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SZA SOS 리뷰, 여전한 캐럴, 라틴곡 등장
2023년이 시작했으니 다시 달려보는 빌보드 차트 리뷰
오랜만에 적어보려고 하니 제법 어색하기도 하지만, 시작해보려 한다.
한 달 동안 리뷰를 쉰 것치고는 차트에 그닥 달라진 것이 없다. 캐롤이 대거 등장해서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있는 것 외에는..
지난주 차트와 비교해보자면 SZA의 새로운 노래인 kill bill이 순위가 하락고, anti-hero와 unholy는순위가 상승했다. 해와 달이 바뀌면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크리스마스가 끝난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놀랍게도 아직도 캐롤이 차트에 새로 데뷔하고 있는 것은 물론, 차트 상위권도 캐롤이 독식(...)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확실히 기독교라는 종교적 색채가 강한 나라라 그런 걸까....
한 달 간 리뷰를 쉬면서 감상평을 남기지 못했던 SZA의 새 앨범 SOS.
사실 연말에는 신보가 잘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보니 다들 앨범 릴리즈를 기피하는 것 같은데, 용감하게 앨범을 이 시기에 드랍한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다. SZA의 진한 소울이 여실히 느껴지는 앨범인데, 전반적으로 알앤비라는 장르를 취하고 있으나 힙합적인 색채도 상당히 많이 섞여있다. SZA가 랩 - 싱잉랩이긴 하지만 - 을 하는 것이나 트래비스 스콧 등 랩퍼의 피처링은 물론, 앨범 전반적으로 매우 강하고 톡식한 가사도 힙합 장르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볼만하다.
리드 싱글인 kill bill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순서이니, kill bill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부드러우면서도 중심을 잡아주는 베이스 위로 신디사이저가 미묘한 긴장감을 주는 게 좋았다. 전 애인을 죽이겠다고 말하면서도 지독히 부드럽고 어떻게 들으면 달콤한 SZA의 목소리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특히 코러스의 멜로디라인이 묘하게 레트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빈티지하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이건 나만의 감상일지도....아무튼 2절 벌스에서 변주되는 리듬도 좋았고, 프리코러스에서 리듬이 빠진 부분도 좋았다. 1절의 구성을 반복하는 단순한 구성이 아니라, 2절에서는 리듬이 바뀌거나 싱잉랩을 삽입하는 등 한 곡 안에서 변주를 줘서 질리지 않게 쭉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추천곡을 꼽아보자면 예상하셨을지 모르겠으나 Ghost in the machine과 F2F, open arms이다.
먼저 피비 브리저스와 함께한 ghost in the machine은 반복되는 낮은 음의 하프 소리와 몽환적인 보컬들의 만남이 인상적인 알앤비팝이다. 개인적으로는 피비 브리저스도 그렇고 SZA도 그렇고 굉장히 나른하고 속삭이듯 노래를 끌어가는 것은 물론, 곡에 전반적으로 깔리는 화음까지 있어서 약간은 드림팝처럼도 들렸던 것 같다. 물론 리듬이 어디까지나 알앤비의 그것을 따르고 있긴 하지만. 이 곡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단 피비 브리저스가 등장하는 부분에 하프와 리듬이 싹 빠지고 피아노 소리와 보컬만 강조되는 찰나였다. 사실 곡의 전개가 들쑥날쑥 다양하진 않아서 약간은 지루하게도 들리는데 이 부분에 당도하면 갑자기 곡에 긴장감이 생기면서 집중력을 부여해주는 것 같다.
F2F는 컨트리 팝 펑크곡이다. 전반적으로 앨범 자체가 조금은 느리고 차분한 느낌인데, F2F에 들어서면서 밝은 기타 소리가 앨범의 분위기를 확실히 환기해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게다가 컨트리 기타로 밝게 시작하다가 코러스에 들어서며 강조되는 드럼과 일렉기타 소리는 앨범의 다른 곡들과는 다른 에너지를 주어서 좋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팝펑크 곡이다보니 곡의 전개 자체가 어느 정도 쉽게 예상 가능하다는 부분은 지루함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사실은 어쩌면 굉장히 전형적인 곡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도 이 곡을 추천하는 이유는 일단 내가 팝펑크 곡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SZA 하면 대부분은 알앤비나 소울을 떠올리는데, F2F는 그런 기존 이미지와는 달리 상쾌하고 상큼한 느낌을 주어서 한 번 선택해봤다. SZA의 보컬이 이런 식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걸 많이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open arms는 트래비스 스콧과 함께한 곡이다. 어쿠스틱한 기타 소리가 특징적인 어쿠스틱 알앤비팝 정도가 되겠다. 사실 음악성의 면에서 이것을 높게 살만 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추천 곡들에 비해 다른 수록곡들이나 리드 싱글인 kill bill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이 곡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감성이 이 앨범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트래비스의 잔잔한 랩은 SZA 특유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고 - 여러 번 콜라보했으니 당연할지도 - 기타의 포근함은 앨범의 톡식한 가사를 어느 정도 감싸안아주면서 어느 정도는 앨범의 완급 조절을 해주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계절적으로 겨울과도 잘 어울리는 곡이니 한 번 들어보시면 좋겠다.
그 외에 차트에 새로 등장한 곡들은 모두 라틴 곡이라서 아주 간단한 설명만 드리자면 다음과 같다.
62위의 gato de noche는 배드 버니와 넹고 플로우가 함께한 라틴팝 장르의 곡이다. 아래에 서술할 두 개의 라틴 곡들과는 어반 라틴을 표방하고 있고, 랩이 함께 들어가는 등 다른 장르의 영향을 받은 곡으로 보인다. 찾아보니 서프라이즈로 발매된 곡이라던데, 요즘 같은 시기에 이 정도 성과라니 배드 버니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라고도 할 수 있겠다.
둘 모두 그루포 프론테라의 곡으로, 83위의 que vuelvas와 91위의 bebe dame이다.
둘 모두 아코디언 소리가 포인트가 되는 전형적인 라틴곡 - 중간에 리듬이 변주되긴 하지만 - 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거 같다. 라틴 노래하면 생각나는 거 불러봐 하면 대충 이런 노래 부를 사람들이 태반일 것 같다. 전형적인 아코디언 소리, 퍼커션 등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