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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mom Mar 07. 2022

잡설)금쪽같은 내새끼인 우리아이가 달라질 수 있을까

(2007년도에 블로그에 썼던 글- 내 새끼 낳기 전이라 시니컬하구나)

얼마 전에 서점에 가서 든 생각인데

사람의 인성을 바꿀 수 있다고 주절대는 책들이 너무 많다.  그 책들의 요점은 유아기 혹은 성장기에 그릇된 가정교육과 언행이 아이들을 비뚤어진 성격으로 만들고, 심하게는 범죄자, 사회부적응자, 정신병자 등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 가정교육이 무지하게 중요하다는 것. 

TV나 신문에서도 마찬가지. 엘리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상상력을 키워주고 아이들에게 부단히 질문하고 생각의 여지를 주고 신문도 빠뜨리지 말고 보게 해야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건 신문의 논리다. (여기서 영어나 기타 언어 교육은 이미 식상할 대로 식상해진 주제이므로 말할 필요도 없다. 요즘 아이들 중에 영어 한 마디 못하거나 학원 안가봤거나 외국인 구경안해봤거나 조금 산다면 외국 구경안해봤다면 뭐 그 아이는 이미 십수년 후에 사회에서 도태되는 인간이 될 거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나 다름없다-무슨 기준으로 이렇게들 생각하시는지-) TV의 논리는, 사회적으로 무지하게 인기있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며 인성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아이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가 혹시 동생을 괴롭힌다거나 밥을 잘 안먹거나 떼를 쓰거나 잠을 안자고 보채면 곧바로 방송국에 전화해서 우리아이가 문제가 있으니 고쳐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정도 용기가 없다면 가까운 소아정신의한테라도 달려가던가 그것도 안되면 TV에서 우리아이와 유사한 아이가 나올 때를 기다려 반드시 그 버릇을 고쳐놔야 한다고 말이다. 

한 때 아이들은 미운 털이 박히는 4-5살을 지나서 싸우면서 사회를 배우고 동생이 태어나면 질투도 하면서 자란다며 그 아이 그대로의 삶을 존중했었다.그야말로 아이들의 유토피아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아이가 떼를 쓰면 사랑을 못받아서 그러니 얼른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을 내려주고 울어대면 정신적인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니 아이의 허기를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하며 동생을 괴롭힌다면 이 아이는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으니 얼른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아이들의 50%아니 70%는 태생적으로 정신에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니 우리는 항상 이들을 관찰하고 의심해야 하는가? 

관찰한 결과 이러저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얼른 애들을 개조하고 성격이 다 고쳐지면 언제 돌출할지 모르는 과거의 버릇들을 예의주시하며 그 다음단계인 엘리트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향후 20년쯤 후에 우리나라에는 극단적인 엘리트들이 활기를 치는 (그러면서도 인성은 그야말로 천사에다 올바른 사람들 뿐이라 가히 휴머니토피아라 할 수 있는 환상의 세계가 만들어 질 것이다. 내가 죽기 전에 이런 세상이 와야 할텐데.) 무지하게 좋은 나라가 될 것인가? 물론 그 때가 되면 양극화는 더 심해지겠지. 과거에는 공부 잘하지만 성질 더러운 아이들이 거의 99%여서 성격만 좋아도 사회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면 그 때가 되면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아이들이 99%일테니 지금 현재의 가르침을 받지 못하는 우리의 다른 아이들은 성공은 커녕 자신의 타고난 좋은 성격마저도 버려야 될 극단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물론 책이나 TV, 신문에서 말하는 방법들이 정말 실효성을 발휘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지금 다 자라봐서 알지 않는가? 우리 엄마가 나한테 사랑을 못주고 돈 벌러 다녔어도 내 성격이 죽도록 더럽거나 사회 부적응자도 아니며 병원신세를 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뿐아니라 내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 더 올라가서 우리 엄마아빠세대를 봐도 멀쩡하게 한 나라 일으켜가며 잘 살고 있지 않나. 사람은 오히려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나는 자기만의 본질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이리저리 뜯어고치고 억지로 맞춘다고 그 본성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보편적인 어떤 성질에 부합하게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어린 것들에게 스트레스만 줄뿐(이게 오히려 정말 무서운 거다. 잘못되면 우리아이의 성격을 비뚤어지게 할 수 있으며 사회부적응자로 만들 수 있으며 정신적으로 이상한 아이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우리 아이가 왜 달라져야 하는지 그냥 잠시만 아주 잠깐만 생각해봐라. 단 네(어른) 기준에서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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