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도 길고 변덕스러운 환절기
하루종일 안전안내문자가 띠링 울린다. 11월의 끄트머리, 첫눈이 내렸다. 첫눈치고는 제법 많은 눈이 종일 내리고 멈추고를 반복했다. 쌓여있는 눈을 실내에서 바라보자니 그저 아름답고 고요해서 겨울이 실감 나고 좋았는데, 카페 앞 눈을 쓸던 사장님은 구슬땀을 흘렸을지 모른다.
“날씨가 참 이상하죠, 한참 따뜻하더니 오늘은 또 눈이
엄청나게 내리네요! 요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어요. “
눈 쓸고 들어오신 카페사장님이 날씨 얘기로 말을 걸었다. 갑자기 많은 눈이 내려 두 번째 쓸고 있다며 얼마나 더 올까 걱정을 하셨다. 그리고 이게 다 ‘이상기후’ 때문이라며 가을인지 겨울인지 모르겠다 하셨다.
최근 학부모 독서모임에서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를 함께 읽었는데 독후감 발표 후 환경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가 공감하고 인식하면서도 습관과 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나조차도 포기할 수 없는 몇 가지 편리함 앞에 환경보호는 잠시 제쳐둘 때가 있음을 고백한다. 편리함이 최우선이 된 세상에서 우리는 뭐든지 간편하게 사고 쓰고 버리고를 반복한다. 로켓처럼 빠르게 배송되는 물건들과 음식 덕분에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편리만큼 잠시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시의 행복, 그 편리를 추구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많은 대가를 지불해 왔다. 무엇을 지불했는지를 바로 깨닫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즉시, 바로) 보복하지 않는 대상-자연’을 배려하지 않은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마저 치르게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이미 세계 곳곳에 이상기온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그로 인해 기후재난이 심각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더 이상 예년의 경험치로는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려운 날씨의 계절을 여기 이곳에서 지금도 겪고 있다. ‘가을인가? 가을이 시작된 거 맞나?’ 더위가 꽤나 길어서 가을의 시작을 의심했다가, ‘가을치고는 따뜻하네’ 하고 안심했다가 문득 영하의 찬바람이 몰아치니 일교차가 극심하여 아이들뿐 아니라 나까지도 감기에 걸려 한참을 앓았다.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나는 원래도 환절기만 되면 비염과 감기를 달고 사는데… 지금의 환절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길고 또 변덕스럽다. 입동이 지났으니 겨울이구나 싶지만 이상고온으로 지난해 이 시기와는 사뭇 다르다. 수능날 더웠다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하니, 수능 때만 되면 추워진다는 건 옛말이 된 셈이다. 아마도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이고, 예상치 못한 일기에 적잖이 당황할지 모른다. 우리가 고스란히 치르게 된 대가치고 이 건 매우 약한 것이고 겨우 시작일 뿐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연의 반격과 보복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버려지는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쓰레기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쓰레기 포화상태이지만 오늘도 우리는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플라스틱을 소모하며 플라스틱을 배출하고 있다. 이것을 과연 멈출 수 있을까?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 하나로 무언가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너무도 미약해서 의심스럽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나는, 적어도 우리는 뭐라도 해야 한다.
주부로서, 우리집 살림책임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적어보고 실천하려고 한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도 아니고 아주 부지런하고 체력이 넘치는 것도 아니기에 조금씩 실천가능한 것을 늘려가는 것으로 애써볼 생각이다.
1.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2. 플라스틱 가구 사지 않기(필요시 중고로 구매하기)
3. 쓰레기 분리수거 철저히 하기(무라벨 페트병 강추)
4. 옷은 물려 입고 물려주기(불가피한 경우에만 구매)
5. 장바구니 이용하기(접어서 항상 지참)
6. 배달음식 줄이기(다회용기로 선택주문)
7. 물티슈사용 줄이기(걸레, 행주 사용하기)
8. (추천해 주세요)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것을 직접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실천의지가 그리고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유별나다는 말을 좀 들으면 어떤가, 어떤 사람들은 궁상맞다고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극적인 자세로 자연을 배려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하자. 소소하지만 매일의 일상에서 내가, 우리가 하는 이 작은 실천이 지구의 열기를 식혀주는 혹은 땀방울을 닦아주는 일임을 믿는다.
선조들의 지혜와 경험대로 24 절기에 딱딱 맞춰서 기대에 어긋남 없이 눈이 와야 할 때 눈이 소복이 내리고, 비가 와야 할 때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태양이 반짝여 가을에는 곡식과 과일이 익는, 사계절이 선명하고 아름다워 제철에 맞는 모든 것들을 우리가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니, 사실은 그냥 마스크 없이 숨이라도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 (미세먼지 정말 싫어요) 그나저나 내일도 눈이 더 오려나? 아이들이 눈사람 만들며 사용한 젖은 장갑이 얼른 말라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