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공자도 아니고, 바이올린을 가져가지도 않았는데, 아일랜드에서, 그것도 영화 '원스' 촬영 장소에서 바이올린으로 버스킹을 하다니! 정말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은,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이다.
영화 '원스' 촬영 장소_ 아일랜드 킬라이니 언덕
나의 바이올린 스토리는 이렇다. 초등학교 5학년의 어린 나는 어디서 보고 와서는 엄마한테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고 했단다. 당시 내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피아노를 배우고 남자아이들은 태권도를 배웠듯이 나도 피아노를 배우고는 있었다. 사과 5개에 색칠하면서, 사실 나는 '요즘 시대에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알면 좋지.'라는 우리 엄마의 깨어있는 생각과 함께 바이올린을 배우게 된 줄 알았다. 20살이 될 때까지도, 그런데 대학생 때 문득 엄마에게 물어보고는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아냐~ 네가 어디서 보고 왔는지 듣고 왔는지 갑자기 바이올린을 배워야겠다고 떼썼어~' 오, 나는 전혀 기억이 없었는데 새삼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5년 정도 레슨을 받았고 고등학생 때부터는 교회에서 성가대의 오케스트라로만 바이올린을 연주해왔다. 정말 엄마의 생각대로 악기 하나를 다룰 줄 아니 대학생 때도, 그 이후에도 기회가 생겨 감사하게도 여기저기서 연주할 수 있었다. 연주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가수분들의 스트링 연주로 TV에도 살짝 나오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바이올린을 배운 것은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하며 지내고 있고, 늘 더 연습해야지 연습해야지 하지만 자꾸 미루게 된다는 그런 스토리...
(가져가진 않았지만) 나의 소중한 바이올린
이런 상태이긴 하지만 아일랜드를 가는데 뭔가 악기를 가져가기는 좀 그렇기도 하고 해서 안 가져갔었는데.. 교회에 가니, 그리고 사람들을 한 명씩 알아가니 기회도 하나씩 생겼다. 그날은 저녁에 다 같이 특별찬양 연습이 있던 날이었다. (아, 아일랜드에서 내가 바이올린을 갖고 있었던 스토리도 있어야겠구나,) 아일랜드에 처음 도착해서 한인교회에 찾아갔고, 셀모임도 하게 되었고 셀에서 특별찬양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마침 지휘를 전공한 언니가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바이올린이 집에 있지만 요즘 잘 쓰지는 않는다며 흔쾌히 몇 주 정도 빌려주었다. 그렇게 바이올린을 빌리게 되었고, 연습이 있던 날 아침에 어학원 친구들이 킬라이니 언덕에 가보자고 연락이 왔다. 저녁에 바로 연습을 갈 생각으로 악기를 가지고 나가게 된 것이다!
악기는 오빠가 들었으니(연애시절, 여자 친구의 악기 가방을 들어주는 게 뭔가 로망이었다던 남편ㅎ) 킬라이니 '언덕'이었지만 괜찮았다. (남편 최고:b) 그렇게 친구들이랑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언덕 꼭대기에 도착했고 이곳저곳 사진을 찍고, 아! 킬라이니 언덕은 영화 '원스'의 촬영지이다. 원스의 남자 주인공이 (여주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여자 주인공에게 그를 사랑하냐고 묻는 그 언덕!! 잠시 앉아서 쉬기로 했는데, 갑자기 같이 갔던 친구들이 바이올린 가져온 김에 연주해 보라고 하는 것이었!!! 헛 나는 준비가 안 되었....... 흠 그래도 한번 해볼까? 해서 악기를 꺼내게 되었다.
어떤 곡을 연주할까 하다가 원스 영화 촬영지이기도 하니 영화 OST를 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했고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그렇게 한창 하고 있는데 외국이 두 분이 다가와서는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크리스천이고 이 친구는 목회자예요. 음, 우리가 노래를 해 보고 싶은데 같이 할 수 있을까요?" (영어로 대화했지만 그럴듯하게 번역ㅋ) 급 제안이었다. 얼떨떨하게 인사를 하는데 내 머릿속에 'Amazing Grace'가 떠올랐다. "아 그럼 혹시 'Amazing Grace'는 어떨까요?" "오, 좋아요!" 그렇게 천천히 연주를 시작했고 나의 연주에 맞춰서 그분들은 노래를 불렀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조용히 우리의 연주를 들어주었다. 그렇게 한 곡을 다 부르고 다 같이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와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의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좋았고 너무나 행복했다. 외국에서, 첫 버스킹을, 재밌게 봤던 영화의 촬영 장소에서, 그것도 처음 본 외국인과 함께 연주하다니, 마치 내가 영화 주인공이 된 것처럼 신기하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