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야근
금요일 밤 열한 시까지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건 꽤 오랜만이다. 근로기준법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명시적으로 존재한 지도 꽤 되었고, 코로나 덕분에 재택근무 인프라도 기본이 되었으며, 야간에 택시 잡기도 힘들어졌으니까. 사실 옛날처럼 자신의 몸을 갈아 넣으며 일하는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아무도 모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서 함께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주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 주말까지 나오기 싫었던 게 가장 컸을 거다. 물론 딱히 주말에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님.
편의점 커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은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냄새가 맡고 싶기도 했지만, 돈을 버는 것과는 다른 가치를 쫓는 사회에서 한숨 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똑같이 누군가를 위한 서비스라 하더라도 그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것이 아닌, 마음의 평화를 제공하는 것에 만족하는 일. 그건 그렇고 도착해 보니 도서관은 아직 개장 전이다. 휴관인가 하고 있는데 책을 반납하러 오신 아주머니가 '아홉 시에 열어요.'하고 알려주신다.
주변을 둘러보니 GS25 편의점이 보였다. 얼마 전에 CU에서 마셨던 커피가 꽤 괜찮아서 편의점 음료에 대한 신뢰가 생긴 상태다. 꽤 기대하며 들어가 보니 역시 CAFE25라는 브랜드 레이블이 달린 커피머신이 있었다. 포스에서 아메리카노를 계산한 후 종이컵을 머신에 올리고 추출 버튼을 누른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차오르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우선 향은 약했다.(내가 냄새를 잘 못 맡긴 함) 옆의 테이블에 잠깐 앉아 바깥을 구경하며 한 모금 마셨는데, 뜨겁다는 것 외에는 별 다른 감흥이 없다.(나는 감성이 부족함) 게다가 솔직히 아무 맛도 없음.(나는 솔직한 편)
만년필
새로 산 만년필이 생각나서 노트를 꺼내 그림을 그렸다. 오랜만에 그리니 잘 안 그려졌다. 심지어 못 그렸다. 디지털 시대라 종이에 글을 쓸 일이 없어서 그런지 펜을 들고 있는 게 어색했다. 갑자기 디지털 때문에 만년필, 노트 제작 공장이 다 망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곧 '이렇게 쓸데없이 잉크와 종이를 낭비하는 사람도 있으니 괜찮겠지.' 했다는 이야기.
도서관
도서관에 가면 늘 신착도서 코너를 훑는다. 새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렇다. 책의 내용보다는 반듯하게 잘린 상태로 아직 모서리가 무너지지 않은 그 형태에 더 감동받는 편이다.
'그렇다면 도서관보다는 서점에 가는 게 더 낫지 않나요?'
하고 함께 일하는 친구가 물었던 적이 있다. 그건 말해 뭘 하나. 도서관 간 이야기를 하다가 취향 이야기로 넘어가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냐고 했더니,
'신착코너에 있는 것들이 다 새 책은 아닐걸요?'
한다. 지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져주는 게 이기는 건데 나는 그걸 잘 못한다. 그래서 바로 신착도서에서 헌책을 본 적은 없다고 이야기해 줌. 그러자
'새책과 헌책도 구분 못해요?'
하는 친구. '나 너랑 다시는 밥 안 먹어.' 마음속으로 말했다.
스타벅스의 만행
어제가 생일이었는데 꽤 많은 친구들이 카톡으로 선물을 보내줬다. 이전에 '커피 두 잔에 케이크 한 조각 기프티콘'에 대한 비판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안 주는 것보다는 주는 게 훨씬 좋다는 것을 먼저 이야기해두고... 제목과 부합되는 소재는 바로 스타벅스 케이크 기프티콘 사용 메커니즘이 달라졌다는 것.
분명히 작년에는 일 년 안에 매장 제시 사용이 가능했고, 다른 메뉴로 등가 변경도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는 일주일 내에 집으로 주문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거다.(두 개를 받았는데 모두 똑같았음) 나는 케이크를 먹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는데 말이다. 작년 말부터 스타벅스가 기프티콘을 사용하고 남는 금액을 앱에 적립해 주기 시작했는데, 이때 케이크는 예외처리 한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 그런데 내가 스타벅스 케이크 선물을 안 해봐서 확실하진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