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st Album
메세지 : - 혼자 하면 방황이지만 함께하면 모험이 된다
- 타인의 시선과 상관 없이 하고자 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키워드 : 타락 / 모험
레퍼런스 : 로살리아 / 에반게리온/ 용서받지 못한 자
컨셉 : 걸 크러쉬 / 라틴
서부극 모티브
활, 칼, 카우보이 모자, 말, 레스토랑에서 춤추는 멤버들을 잡는 구도 등, 웨스틴 영화에서 자주 접한 요소들이 자주 등장함
천사 모티브
천사, 그중 타락 천사를 그리는 멤버 카즈하.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듯한 연출 뒤에 불타는 날개를 단 카즈하는 타락천사 ‘루시퍼’를 연상케한다.
악마의 이미지
카즈하와는 반대로, 케이크에 딸기잼을 뿌리는 등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검은 의상을 입은 채 흰 색 깃털에 상처 입는 장면 등을 통해 '악마'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구원자 모티브
다른 멤버들과 달리 윤진과 채원은 직접 담을 넘고, 그를 넘어 멤버들의 타락을 돕는다.
윤진이 쏜 활은 카즈하가 날개를 직접 뜯고 다시 날개를 얻는 듯한 장면으로 연결되고, 레스토랑 안의 멤버들은 튀는 흰 색 옷을 입고 담을 넘어 등장한 채원을 주목한다.
메인 컬러
단연 블랙 앤 화이트. 족쇄를 풀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장면은 블루 앤 화이트
현대적인 느낌과 스포티한 느낌 → 르세라핌의 마케팅 포인트와 연장선 > 이때 착용한 의상을 실제 판매하는 등으로 연결
서부 카우보이를 주제로 한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영감을 받은 티저 → 수술이 화려한 의상, 카우보이 모자, 말 등의 오브제로 표현
타락한 천사 → 천사 날개, 교복과 비슷한 의상 등으로 르세라핌의 기존 세계관과 연결
Hiss noise 제외, 모든 곡의 메인 프로듀서가 13(SCORE, Megaton) → 사실 얘도 하이브 내부 프로듀서임
전반적으로 그 외로도 하이브 내부 프로듀서들(방시혁, 슈프림보이..)와 작업
다만, 하림, 적재와 같은 국내 뮤지션은 물론 벤자민, 나일 로저스 등 유명한 프로듀서와의 협업
용서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르세라핌의 메세지는 데뷔 때부터 주장해오던 르세라핌의 메세지의 연장선이다. 두려움이 없다던 소녀들은 어떤 시련에도 깨지지 않는다 외쳤고, 이제는 그 어떤 시련에도 그런 평가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한다.
메세지가 지난 앨범들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음악 역시 마찬가지로 이전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타이틀곡 UNFORGIVEN은 서부극 ‘석양의 무법자’의 메인 테마곡을 샘플링하고 기타 리프로 포인트를 주었지만, 기본적으로 강한 베이스와 비트감이나 단순한 구성, 반복적이고 중독되는 챈트는 이전 타이틀 곡들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다만 2절 벌스의 랩과 챈트 뒤로 이어지는 강렬하지 못한 코러스는 아쉬운 점이다. 그 자체로 포인트가 되는 것은 물론 세련된 인상 마저 주는 벌스와 프리코러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느낌이다.
다른 수록곡들 역시 디스코 팝, 저지클럽의 하우스, 컨트리 록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겠으나 퀄리티는 이전 앨범만 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소셜미디어팝과 디스코 팝을 표방한 두 곡이 이지리스닝 팝이다보니 더욱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한 곡이 없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전 앨범들의 수록곡을 재녹음만 해 실었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이름만 정규앨범일 뿐, 실상 신곡만 따지면 미니앨범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은 앨범에 대한 아쉬움을 더욱 키운다.
그럼에도 추천할만한 곡이 있다면 ‘이브, 프시케와 푸른 수염의 아내’. 지난 트레일러 등에 계속해서 삽입되었던 구절을 가사에 등장시킨 곡으로, 가장 유행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장르인 저지클럽 곡이다. 단순한 구성임에도 중독성있는 코러스는 물론 세련된 비트와 베이스를 사용해 르세라핌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가장 ‘르세라핌답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차가운 외피를 하고, 뜨거운 열정을 보이는 곡이다.
물론 가장 취향에 맞았던 곡은 ‘피어나’임에 틀림 없다. 청량하고 아련한 느낌의 기타리프와 큰 고저 없이 흐르는 전개는 쉬어가는 트랙, 팬들을 위한 트랙이라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 그러나 컨트리 록이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일까? 어쩐지 테일러 스위프트의 초기 곡들과 지나치게 닮아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특히 이 곡에 참여한 멤버 ‘윤진’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느낌은 더욱 확고해진다.
사실 레퍼런스 문제는 피어나라는 곡에서만 문제되는 건 아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아쉬운 포인트가 있다면 단연 레퍼런스 문제다. 표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같은 사람을 참고한듯한 모습이 반복된다면 그것도 법적으로는 아니겠지만 도의적인 문제가 된다. 그것을 넘어 르세라핌의 장기적인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주게 될 수밖에 없다.
막상 라틴팝을 표방한 건 fire in the belly와 antifragile밖에 없는데도 묘하게 라틴팝과 같은 느낌이 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로살리아 특유의 창법을 옮겨왔기 때문인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다양한 요소 요소들을 합쳐놨음에도 로살리아의 잔상이 머무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쭉, 르세라핌의 메인 레퍼런스는 로살리아였기 때문이다.
사실 케이팝 시장에서 팝 가수를 레퍼런스로 두고 그를 따라해온 것은 유구하고 긴 역사다. 르세라핌뿐만 아니라 당장 생각나는 가수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르세라핌이 특히 지탄받는 건 이제 세월이 변해서이다. 이제 사람들은 레퍼런스가 누구인지 모를 만큼 팝을 모르지 않고, 더이상 한국 리스너들만을 대상으로 앨범을 내서 성공할 수는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걸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아는 회사는 하이브일 수밖에도 없다.
진정으로, 진심으로 내수시장이 아니라 정말 글로벌 팬덤을 아우를 수 있는 가수를 만들고 싶다는 하이브의 포부가 이뤄지기 위해선, 이에 대한 통찰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앞으로 두려움 없이 나아가자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르세라핌이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