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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t Jang Jan 09. 2024

산보다 바다가 좋은 이유

"인생을 제대로 배우려면 바다로 가라."

"인생을 제대로 배우려면 바다로 가라."

프랑스 최고의 철학과 교수 로랑스 드빌레르의 말입니다.

그분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하여도 작년 봄에 출간된 그의 저서 '모든 삶은 흐른다'를 읽어보면 인생을 바다에 비유하여 삶에 대한 통찰과 조언들이 가득하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어려움이 닥쳐도 그건 그냥 삶의 한 순간일 뿐이다.

결국엔 모두 스쳐 지나갈 순간.

어떤 것에 실패해도 그것이 실패한 것이지, 나의 존재가 실패는 아니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존재다.






 나는 어릴 때부터 산과 바다 중 늘 바다가 더 좋았다.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가볍게 다닐 수 있는 동네 뒷산도 나에게는 모두 힘든 등반일뿐이었다.

어릴 적부터 20년을 넘게 부산에 살아서 다른 지역보다 바다의 접근성이 좋은 이유도 있다.


 남편은 산을 좋아해서 결혼 전에도 등산을 즐겨하였고 며칠 동안 지리산종주를 하기도 하였다.

오를 때는 약간 힘이 들지만 정상에 도착하여 산아래를 내려다보거나 주위를 둘러보면 밀려오는 감동과 성취감을 아직 내가 느끼지 못했다는 남편의 말에 그와 함께 신혼 초에 낮은 산을 몇 번 등반하였지만 역시나 부실한 체력의 나는 산 오르기가 너무 힘들었고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다.

(물론 정상에서 본 황홀한 정경은 감탄이 절로 나왔지만 출산 후 자연스레 다시 멀어진 등산은 여전히 나에게 심리적 거리감과 관절통을 준다.)


 

그에 비해 바다는 언제든지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가슴속이 꽉 막힌 듯 답답할 때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파도에 마음속의 무거운 잡념들을 무심히 함께 흘려보내면 돌아오는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사실 딸이 태어난 이후 바다를 잔잔하게 감상하는 시간보다 모래범벅이 되어 뒹굴다가 소금에 절여진 딸을 남편과 함께 돌봐주고 챙겨주느라 정신이 없는 장소로서의 공간이 되었지만.

그래도 남편과 딸이 함께 손 잡고 파도를 맞이하러 간 사이 나 혼자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바다와 함께 마음속 대화를 나눈다.



2023년 참으로 힘들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2022년, 2021년, 2020년도.. 다 힘들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답을 찾으려고 애썼고 그래서 더 힘들었다.

인생에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고 폭풍우가 쏟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유유히 항해를 해나간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바람이었다.



파도는 잔잔해졌고 내 마음도 평온해졌다.

아무런 힘이 없었던 나는 그냥 가만히 파도가 잔잔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때론 위험한 상황을 피하는 것이,

인생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견디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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