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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너 Dec 18. 2021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긴 여정이었다.

올해는 사실 그 친구의 모바일 청첩장을 받을 거라 생각조차 하지 못 했는데.


어머님들 화촉점화를 시작으로 그 친구의 꼬맹이 조카가 화동으로 앞장서 가고 내 친구가 걸어오는데 그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이란 것은..

그동안 그 친구의 전에 사귀었었던 남자 친구들과 그 친구의 녹녹지 않았던 어리고 젊은 시절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힘들게 연애를 했던 친구였다. 나쁜 놈들도 만났고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그 안에서 상처도 받아 부산에서 서울까지 펑펑 울면서 전화가 온 적도 있었고 사랑 때문에 직장을 포기해야 했던 일들도 있었고 옆에서 보는 친구 입장에서는

조금 쉽게 가는 길도 있는데 어쩜 저럴 수 있을까. 본인이 상처 받을 것을 굳이 알면서 저렇게 솔직하게 연애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남자 친구 생일 축하해준다며 풍선 가득 불어 차 트렁크에 넣고 지인들한테 부탁해 파티를 준비하던 내 친구..


결혼식을 보면서 문득 아. 난 과연 사랑에 저렇게 열정이 있었나 싶었다.

매번 상대를 좋아하면서도 상대가 나에게 마음이 없을 것 같거나 거절받는 게 두려워 관심 없는 척하고 소극적이었던 나였다.

내 친구가 참 용기 있는 친구였구나. 매 순간순간마다 사람과 사랑에 최선을 다했던 열정 있는 그녀가 부러웠다.


올해였던 거 같다.

언니. 난 결혼까지 가는 거는 안 될 것 같아. 내가 마음먹는 대로 되질 않아. 연애는 할 수 있는데 결혼은 결국 남자가 결정하는 것 같아. 이제는 결혼은 포기했는데 그래도 아기는 있었으면 좋겠어. 하면서  혼자 셀프 웨딩촬영을 했던 친구였다.

혼자 웨딩촬영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김아중을 닮은 빛나는 내 친구. 보내준 사진 안에 친구는 활짝 웃고 있었지만 뭔가 공허해 보였다.  


여자들은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있다. 남자들도 물론 있겠지만, 가임기라는 것은 참 초초한 숙제 같은 것이다. 정해져 있어 한계가 있는 알람시계 같은 느낌. 째깍째깍. 언제 알람이 울릴지. 시간이 점점 지나갈수록 끝이 날까 봐 두렵고 또 두렵다.

한 명씩 한 명씩 결혼을 하고 주위에 아기가 생기고 남들은 정해진 타임테이블을 가고 있을 때 혼자 출발선에 있을 때에 그 느낌은 어떨까.

나 또한 아기가 아직 없어 마음속에서는 항상 불안함이라는 것이 있다. 애써 외면하며 꺼내보려 하지 않는..

나도 보통의 사람들이 가는 길에 끼고 싶다는 그 마음.  그 친구도 아마 나와 같은 그런 마음이 아니였을까.


나도 결혼식은 안 했고 앞으로도 할 생각은 없지만 결혼식을 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자리를 채우러 와준 사람들에겐 아무 의미 없는 식이겠지만, 그 친구 인생을 간접 경험해봤던 친한 친구에게는 그 친구의 그동안의 청춘을 추억하고 친구를 소중히 키워준 어머니 아버님도 뵙고 앞으로의 내 친구의 인생을 축복해 줄 수 있는 그런 기념식 아닐까.


순간순간마다 최선을 다했었던 친구.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사랑하면서 든든한 예비신랑의 따뜻한  안에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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