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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oomo Dec 01. 2024

간헐적 외사시

의학적 이야기 아니고, 육아에 관한 글입니다

아홉살 생일날, 아들


  아들과 눈 맞춤을 할 때면 "눈 깜빡!"이라고 말해주곤 한다. 여섯 살 아들은 간헐적 외사시가 있는데 한쪽 눈이, 말 그대로 간헐적으로 바깥으로 나가는 증상이다.

눈을 깜빡이며 초점을 다시 맞추게 하느라고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다.


  아이 아빠조차도 '괜찮은 것 같은데?' 할 정도로 가끔 보거나 대충 보는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사시라서 크게 불편해하지 않지만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가게 되면 놀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시력이 나빠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곤 한다. 병원에서는 외사시의 각도에 따라 수술을 권하는데, 아들은 수술이 필요한 만큼의 각도라고 한다. 시력에는 문제가 없다 하셨지만 수술은 불가피한 것 같았다. 동네 안과에서는 수술이 불가하다며 수술이 가능한 서울의 어느 안과를 추천해 주시고 진료의뢰서도 써주셨다.


  진료의뢰서를 받고도 바로 큰 병원에 찾아가지 않았다. 가면 바로 수술하자며 날 잡게 될 것 같았다. 조금 무섭기도 했고 수술 전에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대신 어느 안경점 사장님-그분 아들이 사시가 있었는데 교정에 성공했다는-을 소개받아 찾아갔다. 눈근육을 당겨주는 교정운동을 배우고 필요한 도구를 사 왔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마음에 의구심이 들었고 여전히 걱정이 되었지만,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언젠가 하게 될 수술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큰 병원에 찾아가 수술 예약을 해야 옳은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여섯 살 아이에게 전신마취를 하고 눈 수술을 시키는 것을 어찌 쉽게 결정할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쌓였다. 수술 전 여러 가지 검사며 수술 과정, 그리고 그 후의 회복까지도 미리 걱정이 되었다.


  닥치면 다 하게 될 일 뭐 하러 걱정을 사서 할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숱하게 많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을 겪으며, 또 지나오며 나만의 방식이 생겨버렸다. 불안이 높은 엄마의 방어적 기질이 가미된 소극적인 태도, 이 것이 최선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지만-나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덜 겪고, 아이들이 고생을 덜했으면 하는, 엄마인 나의 발버둥인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은 나름대로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 와도 다 예상했던 일이라 괜찮다는 식으로 말이다. 다양한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는, 이렇듯 미리 예상하는 방법을 택해왔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도 극단의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데서 부리는 여유일지 모른다. 어쨌거나 아직까지는 순탄한 것이다.


  아들이 열 살이 되기 전에는 수술해야 비용도 많이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자기 부담으로 하기에는 생각보다 크고 비싼 수술인 것이다. 아직은 아들이 어려 내 품 안의 자식이니 결정이 내 몫인 것인데, 결정은 늘 그렇듯이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 고민이 깊다. 아무쪼록 바른 결정 뒤에 온 가족이 평온했으면 한다. 눈을 깜빡이며, 둘로 보였던 엄마가 하나로 보인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해맑은 아들을 보면서, ‘정말 수술을 해야 하나? 한다면 언제 해야 하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이러니 엄마들은 참 고민이 많을 수밖에.



- intermission -



  이 글을 쓰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갔다. 아이는 지금 만 아홉 살이고 심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간헐적 외사시 증상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 놀림받거나 하는 일 없이 여전히 일상생활에 불편함은 없으나 더 미룰 수는 없었다. 결국 추천받았던 서울의 유명한 소아안과를 다니고 있고 수술은 내년 1월로 예정되어 있다. 병원에 가는 날이면 결석계까지 제출하고 하루 날 잡아 서울나들이를 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씩씩하고 나도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고 날마다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조금씩 해야 할 일을 해나가고 있다. 나는 여전히 불안이 높고 걱정이 많지만 그렇다고 걱정만 하고 앉아있는 엄마는 아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수술 일정이 잡히자 아들의 질문이 많아졌다.


“엄마, 수술하면 많이 아플까? 나 얼마동안 눈을 못 떠? “엄마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니 옆에 있을 거니까 넌 걱정하지 않아도 돼. “


  나의 불안은 스스로 조절하며 아이의 불안도 낮춰줘야 하는 엄마. 정말로 엄마가 된 내가 대견하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인정해 주며 힘든 순간마다 셀프로 토닥인다. ‘그래,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수술 전 한번 더 안과검사가 있고, 전신마취를 위한 내과검진을 해야 한단다. 스케줄표에 예약일정을 저장하면서 머릿속에서 오가는 루트를 자세히 그려본다. 아이와 즐거운 여행 하듯 그렇게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여섯살 아들의 책읽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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