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열대와 제주도] -첫 장을 열며

— 사라지는 태양 아래서 떠오르는 어떤 기억

by 이안

“나는 여행을 미워한다고 말한 최초의 사람일 것이다.”

『슬픈 열대』 제1장, p.17.


나는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멈춰 있었다. 여행을 사랑하던 나에게 이 고백은 이상할 정도로 친밀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그것은 여행의 찬란함이 아니라, 여행이 끝난 자리에 남는 황량함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에서 혼자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두기로 결정했었다. 한때는 도시에서 가장 빠른 시간표로 움직이던 방송국 피디였고, 누구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말을 걸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멈춘 뒤, 나는 조용히 섬의 변두리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나는 해가 지는 것을 매일같이 바라보았다. 해는 무너지는 듯 지고, 어둠은 누군가의 기억처럼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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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 MBC 라디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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