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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날아가고 기록은 남는다.

쓰는 리더가 쓰인다.

by 진동철

1. 팀장 시절, 5년차 대리 애기를 듣고 당황한 적이 있다.


업무 미팅을 하는 도중에 대리 한 명이 "그때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했는데요?"라고 한 것이다. "응?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순간 곤혹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말한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팀원이 거짓말할 친구도 아니었다. 나는 슬그머니 "그래, 좋아." 라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2. 리더십의 실패는 종종 ‘기록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 기억에만 의존하다 보면 중요한 순간에 길을 잃고 만다. 내가 왔던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왔던 길도 잃고 가야할 길도 잃는 것, 그것을 리더십의 실패라고 부른다.


3. 기록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리더의 무기가 될 수 있다.


4. 리더들이 팀원들에게 피드백할 때 흔히 하는 실수가 근거 없이 하는 것이다. 평범한 팀장은 "요즘 좀 나태해진 것 같아."와 같이 막연하게만 피드백한다. 이러면 피드백은 먹히지 않는다. 요즘 팀원들은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지 않으면 "제가요? 언제요?"라고 반문한다. 오히려 리더에 대한 불만만 쌓여간다. 구체적인 근거 없이 피드백하면 팀원은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지 알 수 없고, 리더는 막연하게 호통만 치는 사람으로 비친다.


5. 피드백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자. 기록하는 팀장은 팀원과 1:1 면담을 할 때마다 팀원이 지금 가장 신경쓰고 있는 일, 팀원의 강점과 단점, 커리어 고민, 심지어 개인적인 관심사까지 기록한다. 피드백할 때면 미리 그 기록을 들춰본다. 그런 다음 대화를 시작한다.


"진 대리, 앉으세요. 지난 몇 달 동안 수행한 과제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봅시다.

우선 지난 8월에 본사와의 미팅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 냈고 그것이 우리 사업부의 신사업 후보로 되었죠?

그때 미팅에서 아이디어 설명할 때 아주 논리적으로 말했던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남을 설득하는데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팀원의 표정이 밝아진다. "아, 그런 것까지 기억하시다니, 그때 나를 지켜보셨구나..."


6. 결과적으로 팀원은 리더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느끼며 신뢰를 쌓게 된다. 기록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칭찬과 조언은 팀원의 성장을 촉진한다. 기록은 감정이 아닌 사실에 기반한 피드백을 가능하게 한다.


7. 사실 팀장도 피드백하는게 부담스럽다. 팀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지, 팀원이 어떤 반응을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기록하는 리더는 그런 부담에서 자유롭다. 기록 덕분에 피드백은 부담스러운 자리가 아니라 함께 대화하는 성장의 자리가 될 수 있다.


8. 기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피드백이 두려운 팀장이라면 오늘부터 아래 3가지를 지키자.


1️⃣ 팀원과 대화 직후 3분 기록

2️⃣ 강점 발견할 때마다 기록

3️⃣ 약속은 따로 체크리스트에 적어둘 것


� 결국 리더십의 무기는 완벽한 기억이 아니라, 작은 기록 습관에서 나온다.


기억은 날라가고 기록은 쌓인다.

당신의 기억을 믿지 말고 기록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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