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에 뭐 쓰시려고요?
47살에 취업을 준비하다
결혼 후 나는 바로 직장을 그만뒀다.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서울에서 같은 직장에서 만난 남편이 결혼 날짜를 잡고 갑자기 대구에서 사업을 하겠다며 내려가겠단다. 금시초문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도 따라갈 수밖에... 결혼을 하고 4개월 동안 인수인계를 하고 사직을 하고 대구로 내려왔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에 있다 보니 처음 며칠은 쉬니까 좋았지만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직장을 구하려고 했지만
당시 서울에서 125만 원의 월급을 받았는데
대구에서는 면접을 보러 가는 곳마다 65-70만 원이란다. 게다가 중식은 별도라니...
그 말을 남편에게 했더니 경상도 남자답게
"치아라~ 그냥 살림이나 해라"
그래서 치았다.
지금은 저 말을 한 당사자도 말 잘 들은 나도 후회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아이 낳고 살림하면서 살게 되었는데, 어느덧 아이가 크면서 더 이상 내 손이 많이 가지 않으니 나도 직장에 다니고 싶어졌다.
그런데 이 나이에 말 그대로 경력단절 20년인데 어디를 가겠는가?
그렇다고 잘하는 것도 없는데..
어쩌지? 어떤 일을 해야 하지?
마트 계산원 해야 하나?
지난번 부동산 경매 배울 때 재미있었는데 공인중개서 자격증을 따 볼까?
시험 어렵다는데 내가 딸 수 있을까?
간호조무사 많이 한다는데 그걸 해볼까?
그런데 난 손도 못 따는데?
막상 일을 하려니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뭘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러다 올해 초 국민 취업지원제도 알게 되었고,
고용센터에서 상담도 받고, 직업 적성검사를 해보니 나는 사회형이란다.
그리고 국민 내일 배움 카드로 컴퓨터 워드 자격증을 따란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저 컴퓨터 잘하는데요?"
사실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모르지만 그래도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 아주 모르지는 않았다. 문서작성은 자신 있었다.
"그럼 이력서에 뭐 쓰실 건데요?"
아 그렇구나.... 나 이력서에 쓸게 없구나..
20년 전 회사 퇴사라고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주부 경력 20년이라고 쓸 수도 없고..
그 후, 내일 배움 카드로 컴퓨터 교육을 받고 나름 취업준비를 했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나는 취업을 했을까? 아니다. 아직도 주부다.
그렇지만 1년을 그냥 보내지는 않았다.
우선 사이버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열심히 강의도 듣고, 얼마 전 1학년 기말고사가 끝나고 종강을 했다.
1학기 성적은 3.86을 받았고, 이제 2학기 성적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올 겨울방학에는 평생교육사 자격 취득을 위한 160시간의 실습을 해야 하고, 내년 여름방학에는 사회복지사 취득을 위한 160시간의 실습도 해야 한다.
컴퓨터는 ITQ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글 A, 엑셀 A, 아쉽게도 파워포인트는 B를 받았다. 그리고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만하면 나 나름 열심히 1년을 준비한 것 같은데,
어떤 땐 나 자신이 뿌듯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내 나이 때문이지 싶다.
47살... 이제 한 달 후면 48살...
과연 취업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내가 누군가? 평생교육사가 되기 위해 공부 중이 아닌가?
교육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배우지 않았는가?
비록 그 교육이 취업을 위한 것이어도 말이다.
오늘도 난 실습처를 찾기 위해, 취업을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