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께서 전화 오셔서 남편에게 큰댁에 누나들이 왔으니 누나들에게도 인사를 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다시 큰댁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큰댁은 시골이라 친정에서 큰댁까지 들어가려면 1시간 걸린다.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누나들도 친정에 온 거고
난 친정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친정에서 쉬라고 하시진 못할망정 다시 큰댁에 오라 하시는 건지..... 난 너무 화가 나서 남편에게 울면서 말을 했다. 몸도 무거운데 큰댁에서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했고 계속 왔다 갔다 눈치 보며 일했다고..... 난 힘들 어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남편은 내 말이 듣기 싫다는 듯 알았다며 아버님께
다시 전화를 걸어 피곤해서 우린 못 들어간다고 말씀드렸다.
남편이 아버님과 전화를 끊자 난 우리가 친정으로 올 때 아버님이 하신 말에 대해 화를 내며 남편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남편이 그건 그냥 아빠가 하는 소리라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하였다.
그때부터 남편이랑 시부모님 때문에 싸우기 시작한 것 같다.
다음날 아버님께서 또 남편에게 전화가 오셨다.
이틀 내내 우릴 보셨는데도 또 보고 싶으셨는지....
아버님께선 남편에게 너희 뭐하냐고 물으셨다. 남편이 그냥 있다고 하니, 저녁에 시댁에 밥 먹으러 오라 하셨다. 아버님이 명절을 큰댁에서 보내셔서 본인 식구들끼리 못 보내 섭섭하셔서 아버님 댁으 로 우릴 오라 하신 거였다.
남편은 그날 저녁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아버님께 못 간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며칠 뒤 출산 예정일을 남겨놓고 난 친정엄마와 산부인과 검진을 갔다.
신랑이 그땐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일이 바빠 자리를 비우기가 힘들어져 함께 병원에 가지 못했 다. 혼자 가는 딸이 안쓰러우셨는지 친정 엄마가 항상 함께 가주셨다.
의사 선생님께선 아기가 주수보다 크고 예정일이 되어도 나오지 않으면 유도분만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기가 아빠를 닮은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엄마는 출산의 고통을 아시기에 옆에서 계속 유도분만을 해도 괜찮겠냐며 네가 힘들어서 어떻게 하겠냐며 걱정하셨다.
어머님께서 궁금하셨는지 전화가 오셨다.
어머님께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전했다.
아기가 커서 유도분만을 할 수도 있다는 말과 아기가 남자일 거 같다고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님께선.....
"아들이라고? 난 딸이 더 좋은데....."
라고 하셨다.
난 너무 속상하고 기분이 나빴다. 남편과 난 딸이든 아들이든 둘 다 상관없다며 그랬었는데 어머닌 우리와 달랐다. 아들만 둘이셔서 딸 재롱이 보고 싶으셨고 딸을 키워보질 않아 어떨지 궁금해 하셨다. 또 항상 엄마에겐 딸이 필요하다며 딸이 낫다고 하셨다.
예정일이 지나도 아기가 나오지 않자 남편과 함께 짐을 싸서 유도분만을 하러 병원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