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로드리고, 테일러 스위프트, 뉴진스, 릴 우지 버트 외
오랜만에 돌아왔으나 큰 변화는 없는 빌보드 탑텐 차트..
1위는 지난주 잠시,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vampire에 밀렸지만, 이번주는 바로 다시 모건 월렌의 last night이 차지하게 되었다. 사실 1위와 2위 모두가 컨트리 장르의 곡이고 이 기세가 오래 이어지다보니...컨트리 장르가 유행의 궤도 안에 들어왔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초반에는 우리나라의 미스터 트롯 열풍쯤으로 여겨 일부 세대에 국한된 유행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이 정도로 기세가 좋다면 다른 세대에도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을듯..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vampire는 곡의 전반기는 피아노가 끌어가는 감성적인 슬로우 템포의 팝으로 진행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비트 자체가 빨라지고 드럼이 들어오면서 팝락으로 전환되는 팝곡이다. 개인적으로는 로드리고의 매력은 후반부의 빠른 비트, 특히 락킹한 사운드에서 더 드러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후반부의 격정적인 무드가 더욱 좋았다.
리뷰를 살펴보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gothic"하다는 표현이었다. 이번 곡에선 뱀파이어라는 소재에 걸맞게 악기의 사용이나 보컬의 창법에서 고딕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상당히 클래식한 느낌의 피아노를 주로 사용한 것도 그렇고, 곡의 아웃트로로 가면서 더욱 격하게 변화하는 로드리고의 보컬과 피아노, 드럼의 사운드에서 그런 인상을 받지 않았나 싶다.
물론 아주 특별한 곡이라는 느낌이지는 않지 않나 싶다. 정말 솔직하게는 가사적인 부분에서도, 사운드적인 부분에서도 이전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지는 않았던 것 같아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이 곡은 아직 앨범의 싱글에 불과하고, 로드리고는 여전히 십대라는 점에서 섣불리 아쉬움을 표하기엔 이른 것 같다.
5위의 I Can See You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재녹음 앨범, speak now taylor's version의 수록곡이다. 이 곡 외에도 이번 차트엔 테일러 스위프트의 재녹음 앨범의 곡들이 상당히 많이 포진되어 있는 편이다. 2000년대 후반의 정서가 물씬 담겨 있는 곡들로, 지금에 비해서는 컨트리의 정서가 많이 남아있지만, 당시의 테일러에게는 컨트리의 색을 많이 지워냈던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음악성 자체에 대해서는 1989 등에 비하면 낮은 평가를 받지만, 테일러가 처음으로 단독 프로듀싱을 맡았던 앨범이자 새로운 시도를 그려냈던 앨범이기에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재녹음 앨범마다 미공개곡들을 함께 공개하고 있는데, 이 I can see you 역시 당시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곡이다. 그루비하면서도 레트로한 매력을 물씬 풍기는 기타 루프가 특징이자 매력인 락 장르의 곡으로, 당시 테일러 스위프트가 하던 음악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새로운 느낌이었달까? 어쩐지 프로듀서를 보니 잭 안토노프가 함께했더라. 영화 OST 같고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함께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이번에도 역시 테일러 스위프트가 출연하고 연출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테일러가 영상 연출에 엄청난 재능이 있다곤 생각하지 않지만...나름 재미있게 볼만 했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뭣보다 사실..
이 남자가 나왔을 때 소리질렀다. (※ 테일러 로트너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남친이다. Speak now 앨범의 Back to December는 테일러 로트너에 대한 곡)
이외로 살펴볼만한 것은, 저번주를 화려하게 휩쓸었던 릴 우지 버트의 신보가 다소 하락세를 겪고 있다는 점. 10위권 내의 곡들이 대체로 어렵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의 곡들이라는 것을 보면 강하고 공격적인 느낌의 앨범은 대중의 트렌드 안에 들기 어렵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과는 별개로 트랩을 기반으로 했지만,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한 것 같아서 새로웠다. flooded the face는 트랩 비트를 기반으로 한 멜로디컬한 곡이고, CS는 심지어 메탈을 기반으로 하는 곡이다. 여러모로 도전을 시도했다는 점에선 가치가 있는 것 같지만...이게 이전의 곡인 Just Wanna Rock 만큼의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달까.
케이팝과 관련한 새로운 소식도 있다. 뉴진스의 새로운 싱글 "Super Shy"가 66위로 데뷔했다. 부드럽고 몽환적인 느낌, 그리고 잘개 쪼개지는 저지클럽 특유의 비트 덕에 요즘 유행하는 느낌이 물씬 난다. 최근 팝 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pink pantheless를 떠올릴만한 곡이다. 이전의 뉴진스의 곡들처럼 반짝이는 파괴력이나 새로움이 있지는 않아 아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뉴진스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한다. super shy는 여전히 트렌드를 잘 따른 세련된 곡이다.
또한 케이팝은 곡만으로 승부를 보는 류의 장르가 아니다. 퍼포먼스나 패션으로 충분히 승부해볼만 하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번 super shy는 중독성 있으면서도 에너제틱한 춤으로 승부보는 느낌의 곡이었다. 이미 챌린지로 여기저기 퍼진 것은 물론이오, 자칫 지루하고 잔잔하게 느껴지는 곡에 활기찬 느낌의 에어로빅 풍 락킹 안무는 이색적인 기분을 주기 충분하다.
82위의 Point 2 Me는 저지 클럽 비트에 어두운 느낌을 가미한 저지드릴의 장르이다. 최근 유행하는 드릴의 형태가 궁금하다면 한 번 들어볼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사운드적으로 너무 심심하다보니 큰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카디비 특유의 쨍한 느낌의 랩핑이 아니었다면 더욱 더 그렇게 느꼈을 것 같다.
90위는 LaLa. 뎀보우 리듬이 여름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레게톤 장르의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라틴팝의 정석처럼 느껴져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지만, 여름에 잘 어울리는 컬러풀한 느낌의 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