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 구본형 선생님께 사사받은 연구원 한 명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선생님 돌아가시고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 '선생님께서 나를 참 이뻐하셨는데..'라고 했더니 다른 사람이 '아니야, 선생님은 나를 가장 좋아하셨어.'라고 하니 그 옆 사람이 '아니야, 나를 좋아하셨지.'라고 해서 '아, 선생님께서는 모두에게 자기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처럼 느끼게 하셨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2. 나는 이 이야기가 리더십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모든 구성원이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3. 리더십 이론 중에 LMX란 것이 있다. 리더-구성원 교환 이론(Leader-Member Exchange Theory)의 약자로, 리더가 모든 구성원을 동일하게 대우하지 않고 구성원과의 관계의 질에 따라 다르게 대우하며, 이러한 교환관계의 질이 구성원의 태도, 행동 및 조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4. 구성원들은 리더와 맺은 교환관계의 질에 따라 내집단(in-group)과 외집단(out-group)으로 구분된다. 내집단은 공식적인 직무 이상의 일을 하며 팀의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과업을 수행하고 리더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는다. 직무와 관련된 의사소통이 많고 리더에 대한 충분한 접근기회와 더불어 업무수행과 관련된 피드백도 많이 받을 수 있다. 반면 외집단은 일상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수행한다. 리더와 공식적인 관계만 유지하고 제한된 신뢰와 지원을 받을 뿐이다.
5. LMX 이론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이론이다. 조직 내에 더 많이 공헌하거나 더 적게 공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우리 모두는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6. 그렇지만 LMX 이론의 진정한 가치는 단지 일부의 인원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과 양질의 교환관계를 어떻게 개발할지 리더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들을 내집단의 구성원으로 느끼도록 해야 외집단을 차별한다는 공정성 비판과 외집단에 머무는 구성원들의 부정적 영향을 없앨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LMX는 불공정하고 차별을 부추기는 이론이고 리더의 편애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오용될 수 있다.
7. 구본형 선생님처럼 모든 구성원이 '가장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하려면, 리더는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리더도, 팀원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계는 있을 수 있다. 살다보면 그냥 끌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왠지 정이 안 가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안에서 함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리더라면 '나와 맞지 않는' 구성원을 어떻게 이끌고 가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8. 신수정 님의 『거인의 리더십』에는 “리더의 관점에 따라 직원을 무능하게 또는 유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통찰이 나온다(p.160).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단계) 상사가 직원의 능력과 성장 가능성을 믿어준다.
.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이 직원은 현재 경험은 부족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아”라고 여긴다.
.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막히거나 발전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고 코칭한다.
2단계) 직원의 자존심과 업무 의욕이 점점 상승한다.
. 그 직원은 상사를 지원자나 코치로 여기게 된다.
3단계) 상사는 이 모습을 보면서 이 직원이 더 유능하다고 확신하게 된다.
. 이에 더 인정해 주고 코칭해 주게 된다.
4단계) 이 직원은 점점 업무의욕이 상승된다. 성과도 나오기 시작한다.
. 상사를 존경하고 신뢰를 보내게 된다.
5단계) 상사는 자신의 생각이 정확했음을 확신하게 된다.
. “맞아, 이 친구는 정말 성장가능성이 있었어. 내가 사람의 잠재력을 잘 보는 사람이라니까.”
6단계) 이 직원은 유능한 직원으로 바뀐다.
9. 책에서는 이 과정에서 유의할 점도 알려주고 있다. 단순히 착한 리더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작은 성과라도 인정해주고 격려해 주는 한편, 더 잘 되도록 잘못한 경우는 야단도 치고 코칭도 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 결국 모든 직원이 '가장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리더의 비밀은 각 구성원의 잠재력을 믿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내집단과 외집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을 내집단으로 포용할 수 있는 넓은 그릇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구본형 선생님처럼 모든 사람이 '나를 가장 좋아하신다'고 느낄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