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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HR] 인사만사(人事萬事)와 인사만화(人事萬話)

by 진동철

인사만사(人事萬事).


인사가 만사다. 만사란 만 가지의 일, 즉 모든 일을 뜻한다. 따라서 인사만사란 '사람의 일은 곧 모든 일'이라는 의미로, 알맞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할 때 종종 쓰는 표현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인사만사가 종종 인사만화(人事萬話)로 바뀐다. 일만 만萬, 말할 화話. 만 명이 말한다는 뜻이다. 즉, 사람의 일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든다는 말이다. 처음 들어본다고? 맞다. 저자가 만든 말이다.


"내가 사람들 성향을 아는데..."

"그 사람은 원래 그래."

“그 사람은 그렇지 않을 걸?”


사람에 대한 일이라고 누구든지 한마디씩 거든다. 자기가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 일 앞에서 누구나 조금씩 전문가가 되어 거든다. HR 전문가가 하는 말에 쉽게 수긍하지 않는다.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는 생각을 못한다. 고참일수록 ‘사람은 내가 더 겪어봤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인사를 다루는 HR의 중요성을 무시하곤 한다. 인사만사라고 하면서, 사람의 일은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 판단은 제각각이고 자기 마음대로다.


HR의 일은 의사나 상담사의 일과 닮아 있다.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직과 사람에 대해 진단하고 전문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사람과 조직을 발전시키는 전문가이다. 쉬운 듯 어려운 사람과 조직의 일을 풀어나가고 최적의 솔루션을 주는 전문가들이다. 사람을 돕고, 조직을 변화시킨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대생으로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해야 비로소 혼자서 환자를 상대한다. 상담심리사는 2급이 되기 위해서 최소 130시간의 수련과 1회 이상의 사례 발표가 필요하다.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은 그만큼 조심스럽고 엄숙한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HR도 사람을 상대하는 만큼 그에 걸맞는 전문성을 쌓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전문성이란 무엇인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어디에서 알 수 있는가? 바로 문제가 생겨야 그 차이가 드러난다. 비전문가는 문제에 대한 접근을 체계적으로 못하고 사람의 일을 감정과 소문으로 판단한다. 반면, 전문가는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히 밝혀내고 해결방법도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낼 수 있다. 따라서 HR 전문성이란 ‘자신이 맡은 HR영역(채용, 평가, 보상, 교육 등)에서 업무를 빠르고 완벽하게 수행하되 발생하는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HR전문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채용 절차를 잘 알거나 평가, 보상 기준을 잘 아는 것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역량, 커뮤니케이션역량,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이런 역량들이 모든 직무에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직무보다 특히 HR에 더욱 중요한 이유는, HR에서 만나는 문제들은 늘 조금씩 다른 얼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이 그렇기 때문이다. 정말 다양하고 경험해 보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HR은 매뉴얼만으로 일할 수 없다.


HR은 실천가(practitioner)의 영역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하는게 도움이 된다. 단, 경험을 경험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번 유사한 경험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반추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실력자가 된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내가 놓친 신호는 무엇이었을까? 오늘의 경험으로 내일의 전문성을 키워내야 한다.


사람 일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사만사(人事萬事)는 사람의 일을 바르게 세우는 일이다. 인사만화가 아니라 인사만사로 돌아가야 한다. 사람의 일이 모든 일의 시작이고 모든 일의 끝이 되는 곳, 그곳이 HR이 지향해야 할 진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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