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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너 Nov 30. 2021

Go easy on me

엄마를 조금 이해해 줄래?


엄마랑 나는 참 많이도 닮았다. 누가 봐도 예쁜 엄마 외모보다는 뾰족뾰족한 나의 성격들이.

표현이 없는 엄마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냉정하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엄마는 나처럼 누구보다 많이 여리고 상처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걸.



예민한 우리 엄마는 다른 내 친구들 엄마들과는 좀 달랐고 나는 뾰족한 나 같은 엄마보다는 둥글둥글하고 나를 무한으로 지지해줄 수 있는 엄마를 원했었다. 



유년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참 많이도 엄마를 원망했었던 것 같다.

엄마는 직장 다녀오면 바로 부엌에 들어가서 요리하기 바쁘고 밥을 먹는 동안도 언니와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으셨다. 유년기가 많이 외로웠다. 근데 외로웠던 것과 반대로 엄마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고 항상 반에서 우리집이 가장 잘 살 정도로 우리집은 성공했는데 이상하게 난 철이 없어 그런건지 정말 많이 공허했고 인간관계도 참 많이 가난했다. 지금도 뭔가 마음이 뻥 뚫린 것처럼 공허할 때가 많다.

그 공허함을 엄마 탓으로 다 돌려버리고 엄마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근데 결혼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게

세상에 완벽한 육아가 있을까? 내 소외받았었던 유년기를 떠올리면서 오은영 박사님 육아 관련 프로를 많이 봤는데 요새 다시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엄마들은 어느 정도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기혼자들은 이상하게 뭔가 나를 더 챙기게 된다. 배우자에게 짐이 되기가 너무 싫더라. 내가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지 생각하게 되고 우리 남편도 결혼하고 얼마 안돼서 내시경 받으러 가기도 하고 남편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건지.. 이런 생각들이 아기를 낳으면 더 심해진다고 많이들 하더라. 내가 혹시나 문제 생기면 애기 책임질 사람 없으니 더 모든 일에 조심스러워진다고 

결혼을 하면서 생기는 게 책임감인가 보다.



내가 스무 살 되고 나서 예민하지만 참 모든 면에 완벽했던 엄마는 그냥 무너져 버렸다. 내가 대학입시에 실패하기도 했고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그냥 모든 면에서 엄마가 번아웃이 온 것 같았다. 엄마가 안 좋은 꿈도 많이 꾸셨고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멍하게 보내는 시간도 많아지셨고 많이 우셨다. 너무 힘들어하는 걸 알면서도 그때도 나는 나 힘든 것만 생각하고 나를 그냥 끌어안아 주고 이해해주길 바랬던 것 같다. 세상 모든 자식들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을까.



다 말리는 결혼을 했던 패기 넘치던 엄마는 그런 용기와는 다르게 너무 힘든 결혼생활을 하셨다. 할머니가 엄마를 너무 힘들게 했고 (상식적이었던 엄마한테는 정말 상식적이지 않은 할머니였다) 생활비도 전적으로 우리가 맡게 되고, 다른 사람 시선에 유난히 민감했던 엄마의 직장생활, 여러 개의 사업, 무엇보다도 감정적이고 조금 많이 특이했던 나.. 모두 다 엄마 당신이 끌어안기 버거웠을 텐데.. 그래서 엄마도 이제 성인이 막 된  딸에게 조금은 기대고 싶지 않았을까.. 



참 냉정했던 엄마. 힘들게 내 고민을 말했을 때 직설적으로 정신 좀 차리라고 한마디를 했던 엄마..

직장에서 돌아오면 나랑 언니한텐 관심도 없고 김치찌개만 열심히 끓이던 엄마



그냥 삶이 너무 고단해서 그랬을 텐데.. 



당신이 직장생활이 너무 싫어서 우리 딸들은 직장 안 다녀도 될 만큼 돈 많이 벌거라고 했던 엄마.. 

언니가 결혼하던 날 아빠한테

"여보 우리 숙제 거의 다했어"라고 말하던 우리 엄마

엄마는 그냥 우리를 낳고 책임을 다하고 싶어서 열심히 사신 것일 뿐인데...


시간이 흐르고 또 내가 아이를 낳게 되고 내가 엄마가 되면 그때는 엄마를 더 이해하게 되고 감사하게 되겠지. 그냥 아델 노래를 듣다가

엄마 생각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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