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보 글쟁이 Sep 16. 2020

가을엔 고등어 구이가 딱인데~

치이익~ 석쇠에 굽는 고등어

내가 어렸을 땐 동네마다 생선가게가

여러 군데 있었다. 좌판 위 나무상자 안에 여러 가지 생선들이 얼음들과 가지런히 담겨있고, 그 나무상자 사이로는 선 냄새에 달려드는 파리들을 쫒을 목적의 모기향들이 놓여있지만 그걸로는 역부족이었는지

그 위로는 파리들이 원을 그리며 쉴 새 없이 날고 있었다. 파리라니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땐 요즘처럼 스티로폼 박스가 아닌 이런 상자에 생선이 담겨져 있었다.

난 그 시절 모기향의 냄새도 생선 냄새도 좋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았던 건 가게에서 굽던 생선구이 냄새였다.

매출을 올리기 위한 그들만의 방식이었는지 모르지만 저녁 찬거리를 구입하러 주부들이 나오는 시간 때쯤이면 어김없이 가게의 연탄 화로에 생선이 걸쳐진 석쇠가 올려진다.

그럴 때면 골목마다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덕분에 나의 하굣길은 배고픔의 길이었고 머릿속에는 온통 '오늘 저녁 반찬은 지금 저 가게에서 굽고 있는 생선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다 저녁 반찬에 생선 구이라도 나오면

이 세상의 온갖 진수성찬은 다 필요 없더랬다. 그러나, 생선은 고사하고 멸치볶음도 없을 때면 젓가락으로 깨작거리며 엄마에게 불평을 늘어놓은 적도 있다.

"엄만 저녁 준비할 때 시장엔 안가? 어떻게 매번 반찬이 똑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안하다.

그 당시 엄마는 10년 만에 늦둥이 동생이 생겨 늘그막에 육아일로 정신이 없었을 때였다. 그런데 반찬투정이라니...

아무튼 그때 당시 이맘때쯤 당연히 최고의 생선구이는 고등어였다. 가을은 고등어가 기름이 맛나게 올라서 맛있을 때였으니까

물론 전어 철도 맞지만 어린 나이엔 가시 많은

전어는 별로였다.

엄마가 고등어를 사 오실 때면 하나는 배를 갈라 소금을 뿌리고 하나는 어슷어슷 썰어

고등어 준비를 한다.

그때 우리 엄마는 고등어조림에 시래기를 넣고 조렸다. 당시에는 생소한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많이들 시래기를 넣는다고 한다. 혹시 우리 엄마가 원조가 아닐까? 

고등어 조림은 무를 넣어도 맛있지만 시래기를 넣어 따뜻한 쌀밥위에 고등어 살한점에 시래기를 올리고 먹으면 더 맛있다.

나머지 한 마리는 석쇠에 올려져 연탄아궁이에서 노릇노릇 구워져 간다.

한 번은 내가 굽고 싶어 연탄아궁이에 고개를 처박고 고등어를 굽고 있었는데 이후 기억이 없다. 연탄가스를 마셨다고 하더라

그날 고등어는 못 먹었던 거 같다.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부는듯하다.

그때처럼 연탄아궁이도 없고 석쇠도 없지만

그릴에 고등어 맛나게 굽고,

시어머니가 겨울에 주신 시래기 삶아 듬성듬성 썰어 냄비에 깔고 고등어 몇 토막 넣어 갖은 양념해서 바글바글 끓이고 졸여서 고등어구이 , 조림 맛나게 먹어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