에게 자리가 없다면, 그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의 수요를 정말 현실적으로 파악하여 학과 개설 등으로 소프트랜딩이 가능하게 해주어야만 한다. 그게 결국 '교육'이다. 국가가 제시할 최소한의 비전은 "시대의 방향과 흐름을 읽고 국가가 공인한 교육(대학은 수행)으로 잘 따라오면 어느 정도 보장된 작은 성공을 최소한 얻을 수 있다."라고 확신한다. 이상과 현실이 너무 괴리가 큰 교육은 절망감만 발생시킬 뿐이다. 우리 모두가 철학자나 사회학자가 될 필요없다. 우리가 살 현실 속 이상은 두 다리를 땅에 굳건하게 붙이고 해낼 때만 유의미하다. 지역 대학의 성인학습자 적극적 유치를 영업한다고 손가락질 할 필요 없다. 어차피 결국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 그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일자리의 수요, 적확한 교육을 할지만 고민하는 것이 연구자나 정책결정자들이 할 일이라 본다.


아마 나도 제1의 직업에서 은퇴할 때즈음 되면 또 제2의 직업을 가지기 위해 대학을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공부도 진짜 할 만큼 했는데 .. ㅎ 정말 인생사는게 쉽지 않다. 평생을 먹고 살려고 공부에 공부를 해야한다니, "평생교육"은 기품과 우아함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존의 치열함 속에서 완전무결체로 실현되나보다.


청년 인구 유출,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및 인구 고령화의 쓰나미는 수도권보다 지역으로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관망하며 받아들일 뿐이지만, 대학의 포지셔닝 변화 연구를 통해 온몸으로 당분간 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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