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 프롤로그

새벽 전의 어둠

by SeoulElectricImages


밤은 가장 깊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산자락은 겹겹이 포개져 검은 물결처럼 이어졌고, 바람은 흙먼지를 실어 나르며 휘몰아쳤다. 그 속에서 두 사람의 발소리가 흙길 위에 날카롭게 찍혔다.


동명은 앞서 달리고 있었다. 등 뒤로 붉은 빛이 흔들리며 그의 그림자를 산등성이 너머로 길게 끌어냈다. 횃불이 어둠을 갈라 불씨를 흩뿌렸고, 그 불빛을 따라 함성이 바위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와 거친 고함이 어둠을 뒤흔들었다.


서영은 그의 뒤를 따랐다. 치맛자락이 돌부리에 스치며 바스락거렸고, 발끝은 자꾸 비탈에 미끄러졌다. 흙먼지가 발목을 덮고, 돌멩이는 절벽 아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숨이 가빠와 가슴이 터질 듯했지만, 그녀의 시선은 오직 동명의 등만 좇았다. 불빛 속에서도 굽히지 않는 걸음, 흔들리지 않는 어깨. 그 모습은 불안과 함께 이상한 안도감을 주었다.


그러나 한순간, 치맛자락이 바위에 걸렸다. 서영의 몸이 휘청이며 허공으로 기울었다. 발 아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었다. 손끝이 허공을 더듬으며 흔들렸다.


그 순간 동명이 몸을 돌렸다. 망설임은 없었다. 그의 손이 앞으로 뻗어 나왔다.


두 손끝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서영의 작은 손이 흔들리다, 곧 그의 손아귀에 단단히 붙잡혔다. 눈빛이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그 손길은 놓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뜨거웠다.


서영의 가슴이 요동쳤다. 뒤에서는 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 순간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그녀는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위기가 닥쳤는데도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기쁘다는 것을.


두 사람의 손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 하나가 모든 공포를 밀어내고 있었다.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열기, 단단히 맞물린 손길.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감각이 번졌다.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다시 달렸다. 바람이 옷자락을 찢듯 스쳐갔고, 발끝마다 돌멩이가 튀어 올랐다. 불빛은 점점 커졌고, 함성은 가까워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호흡은 그 모든 소리를 밀어내듯 깊어졌다.


절벽 끝을 돌아설 때,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불씨가 흩날렸다. 붉은 불꽃 조각들이 공중에 흩어져 별빛처럼 흘렀다. 그러나 하늘에는 별조차 없었다. 어둠과 불길뿐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얼굴 위에는 묘한 빛이 어른거렸다. 새벽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눈동자 속에는 이미 새벽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