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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리밍 Dec 06. 2023

삶은 직선이 아니니까

마흔, 2023년을 돌아보며-


올해 나에게 가장 큰 변화이자 키워드는 단연 15년 다닌 일터를 떠나 ‘직장 환승’ 한 것이었다.

인생을 크게 본다면 아득한 변화겠지만,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고 해 오던 역할을 바꾸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요동들이 있었다.


올해에 행동으로 옮긴 결론은 과연 잘 한 선택이었을까?

스스로가 한 선택한 것에 대해 잘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일은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공존하는 듯하다.

일회성 결과물이 마음이 들 때나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을 때에는 우쭐하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다 때려치우고 싶은 자학에 빠지기도 했다.


새로운 곳에서 관리직을 맡으며 느낀 점은 '관계'에 대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누군가 혹은 집단의 단점이 유난히 도드라지는데, 계속 맞서고 대면해야 하는 일이 가장 괴로웠다. 상대방의 생각을 읽기보다 내 신경을 건드리는 부분만 크게 느껴지는데, 돌아보면 대부분 내 마음이 많이 상해서 부정적으로 왜곡되어 있었다. 내 마음에 불필요한 왜곡은 없는지, 감정 빼고 객관적으로 바로 보려면 사적인 시간을 혼자 보내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야 했다.

이전 직장보다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지원이 부족했고 사소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고 운영하는 것 또한 잦은 ‘용량 초과’ 신호가 찾아오게 했다.

관계와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팀과 조직의 이익을 위해 책임지고 짊어야 할 무게가 이전과 달라진 탓일 테고 그건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작년 내내 ‘고민 중‘, ‘준비 중’이었던 내 마음의 팻말을 내리고, 걷던 길을 다른 축으로 옮겨본 나의 행동은 스스로 기특하고 잘한 일이라고 평가해 본다.

그럼에도, 잘한 선택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

행복보다 '충족감'

내 마음에 더 집중하며 보이기 시작한 부분이 있다.

나에게 고정불변으로 행복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경험에 의하면, 행복의 대부분은 기간이 한정된 일시적인 감정이었다. 순간 느끼는 행복감은 나를 기쁘게 해 줘서 지루한 일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지만, 들뜬 마음 뒤에는 늘 반대의 감정도 똑같은 깊이로 따라오곤 했다.

그래서 소중히 여기는 행복의 형태는 감각이 생생히 살아있는 잔잔한 '충만함' '충족감'인 것 같다.

감각적으로 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조금은 알게 되었을 때, 나의 인생을 스스로 이끌고 조금씩 움직여가고 있다는 확실한 감촉이 들 때, 그리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 나갈 때에 충만하고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




브런치에 웅크리고 있던 나의 감정들을 기록하기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훌쩍 지났다.

기록을 시작하며 21년도에는 나의 취약한 부분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고,

22년에는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나의 내면을 많이 들여다보았고,

올해에는 무언가 시작을 하기 위해 행동으로 실천하며 몸소 부딪히고 있는 나의 현재 진행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다.

현실을 살아갈 때에는 찬바람을 맞아 거칠해진 피부에 상처가 쉽게 생기는 것처럼 뭐든 쉽게 날이 서있지만,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만큼은 다시 안정을 찾고 나의 흔적을 매끄럽게 다듬어주며 ‘충족감’을 안겨준다.


브런치는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한 문장이라도 완성해 나가라며 알람을 준다.

2주는커녕 올해에는 2달에 한번 겨우 써나갔는데, 간헐적이더라도 꾸준히 나만의 템포로 내 마음을 써 내려가며 충족감을 챙겨보자고 다짐한다.


-피터 비에리, '자기 결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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