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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사 한 Jun 13. 2024

스물 하나

첫째의 설움이란. 서운함으로 돌아오는 것. 

22년 3월 8일 토요일이다. 여느 아침처럼 일어나 주말의 여유로움, 아니 이제 주말이나 평일이나 느낌이 비슷하다. 주말이 행복하지 않다는 의미는, 평일을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내가 싫어서, 침대에서 부비적대며 요즘 무기력하다며 스스로 우울한 기분을 땅끝으로까지 밀어넣었다. 특히 어제부터 그랬다. 개강을 하고 바쁘게 살고 싶었으나 현실은 여전히 비대면 수업이었고 내 하루하루는 집에서 수업을 듣는, 그저 집에 그냥 하루종일 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다고 수업을 열심히 듣지도 많이 듣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더 요즘 무기력하다는 느낌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 기분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냥 뭔가, 해야되는데 뭘 해야될지도 모르겠고 하고싶지도 않다. 기쁜일이 없다는 것이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데 잘 모르지 않았는데 이젠 잘 모르겠다. 나는 내가 언제 행복한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런 원동력이 없어졌다. 

그리고 오늘 터졌다. 사소한 동생과 나의 아이패드로 인한 다툼에서 나의 방황하던 감정서들이 터져버렸다. 또 다시 첫째의 설움과 뒤엉켜버렸다. 나는 무엇보다 가족에게 정말 아끼지 않고 아깝다고 생각도 안한다. 그만큼 우리 가족들이 알아줄까. 나는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 나를 그냥 아무것도 아닌 듯이 깎아버릴 때 나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격해져 억울하고 아닌 부분을 바로잡고 싶을 뿐. 그러나 항상 바로잡으려고 할 때 엇나가버리고 내 감정은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져 나 혼자 만이 다잡아야한다. 

나는 첫째이고 남동생이 있는 누나이다. 정말 동생만큼한테는 나한테 쓰는 것보다 항상 더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노력들을 몰라줄 때마다 속이 터져버릴 것 같다. 얼마전에도 가족 여행에 60만원을 썼다. 되게 큰돈이지만 나는 60만원으로 아이패드를 살 수도 있는 돈이지만, 가족들과의 행복에 사용한다. 그리고 사소한 것을 바랄때면 항상 나에게 어떤 것들을 요구하고 그 요구를 못들어주겠다고 하면 나를 쩨쩨하고 속좁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나의 기분탓인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엄마는 나랑 동생이랑 싸우면 내편보다는 동생편이다. 내 편이 되어달라는 것도, 동생편이 되어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엄마라면 우리 중간에서 어떤 것이 이성적인지, 이제 어른이 된 21살이 된 동생에게 동생이니까 양보해 라는 말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나도 누나로써 동생 많이 아끼지만 아닌건 아닌거고 맞는 건 맞는 거니까. 진짜 다시 생각하면 너무 속상해서 그냥 생각을 안하려다 보니 내가 금방 까먹어버려서 기억을 좀 해야한다. 호구 누나이고 싶지 않다. 동생을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마음을 동생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까 화장실에서 꺼이꺼이 울면서 한강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무작정 서울에 왔다. 집 앞이 한강이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 한강 오는 지하철 안에서 한시간 동안 멍때리며 어느정도 생각정리는 된 것 같은데 도착해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마침 보고싶은 전시를 보고 또 그냥 스타벅스에 앉아있다. 어딜가나 스타벅스라는 안식처가 있어서 좋다. 그러나 오늘 꼭 한강은 보고 갈거다. 지금은 그래서 마음이 좀 안정이 된 상태이다. 무작정 나왔는데 갈데가 없다는 것,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것. 나는 이렇게 종종 집을 뛰쳐나온다. 그리고 뛰쳐나올때마다 말할 사람이,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있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정말 혼자라는 것을 갑자기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외로운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혼자 이러한 것들을 이제 이겨내야되는데, 못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을 계속 만나려고 한다. 이렇게 친구들도 원래 잘 안만났던 것 같은데, 만나려니까 좀 이런 내가 어색하다. 약속을 이렇게 많이 잡아본적이 없어서. 친구들한테 그동안 의존하지 않았던 것은 한명의 친구가 나의 모든 친구가 되어주어서였다. 그럼 나는 지금 그 친구가 그리운가? 다시 만나고 싶은가? 그런 아니다. 지금 현재 너무나도 미친 듯이 보고싶은가? 그것도 아니다. 그저 옆에 없으니 좀 허한 느낌이긴 하다. 생각이 나는 것은 맞다. 


누가 나의 인연일지, 요즘 정말 더 궁금해진다. 내 인연이 있긴 한걸까, 이미 지나친건 아닐까 내가 놓친건 아닐까. 그 답은 무엇이고 결과는 뭘까, 생각할수록 모르겠다. 요즘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내가 좋아했었던 것이 다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두렵다. 나 이거 좋아했었는데, 아니다 이제. 그런 변화가 있을줄 몰랐기에 좋아했을 때 더 해둘걸 후회가 된다. 지금 하고 싶은 것들도, 지금 미친 듯이 원하는 것들도 나중에 아니게 될수도 있으니 지금, 하고 싶을 때 해야한다. 시간이 점점 더 빠르게 간다는 어른들 말중에 틀린말은 없었다. 모든 순간은 찰나이다. 그래서 더욱 그 찰나들을 조금이라도 잘 보내야한다. 


25살, 3월 그냥 내가 하고싶은 말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이룰 수는 있는지, 내 짝을 찾아 결혼을 할 수는 있을지, 지금 나는 무엇을 하는 건지, 나는 결국 무엇을 하게 될지, 외롭지는 않다. 이 많은 것들의 정답을 모르겠다는 것. 지금 나는 학생이어야 하는 건지, 졸업을 했어야하는건지, 취업을 했어야하는 건지, 내가 어디에 있는건지 모르겠다. 원래는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진다. 그래도 요즘은 친구들 만나면 좋고 신난다. 이제와보니 친구가 중요한 것도 알겠다. 이 불안감들이 취업 전에 사람들이 갖는 그런 조급함? 불안감? 초조함? 그런 건가. 그런거라면 정말 취준생이 되면 더 힘들 것 같다. 힘들지 않는 취준생이 되어보려했는데 이겨내야한다. 행복을 더 많이 찾으면 된다. 알겠다. 나는 나를 위한 일을 해야한다. 망설이지 말고 일단 해보자. 21살의 한이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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