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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간 일기를 쓴 리더가 알려주는 기록 노하우

쓰는 리더가 쓰인다

by 진동철

"팀장님, 저도 기록하고 싶은데 도대체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쨋든 일기장은 하나 샀는데 며칠 쓰다가 지금은 서랍에 있어요."


많은 리더들이 “기록이 중요하다”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막상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몰라서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기처럼 감상 위주로 써야 하나?”, “회의록은 다 기록해야 하나?”와 같은 생각을 하다가 막상 기록은 시도조차 못하게 된다. 그래서 리더에게 맞는 현실적이고 간단한 기록법이 필요하다.


39년간 41권의 일기, 985권의 독서 감상문을 쓴 나도 계속 기록 방법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처음부터 잘 하거나 꾸준히 기록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하다보니 익숙해지고 그리 힘들지 않게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기록을 그리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아래는 기록을 시작하는 리더가 참고할 만한 기본적인 가이드이다. 이대로 며칠 지속해 보자.


1️⃣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What)


처음에는 팩트만 써놓는다고 생각하면 좋다. 그래야 부담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오늘 옆 팀장이 나에게 얘기한 것, 회의에서 있었던 일, 프로젝트 중간보고 결과 등등. 그렇게 팩트를 기록하다가 차츰 내 생각과 느낌, 교훈을 추가해 보자.


미리 기록할 항목을 적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오늘 만난 사람, 그 사람이 한 이야기, 오늘 업무 지시한 것들, 오늘 느낀 점들"이라고 포스트잇에 써놓고 하루를 마감할 때 이 포스트잇을 보면서 몇 줄 적어놓는 식이다. 나는 요즘도 일기를 쓸 때 포스트잇에 "오늘 한 일, 성찰 질문, 오늘 일기에 제목을 붙인다면"이라고 써 놓은 것을 보면서 일기를 쓴다.


2️⃣ 언제 기록할 것인가? (When)


기록이 기억을 이긴다는 이야기는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회의가 끝나면 3분 안에 바로, 팀원에게 업무지시를 했으면 팀원과 헤어지고 바로, 바로바로 써놓아야 한다.


또는 아침 출근 후 또는 저녁 퇴근 전에 시간을 정해놓고 하루를 정리하는 식으로 써도 좋다. 나는 매일 오후 5:30에 "하루 마감 정리"라는 반복 일정을 스케쥴에 등록해 놓았다. 이 시간이 되면 무엇이든 기록한다.


3️⃣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How)


어떤 사람은 노트에 펜으로 쓰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노션이나 에버노트와 같은 디지털 도구에 저장해 놓는 것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직접 손으로 쓰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쓰면서 머리 속에서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꼭 노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급할 때는 휴대폰에 적어놨다가 나중에 시간을 갖고 노트북에 정리하기도 한다.


지속적인 실천을 위해 몇 가지 팁을 알려주자면,

☑️ 처음부터 너무 힘을 주지 말자. 가볍게 팩트 위주로 쓰면 된다.

☑️ 며칠 못 써도 괜찮다. "내가 언제부터 기록을 했다고...!" 하면서 자책하지 마시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스~윽 쓰면 다시 궤도에 오르게 된다.

☑️ 약속이나 프로젝트는 별도 관리하는게 낫다. 개인 성찰, 감상을 기록하기 위한 것과 업무 실행 관리를 위한 것은 따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기록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 그냥 �짧고 가볍게, 그리고 꾸준히�가 핵심이다.


처음에는 자신만의 루틴과 방법을 몸에 장착하느라 어색하고 힘들겠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전혀 어렵지 않다. 슥슥 쓰다보면 조금씩 기록이 축적되어 쌓이고 축적된 기록은 어느 순간 리더십의 축적으로 치환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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