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이동과 만남의 자유가 제한된 기간이 벌써 1년을 훌쩍 넘겼다. 1년이란 시간은 학생들에게는 한 학년, 입대하는 병사들에게는 군 생활의 2/3, 나에게는 한 보직을 맡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는 꽤나 긴 시간이다. 1년 넘게 경험하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조였다 풀렸다 하는 통제기준, 수시로 바뀌는 지시와 지침에 여전히 적응이 쉽지 않다.
군인들은 집단생활을 하고 있어 전염병에 취약하기에, 부대의 방역지침은 정부 지침보다 강화되어 시달된다. 국방부에서 정부보다 한 단계 강화하면, 아래 제대로 내려오며 하나씩 통제가 덧붙어 일선 부대에서는 덕지덕지 누더기가 된 못난 기준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는 작전부대이니까, 우리는 함정이니까, 우리는 핵심인력이니까, 우리는 교육기관이니까, 우리는우리는... 이유는 참 다양하다.
지난 금요일, 부대 안에 위치한 어린이집 선생님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감염되었고, 군인인 아빠들까지 코로나19 확진되는 일이 있었다. 군내 자체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며 장병들의 이동이 통제되었다.
요즘 교육을 받고 있는 나는, 주말이면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주말부부는 부대장 승인을 받고 이동할 수 있는데, 합리적인 부대장님 덕에 다행히 주말마다 집에 가던 상황에서 거리두기가 격상되며 이동이 통제되었다. 집에 가려고 짐까지 챙겨놨는데 아쉬움이 이마저만이 아니었다.
나와 유사한 처지의 교육생들은 대부분 교육을 위해 혼자 외딴곳에 와있고, 가족들은 원래 근무하던 부대 인근에 있는 경우가 많다. 내려갈 짐까지 미리 싸놓은 금요일에 이동 통제 지시가 떨어지니 다들 황망했다. 주말에 남아 무엇을 할 것인가. 지침은 숙소 대기다. 열악한 숙소에서 주말 내내 격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상실감이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사실 부대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여러 명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거리두기 단계 격상과 주말부부 이동 통제를 예상할 수 있었다. 괜한 기대를 하는 건 실망만 커지는 감정적 소모이기에 일찍 마음을 정리했다.
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구석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확진된 군인들이 대부분 함정을 타고 출동중이어서 사실상 가족과 지역사회에 접촉이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어 주말부부 이동이 허가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내려가는 길,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 평소 싫어하던 장거리 운전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일상적 주말이 아니라, 잃어버렸던 시간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평범하게 집으로 내려갔다면 느끼지 못했을 소중함이다.
못 볼 뻔했던 아이들을 보게 되니, 더 반갑고 예뻐 보인다. 아이들과 공원으로 바다로 나들이 가고, 때마침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대저조기라 장모님이 좋아하시는 소라와 게도 잡았다. 없을 뻔했던 시간이라 그런지 더 즐겁고 재미있다.
줬다 뺏는 박탈감이 있다면, 뺏겼다 얻는 성취감과 또한 존재한다.
일상이 단조롭지 않다. 좋게 생각하면(아주 매우 좋게 생각하면) 수 없는 변화와 변수들로 심심할 틈이 없다. 뺏겼다 얻은 지난 주말 시간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일부러 뺏었다가 주는 건 약 올리는 거겠지만,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활용한다면 평범한 일상에 +a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벤트이 될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