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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mom Mar 07. 2022

조용한 희망(ft 이런 엄마라면 괜찮아)

그런 날이 있다. 아이는 칭얼대고, 회사에선 깨지고, 남편과 싸우고 뭐든 하나 되는게 없는 그런 날. 그런 날에 밤에는 그냥 나라는 존재가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짐(?)들이 왜 나에게 왔는지, 나자신을 하늘을 원망한다. 

바로 그런 날 이 드라마를 봐야한다. 

조용한 희망(원제는 maid)을 봐야한다. 이 엄마(이자 여자) 보통내기가 아니다. 

정신적 학대를 하는 남편을 피해 몰래 도망나온 여자는 제대로 된 대학 졸업장도, 기술도 없고, 자신과 아이를 보살펴 줄(?) 온전한 부모도 없다(엄마는 히피에 남자들 만나기 바쁘고, 아빠는 그 역시 가정폭력의 가해자였다)

보통의 뻔한 드라마(특히 한국드라마)라면 두가지 방향으로 갈텐데 하나는 이 여자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청소의 신(메이드계의 여왕)으로 성장해서 전남편에게 멋지게 복수하거나, 두번째는 남편보다 백배는 멋진 왕자님을 만나서 인생역전하고 역시나 전남편에게 복수하거나. 그 과정에서 히피 엄마와 전남편이 개과천선하는 건 덤이고. 

하지만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다! (미국 드라마! 그렇다 나는 사대주의자다ㅠ)

뻔한 스토리 집어치우라며, 질척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하지만 매우 독립적인 이 여자의 삶을따라간다. 여성의 집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린 여자들이 왜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지, 기술도 뭣도 없는 사람은 청소를 백 날해봐도 통장은 마이너스고, 일하다가 아이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싱글맘이자, 워킹맘이고. 


그럼에도 불고하고 이 여자가 너무 멋진 건, 자기 삶을 포기하지도, 누군가한테 무임승차하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저 주어진 자기 삶을 담담히 용감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것.  


이 드라마를 완주하는 순간, 침대에 누워 먼지타령이나 했던 내가 얼마나 배부른 투정이었는지 알게 되는 동시에 안도감이 든다. (이게 좀 바보같은 포인트인데....내 삶이 저렇게 힘들진 않잖아...그러면 살만한거 아닌가)

요즘 힘들긴 힘든가보다...보는 영상마다 죄다 위로 타령이네....어쩌겠어 힘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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