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에게는 공백이 아니었다. 매일 아침 컴퓨터를 켜면 제일 먼저 브런치에 들러 방문자 수를 확인하고 내가 구독하고 있는 작가들의 새 글이 있나 뒤적거려 왔기 때문이다. 어떤 작가는 마치 미리 나와 말을 맞춘 것처럼 비슷한 속도로 글이 뜸해지고, 결국 공백기로 접어들었다. 또 어떤 작가는 꾸준히 글을 올리면서 간간이 출간 소식을 전하기도 헸다.
2024년을 하루 앞둔 2023년의 마지막 날, 한 해를 정리하다 우연히 내 브런치를 천천히 둘러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진다. 2년간 나는 무엇을 했을까?
참 신기한 것이, 2년간 나는 그 어느때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또 좋은 성과와 결실을 맺었다. 그런데 뭔가 희미하다. 최근 2년 성과와 성취는 기억 저편의 흐릿한 형체로 느껴지는 반면, 브런치에 글을 열심히 올리던 기간의 기억들은 시간이 더 오래 지났음에도 아주 선명한 느낌이다.
이유는 바로 오늘 브런치를 둘러보며 그 때의 느낌과 감정, 주변의 표정과 촉감이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열의에 차 100개의 글을 쓰며 하고싶은 이야기와 생각을 신나게 풀어놨더니,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의도치 않은 2년간의 공백으로 새로운 경험과 하고싶은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였다.
순간의 기록을 통한 기억의 구체화 외에도, 다시 글을 써야하는 이유는 두가지나 더 있다.
먼저, 글을 썻던 기간이 나의 시간들 속에서 가장 생각이 깊어지고 크게 성장했던 순간들이었다. 2년의 공백기간 동안 나는 내가 쓴 글을 보고 반성하고 깨우침을 다시 얻기도 했다.(부끄럽지만 심지어 감동도 받는다) 내가 글로 남겨 놓은 다짐들을 읽어보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과거로의 회귀와 퇴보를 (그나마) 막을 수 있었다. 쓰면서 성장하고, 씀으로 발전하기에 써야 한다.
다음은, 아이들을 위해서이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내가 남겨 놓은 글을 읽어 본다면, 아빠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함께 했는지에 대한 가장 친절하고 차분한 답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항상 고민스러운데, 내가 써 놓은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남겨주고 싶은 꾸밈없이 생생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바로 여기 있었다. 메이, 케빈, 찰스. 사랑하는 세 아이를위해 또 쓰고 기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