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쉬로 동치미를 만들자
제철과일은 보약이여
나는 꼼꼼하게 할인 품목을 조사하고 냉장고와 장바구니를 정리하여 장을 보는 알뜰한 주부는 못되지만 ‘제철과일’은 챙겨 먹는 주부이다. 제철에다가 이 지역 상품이라 하면 항상 손이 간다. 저번에는 알지도 못하는 Mamey란 과일을 이 근방의 농장에서 자랐다는 문구만 보고 산 적도 있다. 여자 주먹 크기에 질감만 코코넛 열매 의 겉껍질인 과일이었는데 한 개에 3불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과일에 쓰기에는 큰돈이지만 어느새 손은 과일을 집었다. 집에 와서야 인터넷으로 마메이 먹는 법 101을 찾아보았다. 익으면 부드러운 아보카도 질감에 그 향이 고구마, 감자, 복숭아, 살구, 멜론, 체리, 아몬드, 호박의 향이 난다 적혀있다. 이렇게나 많은 과일의 향이 난다니 엄청난 풍미를 자랑할 것을 기대했다.
맛이 어땠느냐고? 부끄럽게도 모른다. 이것은 나에게 마메이 사건이 되었다. 익기를 기다리며 실온에 놔둔 지 10일쯤, 집에 놀러 온 지인에게 신나게 농산물 마트에서 득템을 했노라 자랑하며 마메이를 꺼냈다. 만져보니 살짝의 물렁함이 느껴졌고 익었다는 생각에 그 배를 갈랐다. 사진에 보다시피 색은 먹음직스러운 호박색이었고, 가슴을 졸이며 잘게 잘라먹는데,…
‘윽!’ 여기저기서 물을 달라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떫음이 내 입에 퍼졌다. 향이 좋으면 무엇하냐 안 익었는데… 밤의 속껍질을 한 움큼 씹은 것처럼 엄청나게 떫음이 한동안 입에 가시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벌칙 과일을 돈 주고 사 온 걸로 놀림을 받게 되었다. 마메이는 잘 있느냐고.
아쉽게도 그 이후 제철이 벌써 끝났는지 마트에서는 이 과일을 찾을 수 없었고 여전히 이 과일의 맛은 나에게 궁금증만 안기고 사라졌다.
굳이 먼 지역에서 온 음식을 먹어야 할까?
비록 마메이처럼 실패해도, 나는 여전히 제철 과일, 지역 음식을 찾는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보자. 이 과일은 어떻게 왔을까? 냉장 시설을 갖춘 트럭이나 비행기 화물칸에서 몇 시간을 달려 나에게 왔을 수 있다. 혹은 과일이 부패되지 않도록 방부제를 뿌리고 다른 해충이 유입되지 않도록 보존제를 뿌려 며칠을 배에 실려 왔을 수 있다. 나의 이런 지역 음식에 대한 사랑은 이러한 생각을 기본으로 시작되었다.
거창하게 이유를 말하자면 멀리서 오는 과정에서 화학연료를 많이 쓴다고 싫어하는 환경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집에서 먹는 거 조금 안심하고 먹기 위해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굳이 안 써도 되니’ 안 쓴다.
요리를 할 때 특정 야채나 과일이 아니면 안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금 갖고 있는 것, 주변에 있는 것을 대신해서 쓸 수 있다. 자신있게 말했지만 물론 이런 지혜는 아직 갖추지 못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아지면 하나를 가지고 열을 만들 수 있을까? 지금은 하나에도 벅차지만 점차 단조로움에서 벗어나서 지혜로워지고 싶다.
날이 더우면서 간절히 생각나는 것이 있다.
동치미다. 더위에 지칠 때 동치미 국물만 먹어도 온 몸이 시원해지고 입맛이 돈다. 콜라로는 해결 안 되는 시원함을 동치미 국물에서 찾고 있다.
참고로 나는 요리를 결혼과 함께 시작해 현재 3년 차 초보이다. 무언가 먹기 위해서는 항상 핸드폰이 필요했고 인터넷 선생님들을 찾고 있다. 다만 작년에 김치를 처음 성공했고, 지인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김치가 주는 발효의 매력에 대해서 앞으로 포스팅을 하려고 까지 마음을 먹었다. 동치미는 아직 일승 일패이다. 한 번은 괜찮았으나 한 번은 무가 물러 실패했다. (무 자체에 바람 무일까, 소금이 간수가 안 빠졌나… 많은 검색을 했지만 뚜렷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
이번에 동치미를 담기 위해 다시 준비를 하면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주로 가는 가까운 마트에는 무가 없다. 코스트코는 워낙 야채가 없어 뺀다고 해도, 퍼블릭스에도, 타겟에도, 농산물 로컬마트에도 없다. 무를 보았던 거는 한인 마트, 중국인 마트, 멕시코 마트였다. 그래서 평상시에 요리에 조금씩 쓰는 용도로 한인 마트에서 무를 사다가 냉동 보관해서 사용했다. 무를 살 일이 적어서 생각하지 못했는데 무는 미국에서 흔한 야채가 아니었다. 제철 음식, 그 지역 음식이 좋다고 앞서 그리 길게 썼지만 한국 음식을 만들기 위해 미국에서는 제주도산 무를 수입해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 조차 못해서 부끄럽다.
무를 대체 할 수 있는 것으로 서양 무라 불리는 래디쉬가 있다. 래디쉬 물김치를 검색하면 많은 레시피가 나온다. 조금만 달리 생각하고 찾아보니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해결되다니… 래디쉬로 총각김치를 담기도 하고 동치미을 담기도 한다. 또 담근 동치미는 그 시원한 국물을 이용해 냉면을 만들 수도 있다. 이번에 농산물 마트에 간다면 평상시와 다르게 래디쉬를 가득 사 동치미를 담가야겠다. 평상시에는 맨날 사서 샐러드 조금 해 먹고 버리던 그 재료로 말이다.
래디쉬 물김치 만들기
1. 래디쉬 : 잎과 뿌리 모두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통에 담고 래디쉬가 모두 잠길 정도의 물을 계량한다.
2. 필요한 물 1리터당 천일염 1큰술을 준비한다.
천일염으로 먼저 래디쉬와 잎을 절인다.
3. 찹쌀풀(혹 밀가루 풀)(찹쌀가루 1큰 + 물 150 미리리터)은 실온으로 식힌다.
4. 절인 래디쉬와 절인 물 모두, 다진 마늘 많이, 생강 조금, 쪽파 많이, 파프리카 적당히, 설탕 1/2작은술, 경수의 물(물은 경수로 준비, 샘물이나 수돗물로 준비한다, 정수물은 안 된다.)을 넣는다.
(이 레시피는 유튜버 해피쿠킹 120180을 참고해 상황에 맞게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