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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바라기 Sep 15. 2020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다.

#2  그들이 사는 세상

현관문을 열고 시댁에 들어서자 우릴 반겨 주시 시부모님과 함께 큰집 아버님, 어머님 , 작은 집 아 , 어머님, 고모님이 셨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한분 한분께 웃으며 인사를 드렸다. 

시부모님은  우리에게 절을 하라 하셨고 우린 잘 다 녀왔다는 인사와 큰 아버님, 아버님, 작은 아버님께 절을 하고  다음으로 큰 어머님, 어머님, 작은 어머님, 고모님께 절을 하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신혼여행 중 시부모님이 전화 오 큰집 선물, 작은집 선물, 고모들 선물을 사 오라 하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때 임신 5개월이었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당일이라 너무 피곤하였다.

한복까지 입고 있던 터라 거추장스럽고 몸도 힘들었지만, 시댁에서 신혼집까지 거리가 10분밖에 되지 않아 어른들 가시면 집에 빨리 가서 쉬면 되겠다는 생각에    웃으며  가져온 음식 들을 그릇에  담아 준비하고 자리에 앉아 어른들과 함께 먹었다.

그건 내 착각이었다.



술과 음식을 다 드신 어른들은 집으로 가셨고 난 어머님과 정리를 마치고 앉아 있는데 아버님이 우리 시댁에서 자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 하 셨다.

 몸이 힘들었지만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기에

거절 할 수가 없었고 우린 시댁에서 자기로 하였다.

우리가 신혼여행을 다녀온 게 11월  정도였는데  시부모님 집은 옛날 건물이라 외풍이 세고 너무  다. 남편 방은 정리하여 창고로 쓰고 보일러를 꺼 놓은 상태라 잘 수가 없었고 아주버님 방은 아주 버님이 주무셔야 하기에 우린 어쩔 수 없이 거실 바 닥에 이불을 깔고 잤다.



누워 있는데 난 갑자기 바뀐 환경과 엄마 생각에 서러워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엄만 내가 불편하고 힘들까 봐 집에 가서 쉬라고 빨리 날 보내 주었는데 정작 시부모님은 내 생각 보단 본인들 생각만 하시는 것 같아 속상했다.

남편은  울고 있는 날 이해하지 못한 채 "울어?"라고 말하며 "아빠가 우리랑 같이 자고 싶은가 봐~" 라며 철없는 소리로 나를 위로 하며  주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어머님이 전화가 오셨다. "들아~너흰 집에 놀러 안 오니?" 웃으시며 "형아가(아주버님) ~ oo는(남편 이름) 우리 식구 아니고 남에 식구 하려고 그러나봐?"라고 했다며 얼굴 본지 오래됐다며 집에 좀 오라고 하셨다.

난 우리가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당연히 시댁에 가야 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우린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댁에 갔다.



시댁에 갈 때마다 어머님은 우리에게 항상 "  들아~ 오랜만이네~"라고 인사를 하셨다.

우리가 일주일만에 가던 이주일만에 가던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다.

어머닌 왜 우리를 마치 달만에 본 사람 처럼 저렇게 말씀하건지 난 의아했다. 항상 만나면 나에게 시댁에 자주 오라고 말씀하셨고, 아버님께 전화를 자주 드리라고 말씀하셨다. 

  아버님은 출산을 걱정하시며 자연분만을 해야 하며 모유수유를 꼭 해야 아기에게 좋은 이유들을  강조하시며 말씀하셨다.



시댁에서 반찬을 받아와 먹고 통을 씻어서 드리면  빈 통으로 가져오지 말고 안에 뭘 담아오라 하시고, 시댁에 땐 무조건 빈손으로 오지 말고 무엇이든 들고 오라 하셨다.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고 시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어 무조건 말씀하시면 알겠다고 대답했 다.

 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서서히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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