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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May 07. 2021

집 나간다는 엄마의 폭탄선언에 아이들이 보인 반응


 ‘우와.. 진짜 대단하다’, ‘헉, 하나도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아이가 셋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게 이렇다. 그다음으로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성별은 어떻게 되는지 질문이 이어진다. 나의 답은 8, 6, 4. 여남여. 거꾸로 해도 여남여.


그러면 질문자들은 본인 자녀 나이와 육아환경을 대입시켜보며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경외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대단하다’ ‘와이프 정말 힘들겠다’


좀 더 친분이 있는 사람 또는 친분은 없지만 눈치까지 없는 사람들은 이어 묻기도 한다. 외벌이인지, 와이프는 힘들어하지 않는지, 셋째는 계획한건지, 앞으로 어쩔 건지..?     


나도 그랬다. 셋째를 낳기 전까지 셋째, 넷째까지 가진 동료나 선배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이가 한 명, 두 명일 때와는 차원이 다른 혼돈을 떠올리며 지레 겁이 났다.  부모의 노력이 어떻게 분배될지, 집안의 관리와 청결은 어떨지 걱정되었다.    

   

 다자녀 4년차 경험에 비춰보자면, 두 명까지는 엄마아빠의 1:1마크가 가능하지만 셋이 되면서부터 미스매치가 발생하며 필연적 혼란과 서운함이 생겨난다. 그렇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곧 환경에 맞는 질서가 정립되고, 새로운 협의점과 안정상태를 찾아갈 수 있다. 물론 그 안정이란 것은 꽤나 여려서 쉬이 흔들리지만, 흔들림에도 나름의 규칙은 존재하고 때론 살랑살랑 흔들리는 리듬이 활력이 되어 일상에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부모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기에, 아이들의 성장에 비례해 여유와 안정감이 상승한다. 막내가 신생아일 때 가장 힘겨운 시기를 겪고, 이후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여유를 즐기면 된다. 아이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노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귀엽고 예쁠수가 없다.

 

다자녀 육아의 고충을 염려하는 주변의 말을 들으면, 아내가 대단하다 생각된다. 주중에 혼자서 셋을 돌봐야 하는데도 아내는 씩씩하고 활기차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책도 읽고 놀이터도 가고 밥도 해먹이고 쑥쑥 잘도 해결한다. 물론 항상 즐겁다는 건 '건강한 상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내는 건강하기까지 한 것 같다.

        

그런 아내도 힘겨운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감정의 기복과 아이들의 말 안들음, 싸움, 생떼가 시너지를 발휘해 한계치에 도달한 어느 날, 아이들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엄마 너무 힘들어. 엄마는 밖에 나갈 테니까 너희들끼리 살아’     


아이들은 순간 얼어붙었다. 사고력과 상황판단력이 개중 뛰어난 첫째가 먼저 글썽거리기 시작한다. ‘아니야 엄마 가지마’ 첫째를 따라 둘째와 막내도 울기 시작하더니, 정신을 조금 차린 8살 첫째가 6살, 4살 동생들을 불러 모아 대책을 논한다.


‘얘드다(얘들아), 엄마 나가면 우리..


 밥은 어떡하지?’


무슨 말 하나 귀 쫑긋 세우고 있던 아내는 지극히 현실적 고민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밥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식량을 일러준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이랑, 빵 좀 먹고 지내’     


다시 눈물바다와 고해성사가 이어진다. ‘엄마 이제 안싸울게. 잘못했어요’     


그렇게 읍소하던 아이들 틈에 4살 막내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물어온다.


‘엉엉. 엄마 가지마아. 근데..


 빵은 어디써..?’     


그렇게 냉장고에 있던 빵을 꺼내 오순도순 잘 먹고 잤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아이들의 현실적인 걱정과 천진한 물음은 지쳤던 엄마의 기운도 살려낸다. 또 그렇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상상하지 못한 재미가 곳곳에 숨어있을 일상이 이어진다.

      



지나고 나면 다 좋은 추억이다. 웃을 수 있을 때 한번 더 웃자. 그게 남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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