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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Sep 25. 2023

다산 정약용이 말한 "도적놈"의 정체

-목민심서 공부하기(1)-

작년부터 현암 이을호 선생의 저작물을 감탄을 하면서 읽고 있다. 이을호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하다가 2년여 옥고를 치르던 중 옥에서 다산 정약용의 [여유당전서]를 읽고 한국의 실학사상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한국의 위대한 철학자이다.      


특히 선생은 다산 정약용 연구에 관한 국내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가 남긴 정약용에 관한 저서들과 한국전통문화와 호남의 문화 그리고 한국철학사와 유교 경전에 대한 한글 해설집들은 이후 후학들에게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다.      


내가 이을호 선생에게 작년부터 매료된 이유는 선생의 방대한 연구업적과 저작물에 경탄하기도 했지만,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는 한국철학사의 핵심을 정확히 짚으면서도 상당히 쉬운 우리 한글로 잘 풀이하셨다는 데 있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원본을 공부하고 싶은 분들은 이을호 선생의 저작물로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의 경우, 나이 50이 넘어 이혼을 하고 혼자 사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잡생각이 많아지거나, 인생의 목표도 흐려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팡질팡 흔들릴 때가 많아졌다. 그래서 다산의 책을 천천히 정독하면서 내 인생 후반기의 새로운 삶의 지표로 삼아야겠다 마음먹었다.      


내가 다산 정약용의 저작물 중 첫 책으로 선택한 건 바로 현암 이을호 선생이 지은 [목민심서/올재클래식]이다. (현재 교보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이을호 선생의 주옥같은 명문장이 담긴 27권의 소중한 저작물은 모두 무료로 E-BOOK 형태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선생의 사상을 널리 보급하려는 후학들의 노력과, 교보문고 그리고 올재재단의 노력에 감사를 드린다)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다산이 말하는 목민牧民은 백성을 다스리고 기르는 지방행정관을 말한다. 목민심서는 당연히 지방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指針)을 밝히면서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한 저서이다. 이안작가와 함께 오늘 짧게 들여다볼 목민심서의 구절은 아래의 것이다.



1. 도적놈.     


“... 밤에 담구멍을 뚫고 문고리를 따고 들어가서 주머니를 뒤지고 상자를 열어 의복· 이불 · 제기(祭器)•술그릇 등을 훔치기도 하고 가마솥을 떼어 메고 도망하는 자가 도적인가? 아니다. 이는 굶주린 자가 배고픈 나머지 저지른 것이다. 칼과 몽둥이를 품에 품고 길목에 기다리고 있다가 길가는 사람을 가로막고 소·말과 돈을 빼앗은 다음 그 사람을 찔러 죽임으로써 증거를 없앤 자가 도적인가? 아니다. 이는 단지 본성(本性)을 잃은 어리석은 자의 소행일 뿐이다. 진짜 큰 도적은 야경 도는 사람도 감히 따지지 못하고, 의금부(府)에서도 감히 체포하지 못하고, 어 사(使)도 감히 공격하지 못하고, 재상(相)도 감히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멋대로 난폭한 짓을 해도 아무도 감히 힐문하지 못하고, 전장(庄)을 설치하고 많은 전지를 소유한 채 종신토록 안락하게 지내지만 아무도 이러쿵저러쿵 헐뜯지도 못한다. 이런 사람이 어찌 큰 도적이 아니겠는가? 큰 도적인 것이다. 그래서 군자(君)는 이렇게 말한다. “큰 도적을 제거하지 않으면 백성 이 다 죽을 것이다."...”      


참으로 통쾌하고 후련한 다산 선생의 따끔한 일침이다. 지금의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위정자들과, 경제권력을 쥐고 부정하게 휘두르는 재벌들, 혹은 언론권력을 쥐고 국민을 호도하는 이들이 반드시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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