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아이는 칭얼대고, 회사에선 깨지고, 남편과 싸우고 뭐든 하나 되는게 없는 그런 날. 그런 날에 밤에는 그냥 나라는 존재가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짐(?)들이 왜 나에게 왔는지, 나자신을 하늘을 원망한다.
바로 그런 날 이 드라마를 봐야한다.
조용한 희망(원제는 maid)을 봐야한다. 이 엄마(이자 여자) 보통내기가 아니다.
정신적 학대를 하는 남편을 피해 몰래 도망나온 여자는 제대로 된 대학 졸업장도, 기술도 없고, 자신과 아이를 보살펴 줄(?) 온전한 부모도 없다(엄마는 히피에 남자들 만나기 바쁘고, 아빠는 그 역시 가정폭력의 가해자였다)
보통의 뻔한 드라마(특히 한국드라마)라면 두가지 방향으로 갈텐데 하나는 이 여자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청소의 신(메이드계의 여왕)으로 성장해서 전남편에게 멋지게 복수하거나, 두번째는 남편보다 백배는 멋진 왕자님을 만나서 인생역전하고 역시나 전남편에게 복수하거나. 그 과정에서 히피 엄마와 전남편이 개과천선하는 건 덤이고.
하지만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다! (미국 드라마! 그렇다 나는 사대주의자다ㅠ)
뻔한 스토리 집어치우라며, 질척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하지만 매우 독립적인 이 여자의 삶을따라간다. 여성의 집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린 여자들이 왜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지, 기술도 뭣도 없는 사람은 청소를 백 날해봐도 통장은 마이너스고, 일하다가 아이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싱글맘이자, 워킹맘이고.
그럼에도 불고하고 이 여자가 너무 멋진 건, 자기 삶을 포기하지도, 누군가한테 무임승차하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저 주어진 자기 삶을 담담히 용감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것.
이 드라마를 완주하는 순간, 침대에 누워 먼지타령이나 했던 내가 얼마나 배부른 투정이었는지 알게 되는 동시에 안도감이 든다. (이게 좀 바보같은 포인트인데....내 삶이 저렇게 힘들진 않잖아...그러면 살만한거 아닌가)
요즘 힘들긴 힘든가보다...보는 영상마다 죄다 위로 타령이네....어쩌겠어 힘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