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일하는 곳에서 올해를 정리하는 회의를 했다. 한 해 동안의 성과를 서로 공유하고, 고생했다고 격려하고, 내년에도 각자 다음 단계로 무탈하게 진행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조금 일찍 일어나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서는 뱀을 먹인 닭백숙과 잘 삶은 해물을 배가 터질 때까지 먹었다. 한 해 동안 한 번도 말을 못 해봤던 분들도 있었는데, 그런 분들과도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단체 회식에서 2차 이상을 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4차를 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헤어져 집에 와서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잠이 들었고, 그날 밤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그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한다. 작금의 정치적 상황과 공방을 보면 - 원래부터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 나였지만 - 더욱더 그쪽이 꼴도 보기 싫어질 뿐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이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정반합을 거쳐 보다 좋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일 텐데, 국가의 녹祿을 받아 처먹는 이들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리를 지키고 권력을 유지하는데만 신경을 팔고 있으니 어찌 통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의견의 대치를 이해와 관용으로 풀지 못하고 홧김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정치가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매년 연말 스타벅스 다이어리 프리퀀시 챌린지는 잊지 않고 참여하는 편이다. 이전에는 몇 개를 더 얻기 위해 평소와는 다른 패턴으로 - 점심 식사를 하고 스타벅스를 가서 음료를 마신다던지 - 열심히 노력하기도 했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평소대로 방문하며 자연스럽게 프리퀀시를 수집한다. 그러면 보통 아슬아슬하게 다이어리 하나 정도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이어리를 일 년 동안 사용한다. 물론 대단한 내용도 없고 낙서만 가득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나의 ritual에 대한 산출물이니 나름 애정을 가지고 사용하게 된다. 나는 올해도 성실하게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긴 휴가를 다녀온 한 친구가 이집트에 다녀왔다고 했다. 혈혈단신孑孑單身의 몸으로 용감하게 피라미드를 구경하고, 다합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다 왔다고 한다. 위험하지는 않았을까 했지만, '영국은 우리나라에 여행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사실 괜찮잖아요?' 한다. 그건 그렇네. 어쨌든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끝도 없는 사막을 지프를 타고 계속 달렸던 것이라고 하는 그녀. 이야기를 듣자마자 모래가 옷 사이에 들어가거나 입이 버석버석해지는 상상을 하게 됐는데, 그녀가 보여주는 영상을 보니 그 생각이 쏙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엄청나게 멋져 보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